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14코스 -저지마을회관에서 한림항까지-
저지마을회관 - 저지밭길 - 허브제약입구 - 나눔허브제약 쉼터 - 큰소낭 숲길- 삼거리 - 오시록헌 농로 - 월림잣길 - 굴렁진 숲길 - 선인장밭 숲길 - 무명천 산책길 - 월령해안 입구 - 월령포구 - 금능포구 - 금능해수욕장 - 협재해수욕장 -협재포구-옹포포구 -한림항- 비양도 도항선 선착장(19.3 km)
2010년 6월 10일 올레길을 걷기 위해 다시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왔다. 버스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담배즐기기 시간을 갖는다. 내려놓은 가방 곁에 할머니와 손자가 짐 보따리 내려놓고 마냥 버스를 기다린다. 매번 이곳에 올 때마다 그 모습 그대로, 작은 움직임도 없이, 오가는 사람들과 눈맞춤도 없이 그 곁에서 내 눈은 담배연기를 따라 움직인다.
저지오름, 저 곳에 오르고 싶은데... 그 아쉬움 때문에 눈길은 자꾸 뒤를 돌아다 본다. 미련과 상처는 자꾸 우리를 그 자리에 다시 불러 세운다.
큰소낭 숲길을 걸어나온 뒤의 첫 만남 그 느낌은 아프다. 저기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걸까? 내 안에도, 내 삶의 자리에도 나와 친구들에게 아픔을 주는 잘못된 자리잡음은 없을까? 어색하기 그지 없는데... 내 삶의 무질서가 준 어색함을 나는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겨울과 봄, 초록의 싱싱함을 하늘을 향해 뿜어올린 보리밭이 밑둥만을 남긴 채 여름을 향해 서 있다. 아무것도 없는 빈, 텅빈 밭보다 더 쓸쓸하다. 용서하지 못하는 속좁은 마음, 어제의 상처와 아픔을 곱씹는 어리석음, 비우고 털어내고 새로이 시작해야 하건만 주저 앉아버렸다.
오시록한, 뒤이어 따라오는 풀이 "은밀한" 물레방앗간, 갈대밭...! 꼬리를 물고... 야릇하다.
외지고, 감추어졌으며,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저 모퉁이일까? 기대반 설렘반으로 이끌려든다.
요 귀퉁이만 넘으면... 은밀한! 어디일까? 아, 이미 내가 지나친 저 돌아드는 길 그 곁의 나무 한그루가 치맛단을 길게 펼쳤구나!!
걷는 사람 쉬어가라 한다. 흐르는 땀 딱고 쉬어가라 한다. 멈춘다. 초대에 응하는 것 또한 배려겠지, 통 큰 내가 쉬어간다.
난 쉬고 있는데, 저 아줌마 쉬지도 않고 계속 걸어간다, 내가 온 길을 되짚어 걸어간다. 내가 초대할 수도 있었는데, 오시록한 곳도 아닌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참 멀고 멀다.
월령리에 가까운가 보다 선인장들이 몸에 가시를 달고 손을 내민다. 눈엣가시처럼 손 내밀기가 쉽지 않다. 한발짝 떨어져서 적당한 눈인사만 전한다.
굴렁진숲길인가? 좁은 길, 굽은 길이다.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 안으로 들어간다. 이리저리 휘청일 때 그 누군가가 나를 받쳐주고 그 누군가가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곧은 길 쭉 뻗은 길을 곧게 곧게 걸어갈 때 이웃을, 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한 가족의 보금자리는 따뜻하고 아름답다. 내 마음의 보금자리에는 꽃이 피어있을까?
무명천 산책길을 걷고 걷고 걸었다. 한참을 걸었다. 그 길이 끝나가는 지점, 월령해안이 가까울수록 선인장은 허드러지게 척박한 제주의 땅 주인이 되었다.
월령리 해안, 조용하다. 거대한 바람개비만이 주인행세를 한다. 낮게 무리지어 선인장은 숨어버렸다. 담 뒤로, 바위 뒤로...
겸허하다. 가난하다. 폭 안기고 싶다.
어찌하리오! 저 처절한 생명을 어찌하리오. 허리케인이 몰아쳐도 그 자리에서 너는 처절한 생명으로 오늘을 살겠구나!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인장이 자생하는 지역 선인장밭 길 월령리 해안 바위를 뒤덮은 선인장 야생 군락지 천연기념물 제 429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저기 저 바다 곁 정자에서 김밥 한 줄과 물 한병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다음에는 김밥 두 줄을 준비해야지...
내가 머물렀던 정자 곁의 바닷가 동네 바닷바람을 마주하기 위해 키를 낮춘 모습들에서 생활의 지혜를 배울 수 있기를... 강하게 마주하며 다가오는 많은 것들 그대로 마주하다가는 상처와 아픔, 부서짐 밖에 없다. 마주오는 바람은 살짝 피한다고 해서 자존심 상해 하기 없기!
그림자 걷어 올리기 둥근 인생 둥글게 살아가기 편하게 이웃 바라보기...
월령리 바닷가를 돌아서면 눈 앞에 비양도가 수평선 위에 떠 있다.
아쉬움에 돌아본다. 혹, 남겨두고 온 것은 없는지 뒤돌아본다.
돼지 한 마리 복주머니 속에서 웃는다! 요람의 아기처럼 눈 마주치는 사람에게 행복 한 웅큼 퍼준다.
무슨 생각?
월령을 지나 금능으로 들어서는 초입, 한라산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다.
비양도는 천년 전인 1002년 (고려목종5년)에 분출한 화산섬으로 제주 화산섬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천년의 섬 비양도 전설, 두 가지
첫 번째 전설 비양도는 원래 중국쪽에서 조류를 타고 떠내려와 여기서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때 임신한 해녀가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따다가 난데 없이 큰섬이 떠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해녀는 이상히 생각하며 이섬에 올라가 쉬다가, 소변이 마려워 그 자리에 소변을 보았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떠 다니던 섬이 그 자리에 멈추어 버렸다는 전설.
두 번째 전설 비양도는 고려시대 중국에서 날아와 생겼다 한다. 중국에 있던 한 오름이 어느 날 갑자기 날아와서 지금의 위치에 들어 앉았다는 것이다. 날아와 떨어진 오름이라는 비양도는 오름이 갑자기 날아와 협재리 앞바다에 들어앉아 바닷속에 있던 모래가 넘쳐 올라서 협재리 해안가를 덮쳤다. 해안에 있던 집들은 모래에 덮혀 버렸다. 지금도 모래밑을 파다보면 사람뼈, 그릇들이 나오고, 아주 부드러운 밭흙이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비양도 오름이 날아오다 잘못 왔다고 해서 확 돌아 앉으니 그만 그 자리에 멈추게 되었고, 그래서 비양도 오름이 돌아 앉은 형체라 한다.
비양도를 마주한 협재/긍능의 바다는 옥빛이다. 물길이 얕아 해변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 갈 수가 있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바글바글 그들의 신나는 물놀이는 돌아가자는 선생님들의 애절한 호르라기 소리도 집어 삼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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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한림항 뉘였뉘였 해가 지려 한다.
저녁은 뭘로 먹을까? 한림읍 제주은행 뒤편 찾아든 식당은 "영일만 식당" 요즘 영포라인 어쩌구 저쩌구 말이 많은데 포항, 내 어린시절 모든 기억이 담겨있는 곳이기에 간장 게장 정식으로 저녁상을 받았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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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늘바다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바다
첫댓글 지난달의 올레를 이제야 겨우 올립니다.
14-1 코스도 이미 걸었지만 나중에...
무슨생각??? - 담배 생각.... ^^ (뒷모습이 셔츠 왼쪽 가슴 주머니에서 담배 꺼내는 폼...ㅎ)
정답입니다. 그 아저씨 담배 꺼내셨어요. 그 아래에서 한 아줌마는 열심히 일을 하고 계셨구요.
숨죽이며 순례하는 마음으로 여정을 쭉~~~~~~ 따라서 ㅋ ....모든것 뒤로하고.........저녁으로 받은 간장게장 밥상....행복하셨나요? ..더위에 건강하십시오 ^^*! 샬롬
82년 봄 신혼여행때가 고 그리고 88년쯤 방문후 아직것.... 가고픈곳입니다. 그마음이 더욱더 절실하게..... 고맙습니다.
참 좋네요. 모두가...
감사합니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