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서울 삼성동 거리에 60~80대 패셔니스타들이 떴다. 왼쪽부터 62세 민주현, 72세 김귀선, 61세 윤경숙, 74세 안경희, 74세 서추자, 84세 지채련씨. 전설적인 1969년 앨범 ‘애비로드(Abbey Road)’ 커버 사진 속 비틀스 멤버들처럼 횡단보도 가운데 서서 포즈를 취했다.
노인과 패션. 노인과 바다도 아니고 노인과 패션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다. 패션이라고 하면 흔히 20대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어떻게든 20대처럼 보이고 싶어서 30, 40대부터 주름 펴기 수술에 돌입하는 한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지난 14일 서울 삼성동의 한 빌딩 지하 1층에 있는 ‘뉴시니어라이프’ 사무실. 당당하게 자신의 노년을 즐기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패션쇼 런웨이처럼 꾸며진 무대에는 50~80대 남녀 20여 명이 당당한 자세로 무대를 활보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이는 올해 84세인 지채련(강원도 원주시 흥업면)씨였다. 이날 그의 의상은 빨간색 원피스와 노란색 스카프. 84세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꼿꼿한 자세로 무대에 선 그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경쾌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는 큰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사랑하던 딸까지 암으로 떠나보낸 후 술에 의지하며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시니어 모델을 시작했다. 지씨는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간을 행복하게 채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74세 안경희(서울 압구정동)씨는 이날 오렌지색 원피스를 입고 무대를 누볐다. 그는 5남매를 모두 시집·장가 보내고 나서 찾아온 지독한 우울증을 떨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눈만 뜨면 울고 싶고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병원에 다니고 약도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신을 꾸미고 패션쇼 무대에도 서면서 우울증이 사라졌다. 안씨는 “평소엔 점잖게 입는 편이에요. 하지만 여기선 화려하게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어요”라고 말했다. 얼마 전엔 멋지게 차려입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멋진 모습 좀 더 감상하게 천천히 걸어오시지 그랬느냐”고 했다며 “빈말이라도 기분 좋았다”며 웃었다.
62세 민주현(서울 반포동)씨는 며칠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산소에 가서 어머니께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1m67㎝의 큰 키와 긴 팔다리를 물려받은 덕분에 늦게나마 패션 모델로 활동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큰 키 때문에 기린이니 콩나물이니 놀림을 당해 맨날 주눅 들어 움츠리고 살았다. 아나운서를 꿈꾸던 그는 24세에 7남매 집안의 맏며느리가 되면서 그 꿈을 접어야 했다. “그땐 나를 버리면 집안 모두가 행복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두 아들을 모두 키우고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마친 올해 초 정말 나를 위해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시니어 모델을 시작하게 됐어요.”
첫댓글 Good old star!!! 축하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활기찬 모습, 보기 좋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대단합니다..화이팅,, 우리도 이런 마인드를 배워야,,,
노소를 막론하고, 키는 좀 크고 볼 일,,,,축하 합니당,,,!
축하!!멋있습니다!!
축하합니다...
축하, 축하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