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줄기인 희양산은 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의 경계를 이루는데 거대한 바위가 한 가운데 들어앉아 산맥을 단절시키듯 솟아있다. 산세가 험준하여 한말 의병의 본거지가 되기도 했으며, 조계사의 정신수도원인 봉암사가 있는 명산이다.
정상에서 북쪽은 시루봉, 서쪽으로는 구왕봉으로 이어져나가며 기세를 진정시켜주지만 동남서로 노출된 암장은 록클라이밍 코스로 다시없어 좋아 이미 여러 개의 코스가 개발되었으나 봉암사 측에서 스님들의 참선수행의 기도를 위해, 자연훼손을 이유로 연중입산을 통제하기 때문에 정해진 등산로를 제외하고는 일반인이 산에 들 수 없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거대한 화강암벽은 설악산 울산바위에 필적할 수 있으며 암벽 하단부인 200여 미터의 슬랩과 암벽은 보기만 해도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정상 남쪽 아래 유서 깊은 봉암사에서 일반인 접근을 막고 있으므로, 옥석대와 그 주변 일대에 펼쳐진 봉암사계곡의 뛰어난 경관을 멋진 산행과 함께 즐길 수 없어 아쉬움을 더하게 한다. 석가탄신일인 사월 초파일을 전후로 한 달 간은 일반인에게 산의 출입을 허용한다.
회차: 제53회
언제: 2009. 06. 06.(토)
날씨: 대체로 흐림
코스: 은티마을-해골바위-지름티재-전망바위-밧줄구간-희양산-
갈림길-성곽터-906m봉-배너미평전-시루봉-계곡길-은티마을
누가: 산우 7명 (지피지기, 鎭山J, 아라, 해수, 탈렌트韓, 好山那, Lockey)
거리: 약 12km
시간: 5시간 10분 (09:10~14:20) - 휴식시간 포함
▲ 집의 정원수로 뽕나무를 심어 놓으면,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열매가 잘 익을 때 온갖 새들이 몰려와
당도 높은 오디를 따먹으며 지저귀는 소리를 즐길 수 있다는데...
- 노래 한 곡도 부르지 않고 생짜배기로 마구 오디를 따먹는 무례한(?)들...
- "바람은 소리가 나는데..."
제53회 산행지로는 바위산으로 유명한 백두대간상의 희양산을 찾기로 합니다.
이름도 예쁜 괴산군 연풍면 은티마을은 여러 산(마분본, 악휘봉, 주치봉, 구왕봉, 희양산, 시루봉)을 원점회귀로 산행을 할 수 있고, 또 백두대간을 구간별로 끊어 탈 수 있는 요충지로서 연중 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빈 버스 한 대가 주차장에 있는 걸로 봐서 안내산악회에서 백두대간을 왔나봅니다.
길가의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정신없이 따먹으며 걷다가 산행들머리에 위치한 멋지게 쭉쭉 뻗은 소나무 옆의 은티마을 유래비를 읽고 있는데, 엄마 손잡고 마주오던 동네 아이들이 깍듯이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지나갑니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순박하고 예의바름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키 큰 노송과 어울린 유래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담다 문득,
'아참!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값이라도 줄 걸...'
하고 생각했을 땐, 형제로 뵈던 6~8세 아이들은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개울 앞 왼쪽의 주막집 창틀위엔 대간꾼들이 흔적으로 남긴 수많은 리본이 멋대로 찌그러진 양은주전자와 함께 줄에 걸려 백두대간쉼터의 특이한 액세서리로 치장되어가고 있습니다.
초로의 부부와 그의 아들인 듯한 20대 청년이 경운기를 타고 가면서 반갑게 맞아줍니다.
'안녕들 하세유~' 일터로 향하는 그분들에게 미안한 복장을 한 우리들은 어색해서,
'아! 네에- 수고 많으십니다.' 황급하지만 힘없는 목소리로 인사를 받습니다.
벌써부터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은티마을이 예의바른 아이들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으로 다리를 건너며 뒤돌아보니, 나무그늘에선 얼굴에 골 깊은 주름의 할머니들이 산나물과 산딸기를 팔려는지 비닐봉지에 나누어 담고 계셨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아이로부터 노인까지 등장하는 은티리의 아침풍경은 부지런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예절바른 동네임을 새삼 느끼게 하였습니다.
▲ 은티마을 유래비
▲ 멋진 소나무의 곡선과 어우러진 하늘이 점차 흐려지고..
▲ 수많은 대간꾼들의 흔적..
▲ 오늘의 산행구간..
▲ 바위로 이루어진 희양산이 보이고..
▲ 최근 지은 것으로 뵈는 펜션들..
▲ 희양산과 구왕봉을 잇는 안부 -
오늘, 저 지름티재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 구왕봉 오른쪽의 악휘봉, 마분봉능선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손놀림)를 잘하라고 합니다. ^^
▲ 대간 길 능선으로..
▲ 많은 대화를 나누는 두 분이 정답게 보입니다.
▲ 성터 길은 안전한 길, 지름티재 길은 험난의 길..
▲ 해골바위를 지나며 서서히 경사가 급해집니다.
▲ 지름티재 - 문경과 괴산을 잇는 고개
나무를 엮어 견고한 담을 쌓고 그 가운데 망루 위에서
스님 한 분이 희양산쪽으로의 입산을 감시, 통제하고 있습니다.
- '이곳부턴 봉암사 소유의 땅이니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 '오래전부터 계획한 정기산행이니 한 번 양해하여 주십시오.'
도망가다시피 빠르게 통과하는데 뒤꼭지에 꽂히는 비수 같은 한마디...
- '올라가셔도 헛수고입니다. 저 위에서 여러명이 지키고 있습니다.'
아뿔사! 말로만 듣던 몽둥이 든 스님이 떠올랐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어쩝니까?
- '예, 만나서 말해보고 그래도 통제하면 도로 내려오겠습니다.
스님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발소리, 숨소리 죽이며 조심조심 올라갑니다.
▲ 집채만 한 큰 바위에 올라서 잠시 쉬어갑니다.
▲ 바라보이는 저 바위의 직벽구간 100미터 이상을 밧줄잡고 올라야하므로
이곳에서 간식 들며 휴식하고, 스틱길이 원위치하여 배낭에 맵니다.
▲ 고도를 높여가니 소나무 사이로 풍경이 나타나고..
▲ 밧줄구간이 시작됩니다..
- 저 위쪽에서 두 사람 이상의 말소리가 들릴 듯 말듯합니다.
▲ 선등자가 한 오름을 안전하게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합니다.
▲ 앞으로 약 10분간의 줄타기가 이어집니다.
▲ 밧줄구간을 오르며 나무사이로 바라본 풍광..
▲ 건너편 구왕봉이 같은 눈높이에...
▲ 남쪽의 대간 길은 끊임없이 이어져 속리산으로 향하고...
▲ 이곳은 백두대간에서 손꼽히는 밧줄구간중의 하나입니다.
- 눈비 올적엔 정말 위험한코스입니다.
▲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여 -
몇 개의 바위 턱을 밟고 올라야 한 오름 밧줄구간이 됩니다.
▲ 그 오름 밧줄구간 예닐곱개를 통과하면 드디어 주능선에 서게 됩니다.
▲ 鎭山J님, 조금만 더 힘내세요~
▲ 위험구간을 다 올라서니 대간하는 안내산악회원들이 보입니다.
▲ 입산통제 안내판
- 안내산악회원들은 먼저 통과한 그들의 선두대장 무전을 받고,
여러명의 스님들이 지키는 희양산 정상을 밟지 않고
왼쪽의 성터 길을 따라 이만봉쪽으로 가겠다고 떠납니다.
- 여기서 우리일행은 일단 정상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스님들을 만나면 '기념사진 한 장 박고 바로 내려가겠다'고 하기로 하고...
▲ 구왕봉 너머의 산줄기는 대야산과 속리산으로 이어지고...
▲ 반대편(북쪽)엔 조령산과 신선봉이 월악을 향해 뻗어갑니다.
▲ 산기슭에 봉암사가 보입니다.
- 봉암사(鳳岩寺): 경북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 희양산 기슭에 위치한
신라 헌강왕 5년(879)에 지증대사가 창건한 전통사찰로서,
이 절을 창건할 당시 닭 한 마리가 새벽을 알렸다고 봉암사라 이름 붙였다함.
▲ 좀 더 가까이...
▲ 스님들이 과연 몽둥이를 들고 있을까요...
▲ 이쯤에서 7~8명의 건장한 젊은 스님들을 만납니다.
가만 눈치를 보니 경계를 끝내고 마침 하산하려던 참에 우릴 만났나봅니다.
- '아이고, 산님들! 여길 어떻게... 입구에 안내판을 못 보셨나요?'
- '보긴 했지만, 하도 명산이란 소문에 답하고자 서울서 시간내어 찾아왔습니다만...'
(스님들이 배고프게) 가능한 시간을 끌며, 예로 모자를 벗으며 천천히 말을 잇습니다.
- '바람처럼 소리없이 왔다가 딱 사진 한 장 박고 흔적없이 돌아갈 생각중입니다만...'
여섯 명이 스틱을 땅에 꽂은 채 미동도 않자, 일순간 잠잠하더니 그중 나이든 한 스님이,
- '보아하니 점잖은 분들 같으니 시진만 찍고 조용히 가시길 당부합니다.'
-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휴~) -_-;;
맨 뒤의 젊은 스님이 우릴 힐끗 보더니, 불만인듯 투덜투덜 하며 내려갑니다....
- '바람은 소리가 나는데, 바람은 소리가 나는데...사바하...'
▲ 정상가는 암릉 길에서...
▲ 초라한 희양산(998m) 정상석
- 이것도 산객이 만들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몽둥이를 든 스님은 없었고 모두가 온화한 얼굴을 하고 계셨습니다.
다만, 너럭바위 구석 바위틈에 먹다 숨겨놓은 과자포장지가 보일 뿐입니다.
▲ 문경 쪽입니다.
▲ 성곽 길을 따라서..
▲ 905봉과 906봉을 차례로 넘고..
▲ 갈림길 - 시루봉을 다녀와서 다시 은티마을로..
▲ 배너미평전에서 식사중인 대간꾼들..
▲ 이만봉 반대 길이 시루봉 쪽..
▲ 후미를 기다리며 휴식..
▲ 시루봉을 오르며 왼쪽으로 바라본 희양산과 구왕봉.
그 너머엔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이...
▲ 시루봉에서 바라본 문경쪽..
- 왼쪽의 조령산, 신선봉 라인과 오른쪽의 주흘산봉우리들..
▲ 이화령을 오르는 옛길 뒤로 조령산과 암릉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이..
▲ 조령산 아래로 옛길과 새 길이 나란히 달리고..
▲ 희양산과 구왕봉..
▲ 시루봉(914m)에서 기념으로..
▲ 하산 길을 가로막는 부러져 아래로 쏟아진 나무..
▲ 산행종점 근처인 다리를 건너자 두 할머니께서 산나물과 산딸기를 팔고 계십니다
- 일행은 한 봉에 5,000원 하는 산딸기를 삽니다.
▲ 손두부와 산채비빔밥으로 맛있는 식사 후 식당을 나서자,
주인장(좌)께서 은티마을에 찾아주셔서 고맙다며 손가락꺾기로 예를 표하자,
'鎭山'님께서도 음식솜씨를 칭찬하며 화답으로 손가락꺾기로 예를 갖추는 장면.
- 옆에서 물끄러미 보면서 두 사람의 인사법을 배워 연습하는 '아라'님... ㅎㅎㅎ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Lockey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