2015 년 12 월 13 일 일요일 맑음
몸이 바쁜건지
마음이 더 바쁜건지
어수선한 심정으로
느릿하게 다가오는 겨울문턱을 넘어선다.
웬 비가 그리 자주 오는지
틈틈이 하는 농사일은 문제 없는데
더이상 비를 맞추기 싫은
애꿎은 나무 건물이
풀천지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뒤로한채
자꾸만 비를 맞다가
이제사 겨우 지붕을 씌우고
완공을 하여본다.
며칠전
아침 댓바람부터 단단히 마음을 먹고
지붕재를 씌우려는데
뜻밖의 전화가 온다.
마당 넓히는 축담일을 멋드러지게 해준
솜씨좋은 포크레인 아우에게
반가운 전화가 온것이다.
저번에 풀천지에게 약속했던
백리향도 가져가고
내친김에 최고의 약용나무인 마가목도 가져가고
한술더떠 가장 맛난 과일주를 담글수 있는
돌배나무도 가져가랜다.
이게 웬떡인가 싶어
틈만나면 은근히 자랑하는
수완좋은 아우의 농장으로
만사를 제치고 재홍이와 달려갔다.
무슨 일이던 최고가 되면
부지런한 세월속에서
인생살이의 성과가 두드러지는 법이다.
노후를 위해 장만한
만여평이 넘어가는 큼지막한 산을 끼고
5 천여평이 넘어가는 너른 밭이
큰길가에 값지게 자리잡고 보니
요즘 날만 새면 수십만원으로 오르는
주변 땅시세와 어울려
이미 서민갑부 반열에 든 셈이다.
말이 쉽지 맨손으로 큰돈 벌어내기가
얼마나 힘든 세상이던가 ?
대부분 사람들은 큰돈이 모이기 시작하면
부동산이나 건물에 투자하여
재테크에 열을 올리며
평생 돈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수완좋은 이 아우는
자연의 터전에 접근하여
일찌감치 땅값이 쌀때
좋은 위치 너른땅을 미리 장만하고
오랜 세월 정성껏 길렀음직한
모종때부터 알뜰히도 키워낸
온갖 나무들이 한가득인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정도 충분히 자란 나무들을
이제 제 자리를 잡아주기 위하여
이리저리 옮겨심는 과정에서
풀천지에도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이다.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한테 빚지지 않고
가족을 사랑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한세상을 살아갈수 있는 힘이 있다면
서민갑부가 아닐수 없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자신만의
자연의 정원을 마련할수 있는
건강한 안목이야말로
마땅히 칭찬해줄만한
삶의 훈장이 아닐수 없는 셈이니
아낌없이 격려와 칭찬을 해주고
조만간 좋은 자리를 기약하며
풀천지로 돌아왔다.
오늘도 지붕 씌워주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나무 건물은
내일 모레로 달려오는 비소식에
또다시 비를 맞추게 되었지만
비로소 제대로 자리잡아가는
풀천지의 정원에
좋은 나무들을 심을수 있는 기쁨은
더욱 좋기만 하였다.
야생의 약용식물중에
가장 수난을 많이 받는 나무가
마가목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효능이 뛰어나단 얘기인데
열매와 가지 껍질 모두
효능이 탁월하여
온갖 관절염에 뛰어난 효능을 비롯하여
요통, 신경통, 위통 중풍 신장기능개선 등
온몸의 기혈을 뚫어주고
온몸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거의 만병통치의 효험이 있다한다.
돌배나무는 또한 어떤나무이던가 ?
약리적인 효능은 둘째치고라도
가장 맛있는 과일주를 꼽으라면
이구동성으로 돌배주를 추천한다.
과연 어쩌다 맛보는 돌배술은
참으로 그윽한 맛을
선물해주곤 했었다.
그뿐이랴 ?
백리까지 향이 미친다는
백리향까지 심어댈수 있는 기쁨을
무엇으로 바꿀수 있겠는가 ?
풀천지 주변을 한바퀴 삥 돌며
마가목 6 그루
돌배나무 4 그루를
백리향과 함께 심어놓으니
잘 생각도 나지않는
어젯밤 꿈이
어찌나 그리 좋았던것 같은지
마치 어른이 받을수 있는
12 월의 크리스마스 선물인것 같아
요즘 심난했던 마음의 통증들이
한순간 설레임의 기쁨으로
행복한 위로가 되어준다.
인연의 선물이란
얼마나 값진 것이던가 ?
오전무렵 시작된 나무심기 놀이가
어둑해질 무렵에야 끝이 나자마자
부리나케 청송으로 출발하였다.
지붕재를 가지러 가는 길인데
청송에 자리잡은 한농복구회 공동체 식구들이
돌나라 한농강재를 운영하며
지붕재 사업에 성공을 한 셈인데
일반 철강업체 제품들에 비하여
품질면에서 고급스런 느낌을 다양하게 연출하여
보다 나은 지붕재 선택을 하게 된것이다.
얼마전에 시장조사차 일부러 찾아가
사장을 만나 공장을 둘러보며
한참을 얘기를 나눠보는 과정에서
그네들의 건강한 삶을 대하는 경건한 자세와
일을 하는 각자의 마음가짐이
수동적인 일반 직원들과 달리
모두들 주인의식을 가지고
스스로의 삶의 일터를
제것으로 깊숙히 받아들여
애정을 가지고 대하는 자세가 마음에 들어
기분좋은 마음으로
구입하게 된것이다.
미리 주문을 해놓은 셈이니
재홍이 혼자 보내도 되는 길이지만
자정이 넘어갈수 있는
밤길 먼길이다보니
기다려야 되는 부모마음이 더 염려되어
함께 동행하기로 한것이다.
다음날은 또 콩을 터는 일이
어느새 또 앞을 선다.
콩의 양이 제법 많아
2 ~ 3 일이 걸리는 일이다보니
며칠후에 또다시 몰려올 비소식에
또다시 지붕작업을 뒤로 미루며
콩을 털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붕은 나중에 씌워도 되지만
콩은 나중에 털면
여러모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농부가 부지런하지 않을수 없는 이유가
반드시 때를 놓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자연의 리듬과 한몸이 되어야지
자연의 축복을 안을수 있기 때문이다.
50 평 하우스에 가득 쌓아놓은 콩들이
탈곡기의 요란한 소리를 따라
노오랗고 까만 어여쁜 콩들을
역시 12 월의 선물처럼
즐거이 안겨준다.
본격적으로 지붕을 씌우려는데
오늘따라 또 웬 바람이 이리 거세게 부는지
비가 와도 문제지만
거센 바람은 지붕작업에 더욱 위험하다.
아무래도 위험할것 같아 한참을 망설이다가
자꾸만 늦추어지는 조바심이 앞을서고
또다시 날씨탓만 하고있을수 없어
조금은 오만한 자신감으로
지붕작업을 강행하기로 하였는데
높다란 지붕위에서
갑자기 불어닥치는 강풍때문에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고
급기야 사전준비 미흡으로
좌우로 석장씩 붙여나갈즈음
틀어지기 시작한다.
그동안 여러번의 경험으로
지붕재를 시공할때는 반드시 줄을 띄우고
지붕재를 석장정도 올려서 미리 맞춰보고 나서야
지붕재 첫장은 제대로 각을 잡아
시공하지 않으면 틀어져버린다는걸
뻔히 알고 있었음에도
거센 바람의 심술탓도 한몫 하였지만
이번엔 워낙 꼼꼼히도 시공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각을 잘 맞추어 놓았다는 오만함으로
괜찮으려니 생각하고 밀어붙였더니
역시나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계속해 나가려면
지붕재 한쪽을 절단하여
각을 새로 잡아나가야 한다.
이럴때면 괜히 심기가
날카로워지는 법이다.
서로 속상해하며
쓸데없는 걱정과 일이 추가되는 바람에
늦은 오후가 되었고
더욱 거세지는 강풍에 일단 일을 중단하였다.
우울한 저녁을 보내고
잠을 자려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이번엔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빈틈없이 제대로 지어보고 싶은 욕심에
유난히 공을 들인 재홍이의 상심이 커
어떻게든 제대로 바로잡을수 있는
해법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리저리 뒤척거리며
이모저모 곰곰이 생각을 거듭하여도
말끔하게 해결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다가
마치 바둑에서 대마가 위기에 몰려
기사회생의 묘수를 찾아내는 열정으로
몇번이고 되풀이해 생각하다보니
문득 묘안이 떠오른다.
우리는 보통 어려운일에 닥치면
관습대로 생각의 틀에 갇히어
좀체로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게 된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보면
아주 간단히 풀릴수 있는데
잘 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생각에 생각을 집중하다보면
반드시 궁즉통의 묘법이
떠오르게 되는 법이다.
그제서야 빙그레 터져나오는 미소와 함께
기분좋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밤새 생각해 낸 방법대로
제대로 시공해 나가니
은근히 마음고생하였을 재홍이도
즐거운 마음으로
지붕작업을 마칠수 있게 된것이다.
우리 모두 한번더 명심하기로 하자.
무슨 일이던 반드시 원칙을 지키기로 하자.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반드시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만하게 잊지 말기로 하자.
나무로 지은 건물은
서까래까지 올려놓았을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그런 모습이 아름다워
얼른 지붕을 씌우게 되는데
막상 지붕을 씌워놓으면
이상하리만치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져 버리곤 하는 것이다
천지간의 생물중에
사람 사는 집만이
벽을 두꺼이 하고
천장을 막고
마음까지 막고 살아가려다보니
자꾸만 아름다운 본성이
사라져가는 것일 것이다.
그지없이 아름다운
하늘과 땅의 소통을
한사코 막아대면서
아름다움만 찾아대는 어리석음을
멈출수 없는 공범이지만
발가벗고 살아가는
원초적 아름다움을
가끔 그리움처럼 되새겨 보기로 하자.
어쨌든 우여곡절끝에
풀천지 세 남정네들의
애타는 정성으로
지나가는 이들의 호평과 칭찬속에
또 하나의 명물이
풀천지 입구에 멋지게
자리잡은 기쁨을 즐거이 전하여본다.
그 와중에도 많은 콩을 다 털고
사과식초 만들고
감식초 만들고
야콘효소 만들고
마가루도 만들고
감자전분등도 만들어 놓았다.
어느것 하나 부족함이 없이
가장 건강하고 깨끗한
최고의 식품을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열심히 공을 들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정신없이 최선을 다하다보니
미처 사진을 찍어두지 못하였으니
어떻게 실감있게 홍보를 하여
언제 제대로 판매 하려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그때마다 풀향기 아내의 투정은 계속 되는데
풀천지의 속내는
애꿎은 며느리 타령만 하곤 한다.
이럴때 야무진 며느리가 있으면
디자인과 포장의 시대에서
이렇게 좋은 풀천지의 건강식품들을
멋지게 단장하여
정깊은 좋은 분들에게
부지런히 시집 보낼수 있을텐데
애꿎은 며느리 타령만 하며
아쉽게 흘러가는 세월탓만 해대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와 걱정은
요즘 돌아가는 나라골이다.
급기야 국정화교과서까지
국민들을 우롱하며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린 앞으로 무얼 보고 살아가야 할까 ?
흑과 백이 뒤바뀌는 눈먼 장님의 나라에서...
기막힌 하루가 또 저물어간다.
카페 게시글
풀천지 일기
12 . 13 기막힌 나날
풀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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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3
15.12.13 22:3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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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쉼터의 지붕재 색이 참 이쁩니다. 풀천지대저택의 느낌이 한결 차분해진느낌이 드네요. 하나씩 하나씩 집이 완성되고 틈틈히 심으신 초록이들이 무성하게 자라 집과 어우러지면 더할나위없이 아름다운 집이 될것 같아요.^^
따뜻한 마음으로 관심있게 살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언제 한번 반가이 만나 즐거운 얘기자리 한번
만들어봐야 될텐데요.
언제 시간나면 연락한번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가던가 풀천지에 오시던가 하게요 ~
무척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뵈오니 ..... 역시 풀천지는 풀천지 마음으로 살아가니 부러운 마음 뿐입니다
하나씩 둘식 아름답게 역어가는 모습을 들여다 보면 천상의 세상을 보는듯 평화로운 느낌이 들어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어찌어찌 살다보니 세월만 가고 나이살만 늘어가느것 같아 안타까운 것이 한두번이
아닌데.... 10 년이 지난 지금 풀천지를 들여다보면 어찌 그렇게 한결같은 마음 , 초심으로 사시는지
궁금 합니다 , 그래요 부모맘은 다같지요 때가되면 며느리 사위아들 보고 싶은것은 다 마찬가지겠지요
건실하고 훌륭한 아드님에 좋은소식 가득 하리라 믿습니다
언제 한번 찿아뵙고 막걸리라도 한잔 나누었으면 합니다
이리 정깊게 살펴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풀천지도 흑곶감님의 정겨움을
한잔술 앞에서 마음껏 나눠보고 싶은 마음 굴뚝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 잘 보내시고
언제고 한가한 시간이 허락되시면
반가운 만남 나누게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