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여행기 - 2
내일 금강산 출발을 하니 가져갈 것들을 준비한다. 며칠 전 아내가 중국여행을 떠나기 전에 배낭은 내 놓았지만 준비물을 직접 챙기는 게 쉽지 않다. 바지는 뭘 입을까? 스타킹은 어디 있지? 사과라도 하나 넣어 갈까? 수첩에 필요한 품목을 적어 나간다.
예금 인출, 환전 300불, 운동화, 등산화, 국민은행 통장, 도장, 카메라, 세면도구(칫솔, 수건)
간식거리, 물통, 자유시간, .....
9/14 아침,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 시계를 빌려 찼다. 2005년 유리가 스위스에서 사온 장난감처럼 생긴 SWATCH, Swiss, (C) SWATCH AG 1996, 이다. 운동화는 배낭에 넣고 등산화를 신고 가자.
07:50 늘 하는 것처럼 아파트 앞에서 301번 버스를 타고 회사에 도착하니 여덟시 반이다.
금요일 계통운영 멤버‘s Day라고 옆팀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이조복집으로 먹으러 가는데 하늘은 무심하게 빗방울이 떨어진다. 주간 일기예보에 주말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단다. 금강산 간다고 준비하는데 비가 내리다니.
점심을 먹는데 건강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머니의 병환과 퇴원, 김아무 과장의 부친이 위암이라는 이야기, 김나중 부장의 부친은 식도암인데 전보다 나아진 모양이다. 요즈음 노인이 병원에 가면 모두 불안하다. 지난 9/10부터 9/13까지 수안보 생활관에 다녀온 송어떤 처장은 수안보의 건강 교실에서 들었다며 식초가 통풍에 좋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전직 직원이 자신의 경험과 질병 치료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이란다. 관심을 갖고 전해준 것이 고맙다.
식사 후에 국민은행으로 가서 10$*10매, 5$*10매, 1$*20매 170달러를 찾았다. 한화로는 161,415원으로 오늘의 환율은 949.5원이다.
동생으로부터 어머니를 퇴원시켜 면목동 동생네 집으로 모셨다는 메시지를 보고 전화 통화를 한다.
잠시 후 아내로부터 공항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어머니도 퇴원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한참 뒤 아내는 올림픽 대로인데 정체되어 오래 걸린다고 전화가 왔다. 조아무 부장은 구판장에 전화를 걸어 비옷이 있는지 물어보더니 6개가 있다며 나에게 6천 원을 꾸어간다. 한 개를 주며 2천 원씩 받아야겠다고 한다. 금방 부자 되겠네!
어느 공사에서 맥가이버 최, 김구, 김근, 장성, 이욱 부장 등이 한참 떠들고 간다. 김 과장의 노력으로 규칙 두 권을 어렵게 구해 주었더니 레터도 부탁한다. 내 시계를 보더니 무척 놀란다. 색동저고리 같은 색상이어서 그렇다. 차마 금강산 간다고는 못하고 산에 가는데 필요해서 아이 것을 빌려 차고 나온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17:30 조아무 부장이 저녁 식사 예약을 했다하여 전무님과 함께 소담한 골로 가서 갈치찌개를 먹는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 있다. 강원도에는 내일 새벽까지 60~120mm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방송에 나온다. 식당 아주머니가 다른 이들에게 들었는지 금강산 간다는 이야기를 한다. 식당 아저씨는 우리가 먹는 모습을 보며 부족한 것이 있으면 추가로 가져다준다. 추가로 가져다준 밴댕이젓이 잘 익었다. 간장게장 메뉴를 개발하면 잘 팔리겠느냐는 질문에 인근에 있는 꽃지 식당을 이야기 해주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서류를 갈무리하고 정한 시간인 18:30 버스에 탔다. 버스 2대에 나누어 승차한 직원 및 가족, 친척들이 한편으로는 내리는 비를 염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은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김아무와 함께 27, 28 좌석에 앉았다. 18:35 출발한 버스는 회사를 빠져나오는데 퇴근시간과 맞물려 잠실 방향으로 가는데 길이 많이 막혀 시간이 제법 걸린다.
18:50 잠실 운동장 부근에서 좌회전하여 올림픽 대로로 간다. 눈을 감고 기도하는 사이 졸음이 온다. 19:45 그사이 양평부근을 지나는 모양이다. 비 오는 밤거리는 아름답다. 왼쪽 8km에 한화 리조트가 있다는 간판이 보인다. 기사 아저씨의 배려인지 제목을 알 수 없는 영화가 한 시간 가까이 돌아가고 있다. 우리가 앉은 좌석 건너편 시렁에 스피커가 있어 음향이 너무 커서 귀가 괴롭다. 가끔 보는 TV 화면에는 서커스, 주현, 박준규 등이 나온다. 배연정 소머리 국밥집을 지난다. 19:54 양평읍 37번 국도 분기점이다. 이어 6번 국도로 달린다. 20:02 양평군 용문면 다문리 ‘여기가 좋겠네’라는 휴게소를 지나고 20:07 면 경계를 지나 단월면으로 들어선다. 줄지어 農心 보신탕, 양평공원 간판, 양동 성당 이정표가 보인다.
하염없이 비가 내리니 유행가가 떠오른다.
비 내리는 영동교 - 주현미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그 사람은 모를 거야 모르실 거야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눈물에 젖어
하염없이 걷고 있네 밤비 내리는 영동교
잊어야지 하면서도 못 잊는 것은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 봐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헤매도는 이 마음
그 사람은 모를 거야 모르실 거야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아픔에 젖어
하염없이 헤매이네 밤비 내리는 영동교
생각 말자 하면서도 생각하는 건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 봐
TV의 화면에는 갑자기 친절한 구씨?라는 자막이 나타난다. 도대체 영화제목이 뭐지? 작가 에드워드 포스터의 원작인 영국 영화 ‘전망 좋은 방’에서도 막이 넘어갈 때마다 자막이 나타났었는데.
Vivaldi park 간판, 44번 국도로 강원도 경계를 지나 홍천군 남면으로 들어선다. 20:20 홍천 휴게소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리며 주차중 부장에게 영화 제목을 물어보니 구미호 가족이란다. 측간에서 소피를 보고 편의점에서 음료수 통으로 쓰려고 PET 통이 단단한 쌀음료 아침햇살을 샀다.
20:40 차에 오르니 조아무 산악회장의 인사와 총무의 안내가 이어진다. 홍천 휴게소를 출발한다. 팔봉산 휴게소, 이어 며느리고개 터널을 지나 며느리재를 넘어간다. 美親笑 주유소, 새홍천 주유소 옆 팰레스 모텔 앞에 세운 ‘물침대’ 낡은 간판이 고전적이다.
21:05 성산3교를 지나는데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린다. 이번에는 혜은이의 새벽비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새벽비 - 혜은이
새벽비가 주룩주룩 철길을 적시네
새벽비가 주룩주룩 지붕을 적시네
삑삑 삑삑 기적이 울리면
이제 정말 나는 갑니다
새벽비가 주룩주룩 창문을 적시네
새벽비가 주룩주룩 얼굴을 적시네
삑삑 삑삑 야음을 남기고
새벽차는 떠나갑니다
아아 아아아 사랑하고 있는데
아아 아아아 내 마음 어디로 가나
비를 뚫고 칙칙칙칙 기차는 달려가네
정을 두고 칙칙칙칙 한없이 달려가네
삑삑 삑삑 메아리를 남기고
이제 정말 나는 갑니다
아아 아아아 사랑하고 있는데
아아 아아아 내 마음 어디로 가나
비를 뚫고 칙칙칙칙 기차는 달려가네
정을 두고 칙칙칙칙 한없이 달려가네
삑삑 삑삑 메아리를 남기고
이제 정말 나는 갑니다
76사단 간판이 보인다. 지난 여름 8.4 토요일 성당 청년회의 속초 수련회 독려를 위하여 김 그레고리오 시설분과장과 함께 10시간이나 걸려 비 오는 이 길을 지나갔던 것이 생각난다.
화양江 휴게소, 21:09 황교골 교차로(철정3리), 홍천江, 두촌교, 자은교, 어느새 인제군 남면 어론교, 어론초교, 어론교차로, 어론리(적골, 동작골), 다물교, 신풍리를 지난다. 21:23 신남, 양구 나가는 길, 모루박 교차로, 왼쪽은 소양강인데 비 오는 밤에 무엇이 보이겠는가?
관광버스 차내 알록달록한 천정등은 유리창에 반사되어 다른 차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밤이 깊어지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이가 ‘쌔근쌔근’ 잠들었다. 내 앞의 조어떤 부장네 사모님은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깜짝 놀라 자세를 바로 한다. 무심한 운전기사는 뉴스도 틀지 않는다. 21:32 터널을 지난다. 인제군 인제읍 내린천 휴게소, 合江亭을 지나 북면으로 접어든다. 합강정은 소양강과 인북천이 합해지는 합강리에 있는 정자이다.
금강산 산행과 관광에서 나는 무엇을 볼 것인가? 국민학교 음악 책에 나오는 노래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 이천 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철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최영섭 작곡의 가곡 ‘누구의 주재런가 맑고 고운 산.....,’ 을 확인할까?
아니면 창조주 하느님의 큰 힘을 보고 성가 2번을 부를는지? 종교적 신념, 아니면 전문학교 국어책에 나오는 관동별곡이나 금강산 여행기처럼 만산 홍엽일까? 등산을 통한 체력 단련일까? 통일 염원, 지리적 탐구, 자연의 섭리, 작품 사진, 탈 것, 볼 것, 먹을 것, 놀 것, 온천, 북한 사람, 유명한 곳, 무엇을 얻고 보려는가?
인제군 북면 원통리 44, 46번 국도의 한계교차로에서 46번 국도로 갈라진다. 이때가 21:47이다. 미리내 캠프, 백담사 만해 마을, 10:02 용대리 주유소를 지난다. 여기서 미시령 터널 방향으로 가지 않고 왼쪽 진부령 옛길로 가는 모양이다. 주변에 간판도 없고 이정표도 보이지 않는다. 22:12 진부령 정상을 지났는지 내리막길이다. 여기서부터 고성군 간성읍이다. 이어 거진읍으로 들어가 이기붕, 김일성 별장이 있었다는 화진포로 향한다. 첫날 행선지는 남한의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의 금강산콘도이다.
22:50 대진 삼거리를 지나고 곧 이어
22:53 숙소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239번지 TEL: (033)680-7800 금강산 콘도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