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남아 선호 사상으로 거의 모든 누이들이 오빠나 남동생을 위해 많은 삶을 양보하고 희생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띠 동갑인 우리 누님도 여섯이나 되는 남자 형제들을 대신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희생을 하였다. 사촌 누이들도...
나이아가라는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포도와 꽃 농장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매년 10만명에 가까운 자메이카를 비롯한 멕시코등 저개발 국가의 인력들이 이 농사 일을 위해 1월부터 들어 와 11월 말까지 체류하다가 간다. 단순 몸으로 하는 노동에 가깝지만 그 나라들에서는 그래도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라야 뽑혀 올 수 있단다. 각 농장에 수 십명씩 합숙소에서 먹고 자고 일한다.
금요일 오후에 일이 끝나면 주급을 받아서 농장에서 제공하는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외출을 나온다. 자기 나라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주고, 자기가 다음 일주일간 먹고 살 비품과 전화 카드등을 사고, 외식할 시간이 없어 간단히 테이크 아웃 식품을 사가지고 합숙소로 돌아 간다. 그것이 매년 한 치의 어김없이 돌아 가는 일상이다.
옛날에 우리 나라가 어려웠을 때, 서독광부와 간호사같은 해외 노동인데 그 중의 한 착한 자메이칸 친구를 하나 알게 되었다. 포도농원에서 20년 넘게 일을 했는데 발가락이 다 무좀같은 병이 생겨 짓물러서 치료를 해도 낫지 않아 일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한방의 조언을 들어 같이 치료를 하려고 오랫 동안 노력을 했지만 크게 호전이 되지 않았다. 병가를 냈지만 진척은 없고, 보험과 국가의 지원이 늦어 한 동안 힘들게 살았다. 힘들 때 부인도 이혼을 하고 가버리고 아들은 학교 근처로 독립해 나가 버렸다.
힘들게 지내던 어느 날 여동생이 왔다고 해서 일식집으로 초대를 했더니, 그녀는 미국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다고 소개를 했다. 다른 여동생은 자메이카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고, 또다른 여동생은 자메이카에서 잘 나가는 비지니스우먼이라 했다. 오빠가 세 여동생을 위해 캐나다 농장에서 그렇게 고생했는데 몸도 쇠약하고, 발가락 때문에 일도 못하는 사이에 나이는 들고, 이혼도 하고 술에 빠져 방황을 한다고 도와 달라고 했다. 돈을 주면 다 술로 탕진을 하니 안 준다는데 하나뿐인 조카에게는 따로 지원을 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버팔로 미국 나이아가라나 캐나다로 출장을 오면 인편에 자메이카 전통 럼주를 보내 왔다. 오빠에게는 왔다갔다고 하지말고 술 좀 덜 마시고 건강을 지키게 해달라는 당부만 전하고 가서 입장은 이해하지만, 양쪽으로 부담스러 웠다. 오빠는 웬만하면 우리 달리기 팀에 합류를 시켰겠지만, 발가락이 아프고 몸이 너무 쇠약해 그러지도 못하니 친구만 되어 주기로 했다.
다행이 젊어서 부지런해 캐나다 영주권을 받은터라 지금은 은퇴연금도 나오고, 발가락도 서서히 나아 근근히 살게 되었다. 평생 농장일만 하면서 발가락 질병에 시달리다 보니 취미도 없고, 맥주 마시고 담배 피면서 텔레비젼이나 보는 노인의 일상이 되었다. 고생 고생해서 여동생 셋을 잘 키운 뒤 되돌아 보니 보람은 있었지만 자신은 없었고, 건강은 약해지고 나이는 들어 허탈감에서 헤매면서 술에 집착했지 싶어 측은 해 보였다.
착한 오빠의 슬픈 얘기, 어려운 시절 남아 선호사상의 피해자라고 해야 할, 양보라기 보다는 희생을 한 우리의 누이들의 심정도 이랬지 않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온다. 2주 뒤면 또 새해 농사를 위해 수 만명의 중남미에서 착한 오빠와 아버지들이 슬프지만 행복한 꿈을 위해 멀고 먼 이 캐나다 농장으로 온다. 나라가 부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지 새삼 고맙고, 오늘이 있도록 희생해 준 착한 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첫댓글 '나이아가라'는 사람사는 이야기가
물씬물씬 한 곳이네요.
글의 소재거리가 많기도 하지만
글로 엮어내는 순발력 또한 대단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인종을 초월하여
똑같네요. 덕을 쌓고 사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세상 어디엔들 착한 사람들이 없을까요?
방송할때도 늘 구상하던 것이 나쁜 뉴스 없는
착한 뉴스만 있는 세상에 대한 미련이 많았네요 !!!
십자가에서 예수님 끌어 내려 가슴에 안고
착한 사람들 찾아 다님 함께 기뻐하면 안되냐고?
그럴수록 "홍익"에 빠지게 되더군요
새해에는 보다 많은 착한 사람들을 만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