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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三國志)제176편 ※
주유의 고민
손권이 모친과 이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수군 훈련차 파양호에 나가있던 강동의 수군도독 주유(水軍 都督 周瑜) 는 손권의 소환 명령을 받고, 밤낮을 도와 강동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하여 주유는 본가에 도착하여 갑옷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 입었는데, 시종이 들어와 아뢴다.
"도독 ! 장소, 우번, 고옹, 설종 선생께서 오셨습니다."
주유가 그 소리를 듣고,
"음, 밤이 깊어 조용히 돌아오려고 했었는데, 어찌 알고 찾아 왔나 ?"
주유는 이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린 뒤,
"차를 준비하여라."
하고, 명하였다.
잠시후, 내실 세숫간에서 손과 얼굴을 세소하고 나온 주유의 앞에는 네 사람의 대신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주유가 들어서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였다.
주유는 그 모습을 보고,
"아 ! 일어나지 마시고, 그대로 앉아 계십시오. 그런데 야심한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
하고, 간략한 예를 표한 뒤에 단상 중앙에 앉았다.
그러자 장소가 주유를 보고,
"도독 ! 강동에 위기가 닥친 사실을 알고 계시오 ?"
"하며, 거두절미 하고 물었다. 주유는 조조가 강동에 띄운 선전 포고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낯빛 하나 변하지 아니하고 능청스레,
"이제 막 도착하여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 말을 듣고 장소는,
"그렇습니까 ? 백만 대군을 거느린 허창의 조조가 강동에서 주공과 함께 사냥을 하고 싶다고 하였소."
하고, 말한 뒤에, 함께 온 대신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이어서,
"우리는 강동이 전쟁의 화마에 휩싸이는 것을 원치 않아 주공께 투항할 것을 간청드렸소이다.
헌데, 노숙이 데리고 온 유비의 책사 제갈양이 자신들에 불어닥친 화를 피하고자, 주공께 전쟁을 부추키지 않겠소 ?
도독은 강동에서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필시 주공께서 도독의 생각을 물으실 것이오.
하여, 우리는 도독에게 우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밤이 늦었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찾아 왔소이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주유는 그 말을 듣고, 장소와 함께 찾아온 대신들에게 손짓을 해보이며 물었다.
"모두 같은 생각이십니까 ?"
그러자 나머지 대신 세 사람은,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즉각 자신의 생각을 단호한 어조로 말하였다.
"여기 계신 분들은 강동의 중추적인 분들이고, 강동의 백성들을 위해 고심끝에 내린 결론일 테니,
저도 찬성입니다.
돌아가 쉬십시오.
내일 주공을 뵙도록 하겠습니다."
주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신들을 환송하기 위해 단하로 내려갔다.
"좋소 !"
장소는 주유의 대답을 듣자, 나머지 대신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하여 단하로 내려선 뒤 모두 주유에게 작별 인사를 하였다.
"나오지 마십시오."
"살펴 가십시오."
주유가 대신들을 보내고, 사라져 가는 그들의 뒤를 물끄러미 바라 보며, 고개를 한번 흔들고 한숨을 한 번 내 쉰 뒤에 다시 단상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곧바로 병사 하나가 뛰어 들며, 아뢴다.
"보고 드립니다 ! 정보, 황개, 한당, 조무 장군들께서 오셨습니다 !"
"어서 모시거라."
"네 !"
주유의 명이 끝나자, 곧 바로 강동 원로인 노 장군(老 將軍) 네 사람이 문 안으로 들어선다. 그들은 갑옷에 투구를 쓰고 무장한 상태로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주유는 단하 까지 내려가 그들을 맞았다.
"하하하 ! 장군들 어서 오십시오 ! "
"도독 !"
"자, 어서 들어가시죠. 자, 이쪽으로..."
주유는 조금 전 대신들이 올 때와는 다르게 몸소 장군들을 단상으로 안내하였다.
그들은 단상에 오르자 거두절미, 선채로 주유에게 묻는다.
"도독 ! 알고 계시오 ? 지금 우리 강동이 조조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습니다 !"
"그렇습니까 ? "
주유는 모른 체 대답하였다.
그러자 노장 정보가 노한 소리로,
"우리들은 손견 장군과 함께 거병하여, 삼십 년동안 숱한 전쟁을 치룬 끝에, 강동 육군(六郡)을 차지하게 됐소,
헌데 지금, 주공께서는 대신들의 이야기만 듣고, 조조에게 투항을 할 생각이시오.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 그러니 도독께선 내일 주공께 군사를 일으켜 조조를 멸하자고 간언해 주시오 !"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주유는 함께 온 장군들을 돌아 보며, "여러분들도 정보 장군과 같은 생각이십니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황개가,
"설사, 머리가 잘리더라도 조조에게 투항할 수는 없소 !"
하고, 말을 하니, 나머지 장군들도 이구 동성으로,
"죽어도 투항 할 수는 없습니다 !"
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주유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음, 저도 투항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
하고, 대답하며 네 사람의 장군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다시 말한다.
"돌아가 쉬십시오. 내일 주공을 뵙도록 하겠습니다 !"
"좋소 !"
정보가 결의에 찬 대답을 하였다.
"가시죠."
노장 네 사람은 주유의 화끈한 대답을 듣자, 그 자리에서 돌아서 단하로 내려갔다.
주유는 이들을 따라 단하로 내려간 뒤,
"이만, 나오지 마십시오."
하는 장군들 말을 듣고,
"살펴가십시오."
하고, 배웅의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단상으로 올라가려고 하는 데, 다시 병사가 뛰어들며,
"보고 드립니다 ! 제갈근, 여봉, 육적, 오방 선생께서 찾아 오셨습니다."
하고, 아뢴다. 그러자 주유는 즉석에서 명한다.
"모시거라."
"예 !"
"차를 내오너라."
주유는 시종에게 명하였다.
"네."
잠시후, 네 사람의 대신들이 들어와 단상으로 올라왔다. 주유가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고,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고, 예를 표해 보였다. 네 사람의 대신들이 좌정하고, 차 한 잔씩이 그들 탁자에 놓였다.
제갈근이 먼저 입을 열었다.
"도독, 제갈양이 주공께 함께 힘을 합쳐, 조조에 대항하자고 진언했습니다.
지금 이 때문에 의견이 분분합니다. 솔직히 제갈양이 제 동생이기에, 이렇게 제가 나서는 것이 곤혹스럽지만, 도독께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유가 그 말을 듣고,
"네, 이해합니다. 그런 건 개의치 마시고,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래도 제갈근은 말을 꺼내 놓기가 망설여지는지, 잠시 머뭇 거리다가,
"간단히 말해, 투항하면 살지만, 싸우면 다 잃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함께온 대신들을 둘러보며,
"여러분도 같은 생각입니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나머지 세 사람 모두가 함께 일어나며,
"네, 같은 생각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주유는 그 말을 듣자, 즉각 대답한다.
"제가 내일 주공을 뵙겠습니다."
"아, 네 !"
"좋습니다 ! 그럼 가 보겠습니다."
대신들은 두 말 없이 모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주유의 순순한 대답이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확신하였기에...
"가시죠."
주유는 이들도 찾아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단하까지 내려와서 배웅을 하였다.
"나오지 마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음 !"
주유는 고개를 흔들며 단상으로 향했다. 그러나 계단을 오르기도 전에, 병사가 또 뛰어 들어오며,
"보고드립니다. 여몽, 장봉, 서성, 장령 장군께서 오셨습니다 !"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주유는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모셔라."
"예 !"
주유는 단하에서 이들을 맞았다. 이들 장군들은 들어오자 마자,
"도독 !"
"도독 !"
하고, 주유를 부르며 예를 표하였다. 주유는 조금은 지치고 짜증난 얼굴로,
"뭔가 ?"
하고, 이들이 나타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여몽이,
"밤 늦게 실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사들께서 다녀가셨다는 소리를 들으니, 저희가 뜻을 표하기 위해 이렇게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
하고, 말한다. 그러자 주유가,
"말해보게." 하고, 이들이 찾아온 이유를 밝히도록 명하였다.
그러자 여몽이 거두절미하고 결심을 말한다.
"목숨바쳐 싸우겠습니다 ! "
하고, 단 한 마디만 하는 것이 아닌가 ? 이에, 주유가,
"그래 ! 알겠다 ! 내가 내일 주공을 만나 뵙도록 하겠다."
하고,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러자 여몽이,
"물러가겠습니다 !"
하고, 한 마디로 돌아선다.
이들을 보내고, 주유는 뜰 앞을 서성거렸다. 그러면서 한숨도 내쉬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흠 ! 정작 와야할 사람은 안 오고, 괜한 사람들만 오는군..."
이때, 다시 보고가 들어온다.
"보고드립니다 ! 노숙 선생이 제갈양과 함께 왔습니다 !"
주유는 그 말을 듣자, 비로서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허허허허 !..."
그는 웃으며, 서재로 들어가면서,
손을 크게 들어 보이며 명한다.
"서재에 차를 내오거라 !"
※ 삼국지(三國志)제177편 ※
공명이 스스로 풀어낸 고민
오나라 수군 대도독 주유는 파양호에
서 수군을 훈련시키고 있다가 손권
(孫權)의 부름을 받고 이날 밤 강동으로 귀환 하였다.
주유는 선군 손책(先君 孫策)과는 동서간(同壻間)으로 손권과는 사돈간이다.
손책과 주유는 어려서부터 막역한 교류를 나누던 친구지간이었다. 어느날 두 사람은 강동에서 함께 사냥을 하다가 깨끗하고 정갈한 초당(草堂)에 들어 물 한모금을 청하여 마시게 되었다.
그때, 우연히 손책의 눈에 띄게된
대교(大喬)라는 아름다운 낭자(娘者)는 후일 손책의 처(妻)가 되었고, 그와 못지 않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대교의 동생인 소교(小喬) 는 주유의 처(妻)가 되었다.
잠시후, 주유는 그의 서재에서 노숙과 공명을 맞았다.
노숙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주유에게 묻는다.
"도독, 여기가 도독의 서재입니까?"
"네."
노숙은 주유의 대답을 듣고 서재 곳곳을 한번 둘러보며 의아한 듯 묻는다.
"그런데 어째 책이 한 권도 없습니까?"
사실이 그랬다. 노숙은 시종의 안내로 주유의 서재로 들어왔지만 정작 주유의 서재에는 책이라곤 한 권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자 주유는 미소를 띠며,
"읽고 나면 그 책을 바로 태우지요. 그래서 서재에 있는 책은 모두 읽었기에 보시다시피 이렇게 텅 비게 되었소."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공명이 비로서 입을 연다.
"그 얘길 들으니 참으로 반갑기 그지 없소이다."
"음 ?"
주유가 공명을 향해 시선을 응시하자, 공명이 손가락 하나를 세워보이며,
"융중의 내 오두막에는 장군의 서재보다, 딱 책 한 권이 더 있었소. "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유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무슨 책이오?"
"황력(皇曆: 중국의 책력)이오, 황력이 없었으면 무슨 수로 산 속에서 세월이 가는 것을 알 수 있겠소."
공명의 그 소리를 듣고 주유는 물론 노숙도 너털 웃음을 동시에 터뜨렸다.
"하하하하 !..."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노숙은 주유를 향해 본격적으로 입을 열었다.
"도독, 지금 강동에는 백만 대군을 거느린 조조의 선전 포고로 문무
대신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오. 주공께서 도독을 기다리셨으니 의견을 물으실 것이오. 어떻소, 도독의 의견은?"
주유는 노숙의 질문에 몸을 곧추 세우며 결의에 찬 표정으로 대답한다.
"조조가 천자를 앞세워 군림하더니 이제는 천자를 앞세워 공격을 하려 하오.
점점 그의 세력이 커져 지금은 백만 대군으로 천하를 노리고 있으니 강동은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오. 하여... 고심 끝에 결심했소이다. 주공께 투항을 권할 생각이오."
주유는 이렇게 말하는 중에 두 손을 맞잡아 본인의 의지를 표해 보이기 까지 하는 것이었다.
노숙이 그 말을 듣고,
"삼대(三代)에 걸쳐 강동의 기반을 다졌는데 이대로 조조에게 바칠거요?"
하고 다소간 흥분한 어조로 주유를 질책하였다.
그러나 주유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다가,
"따지고 보면 강동은 한나라 땅이고 결국 우리는 한나라 백성이오. 전쟁으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다면 후손들이 누구를 욕하겠소이까.
바로 우리 아니겠소?..."
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노숙은 크게 탄식하며 고개를 흔든다.
그것은 공명도 마찬가지로 공명은 고개를 기울며 주유을 외면할 정도였다.
그러나 노숙은 주유를 설득하는 어조로,
"아 ! ...도독, 강동은 병력도 넉넉하고 물자도 풍부하니 조조와 대결하면 반드시 우리가 패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 아니오?"
하고 재차 반론을 제기하였다.
그 순간 공명은 노숙의 말에 코웃음을 보였다.
"흥 !"
"어찌하여 웃는 것이오?"
공명의 코웃음을 주유는 그냥두지 않고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의외의 대답을 한다.
"아 ! 도독 때문이 아니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자경 선생 때문이오 "
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노숙이 공명을 놀란 눈으로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어찌하여 그런 말을 하는거요?"
하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정색을 하며 주유도 들으란 듯이,
"조조에게 투항하는 것이 심히 이치에 합당하기 때문이오. "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유가 노숙을 향하여,
"어떻소, 잘 들으셨죠? 자경 선생은 마음을 돌리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
"공명 선생! 어찌 말을 번복하시는 거요?"
하고 실망감이 가득한 말을 공명에게 내던졌다.
그러자 공명은,
"말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 도독의 말씀을 듣고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것 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소.
조조의 용병술을 도독께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거요. 조조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여포, 원술, 원소, 그리고 우리 주공 뿐이오. 허나, 세 분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우리 주공은 지금 궁지에 몰려 벗어나기 힘든 형국이오.
사실 강동이 전쟁을 피할 방책은 있소. 영토를 바칠 필요도 조공을 바칠 필요도 없소. 쪽배에 두 사람을 태워 허창으로 보내 버리기만 하면 조조는 바로 군사를 물릴 것이오. 보장할 수 있소."
하고 자신만만한 어조로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주유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두 사람이오?"
"그렇소! 어려운 일은 아닐거요. 강동에는 사람도 많으니 그 둘이 없어도 상관이 없을 거요."
"그게 누구요?"
주유가 공명을 주시하며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비밀스런 얘기를 하듯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그 둘은 절세 미인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두 사람이 누구룰 말하는 것인지 궁금한 주유가 다그쳐 묻는다.
"대체 누구를 말하는거요?"
그러자 공명이 빙글빙글 웃으며 말한다.
"지금까지 조조는 출정하여 성을 함락시킬 때마다, 그 지역 최고의 절세 미인들을 취해왔소.
지금 조조가 가장 탐내는 여자는 강동 교씨 가문의 두 따님인데, 첫째는 대교라 하고, 둘째는 소교라 하오.
소문에 의하면 대교, 소교는 재능도 뛰어나고 외모도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조조가 작년 생일에 하늘에 대고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필생의 숙원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천하를 통일하여 이름을 길이 남기는 것이고, 둘째는 대교, 소교를 얻어 말년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니, 이를 이루면 여한이 없겠다>고 말이오. 하하하하 !..."
공명이 말을 마치자, 주유가 탁자를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조조놈이 감히 나를 모욕해!"
공명은 주유의 노여움이 의외라는 듯이,
"어찌 이리 역정을 내시오. 과거 춘추시대 범려(范蠡)는 월나라를 구하기 위해 절세의 미인인 서시(西施)를 오나라 왕 부차에게 바쳤잖소.
결국은 서시 덕분에 월왕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하였소. 대교, 소교도 그리 이용하면 되지 않겠소?"
그러자 노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공명에게,
"이보시오, 선생! 대교 낭자는 돌아가신 손책 주공의 부인이시고, 소교 낭자는 도독의 부인이오!"
하고 공명을 나무라는 소리를 내질렀다.
"어, 엇? ..아, 이런!"
공명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유의 앞으로 달려가 바닥에 꿇어 엎드리고 절을 하면서,
"아, 그런 것도 모르고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하고 몹시 당황한 빛을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용서하십시오!..."
하고 재차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고개를 쳐들며 화가 있는 대로 난 주유를 우러러 보며,
"아! 큰일이네, 큰일이야!..."
하고 말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하였다.
공명의 당황한 모습을 처음보는 노숙이,
"왜 그러시오?"
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명이,
"내 어찌, 감히 말씀을 올릴 수가 있겠소. 재차 실언을 했다가는 이 몸 묻힐 곳도 없을 거요."
하고 말하며 주유를 우러러 보았다.
그러자 화가 가라앉지 않은 주유는 공명의 다음 말이 궁궁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공명을 향하여 손가락질을 하며 다그친다.
"뭐요? 어서 애기해 보시오!"
공명은 졸개가 장수의 명을 받들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애기하라 하시니 그럼, 솔직히 말씀을 올리겠소."
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조조는 두 낭자가 손책 장군과 도독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 더 탐을 내게 될 것이오."
그 말을 들은 주유가 날카롭게 되묻는다.
"어째서?"
공명은 주유와 노숙의 눈치를 잠시 살피더니,
"조조는 특이하게 처녀한테는 별다른 관심을 안 보이고 다른 사람의 아내를 탐하는 경향이 있지요.
예를 들어 장제(張濟)의 처 추씨, 원술의 처 오씨, 여포의 처 초선이 까지, 모두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조조의 이런 추악하고 비열한 작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며 이렇게 그동안 취해들인 그의 처첩은 열 명에 이릅니다. 허니, 장군, 부디 조심하십시오."
하고 말하며 주유에게 허리를 크게 굽혀 절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주유는 입을 악다물고 목구멍에서 부터 끓어 나오는 소리로 외치듯 말했다.
"조조, 이놈!... 내가 맹세코 나를 능멸한 네 놈을 멸하리라!"
※ 삼국지(三國志)제178편 ※
고심 끝에 내린 손권의 결단
강동의 수군 대도독 주유의 회유에 성공한 공명은 군사들이 호위하는 수레를 타고 노숙과 함께 객관으로 돌아가는 수레 안에서 눈을 감은 채 앞으로 벌어질 내일의 구상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러나 공명의 지혜를 눈앞에서 직접 보고 놀란 노숙은 눈을 감고 있는 공명을 조용히 불렀다.
"선생 !..."
공명이 눈을 뜨자 노숙은,
"아까 도독에게 하신 말씀은 너무 지나친 것 같소이다."
하고 말을 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허긴, 그러니까 선생은 세 치 혀로 피 한 방울 보지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소문이 났겠지요..."
하고 감탄 반 부럼 반, 시샘 반으로 말하였다.
그러자 공명은 당연한 일이었다는 듯이,
"선생! 내가 또 무얼 잘못했소? 강동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매사에 살얼름 판을 걷듯이 조심하고 있는 데 말이오.
정말이지 나는 손조차 어디에 둘 지를 몰라서 고심하는 중이라오. "
하고, 대꾸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조금 전에 본 바 그대로를 말하였다.
"선생은 조심하는 척 하면서 도독의 화를 돋우지 않았소이까?"
"억울 합니다! 관대하신 선생께서 어찌 그러십니까?"
공명은 능청스럽게, 주유를 화나게 만든 것에 대해 발뺌을 하였다.
그러자 노숙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선생, 솔직히 말씀해 보시오. 대교 낭자와 소교 낭자가 누구의 부인인지 정말 모르셨소?"
그러자 공명은 알 듯 모릇 듯한 미소를 풍기며, "그건... 알고 있었지요."
하고 잠시 뜸을 들인 뒤에 대답하였다.
그러자 노숙도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심보 한번 고약하군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공명은 정색을 하며 말한다.
"어쨌건 간에 조조의 성격이 괴의하여 처녀 보다도 남의 부녀자를 탐한다는 것은 알고있잖소?
또 그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소? 조조의 처첩이 모두 열 둘인데 그중에 열 명 정도가 다른 사람의 처첩이었던 여인이라오. 하하하하 !..."
공명은 조조를 핑계로, 호탕하게 웃으며, 주유와의 담판으로 얻은 결과를 스스로 만족해 하였다.
"그렇다 해도 도독을 너무 심하게 자극했소."
"그게 다 자업자득이오. 사실 도독은 전쟁을 치르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소. 헌데, 속마음과는 달리 강동은 조조의 상대가 안 된다며 우리를 갖고 놀았소이다.
도독이 선생처럼 마음을 열고 솔직히 말했다면 내 어찌 그런 말을 했겠소. 최대한 예를 갖춰서 절이라도 올렸을 거요. 하하하하 !"
한편, 노숙과 공명을 전송하고 난 주유는 밤이 깊어서야 아내가 있는 내실로 들어갔다.
주유의 처(妻) 소교(小僑)는 오랫만에 집에 돌아온 남편을 위해 달밤에 거문고를 타고 있었다.
거문고의 선율은 어둠에 묻힌 주유의 넓은 저택을 감미로운 선율로 감싸고 있었고 야트막한 달빛은 등불에 어리어 창가에 어른 거렸다.
주유가 가야금 선율에 취해 조용히 내실로 들어와 소교가 타는 음률을 그윽히 눈을 감고 감상하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로 소교 앞으로 소리내지 아니하고 살금살금 다가갔다.
이윽고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남편이 눈을 감은 채로 소리없이 다가오는 것을 본 소교는 타던 가야금을 멈추고 남편을 그윽한 눈으로 올려다 보았다.
다음 날 아침, 주유는 입궐을 위해 머리 관(冠)의 매무새를 아내 소교에게 고쳐받고 있었다.
그리하여 등 뒤에서 아내 소교가 이모저모를 매만져 주고, 그의 어깨에 가녀린 자신의 손을 얹었다.
주유는 지난 밤 공명에게 듣게 된 조조의 특이한 여인 편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자신의 아내 소교가 더욱 소중해 보였다. 그리하여 머리 손질을 마친 아내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며, 그녀를 나직하고 그윽한 어조로 불렀다.
"부인."
"네."
소교는 남편의 부름에 나직하고 공손하게 대답하면서 얼굴에는 가득한 미소를 띠었다.
"내곁에는 부인이 있어 죽어도 여한이 없소."
하고 말하며 주유는 의자에서 일어나 아내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소교가 나직하고 사근사근한 어조로 말한다.
"서방님, 오늘 대신들 앞에서 역정내시면 안됩니다."
"응?... 걱정마시오. 그러나 제갈양 때문이라도 위엄을 내세울 생각이오."
"네... 늦기 전에 입궐하세요."
주유는 아내 소교의 배웅을 받으며 방을 나섰다.
주유가 뚜벅뚜벅 걸어나가자 소교는 문밖에 시종에게 조용히 말한다.
"가서 짐을 꾸려라."
"마님? 도독께서는 어제 돌아오셨는 데요?"
"그래? 허나, 곧 떠나실 것이다."
"알겠습니다."
소교는 남편 주유의 어깨에 얹힌 책임의 무게를 누구보다도 먼저 느끼고 있었다.
잠시후, 손권의 근정전(勤政殿)앞에는 문무 대신들이 도열하여 주공의 입장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내관이 밖으로 나와 명을 전한다.
"주공께서 문무 대신들은 안으로 들라 하십니다!"
하고 고하였다. 그리하여 문신 장소, 우번, 고옹, 장굉, 설종, 제갈근을 비롯한 노숙 등과 무신 정보, 황개, 한당, 조무를 비롯하여 여몽, 반장, 육손 등이 근정전으로 입장하였다.
이들이 모두 입장한 뒤에 수군 대도독 주유는 요도(腰刀)를 한손으로 움켜 잡고 나타났다.
손권은 주유가 들어오자 조조의 격문을 내보이며 말한다.
"조조가 지금 강동을 백만 대군으로 치겠다며 이런 격문으로 위협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 처리했으면 좋을지 도독의 의견을 말해 주시오."
주유는 격문을 신중히 읽어 보고 나서 대청 중앙으로 나와 입을 열어 묻는다.
"주공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문무 대신들의 의견을 물어보셨습니까?"
"모두 한자리에 모여 의논해 보았으나 화전 양론(和戰 兩論)이 구구하여 결론을 낼 수 없었기에 도독의 의견을 들어 최후의 결단을 내리려는 것이오."
"주공께 항복을 권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장소를 비롯하여 왼편에 앉아 있는 중신들이오."
그 말을 듣자 주유는 장소를 쳐다보며,
"선생께서 주공께 항복을 권하셨다니 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 강동은 이미 삼대를 이어오는 강대국이고, 조조는 일시적인 운수에 날뛰는 풍운아에 불과한데, 우리가 무엇 때문에 조조 따위에게 항복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소이다!"
장소는 주유의 태도가 어제와는 너무도 달라진 데 대해 크게 놀랐다. 그러나 장소는,
"조조가 천자의 이름을 앞세우고 수륙 양면으로 백만 대군을 몰아오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무슨 힘으로 그를 당해내겠소이까?"
하고 침착한 어조로 반문 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소리를 내어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 오합지졸이 백만이 아니라 천만인들 무엇이 두렵단 말씀이오?"
주유는 장소의 항복설을 일소에 부치고 나서 이번에는 좌정한 문무 대신들 앞을 오가며 자신의 생각을 역설하였다.
"조조는 한나라의 역적중에 역적이오! 주공께서는 하늘이 내리신 인재 중에 인재요! 지금까지 주공은 내실을 잘 다지셨소.
다만, 아직까지 중원을 차지할 대업을 완성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오. 그래서 그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소!
헌데, 때마침 조조가 우리에게 둘 도 없는 기회를 만들어 주려하고 있소. 그러니 이번 일은 하늘에 감사하고 기뻐해야 마땅한 일이 아니겠소? 조조의 이번 출병은 전술에서 피해야 할 네가지 금기를 어기는 우(憂)를 범했으니 우리에게 승산이 있소이다."
주유가 이렇게 말문을 열자 장소를 비롯한 화전론(和戰論)자들은 얼굴 빛이 어두워졌고, 정보를 비롯한 주전론(主戰論)자들은 결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
한편, 손권은 주유의 이런 말에 희망의 빛을 발견한 얼굴을 드러내 보였다. 주유의 말이 이어진다.
"첫째, 북방은 불안정하고 서량의 마등과 한수가 기회를 호시탐탐 옅보고 있으니 조조가 허도를 비우고 우리에게 달려오면, 이들이 허도를 공격하게 될 것이오.
둘째, 조조군은 수전에 약한데, 감히 말을 버리고 배에 의지해 우리와 싸우려하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오.
셋째, 날씨가 추워서 군량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허도로 부터 멀어진 전선으로 군량과 무기를 운반하는 것 조차 극히 어려울 것이오.
넷째, 중원의 군사들이 남쪽으로 오게 되면, 필시 풍토병을 앓게 되는 자가 부지기수로 늘게 될 것이오. 이런 이유로 조조군은 우리와 싸우면 반드시 필패 할 것이오!"
주유는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역설한 뒤에 손책을 향하여,
"주공! 정예군 오 만 병력을 이끌고 하구로 가서 반 년 안에 조조군을 멸하겠습니다!"
하고 힘주어 말하였다.
그와 동시에 좌중에 한무와 항개가 연속해 일어나며 손권을 향해,
"옳은 말씀입니다 !"
"도독을 따르겠습니다!"
하고 결심을 아뢰는 것이었다.
그러자 무신쪽에서 한무의 말을 이어받은 복명의 소리가 일제히 튀어나왔다.
"우리 모두 도독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그 순간, 문신들의 얼굴은 침통해졌고 노숙의 얼굴은 안도의 빛이 흘렀다.
손책이 이런 광경을 두루 살펴 보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유에게,
"그대는 진정 하늘이 내게 내린 사람이오!"
하고 말한 뒤에,
"조조라는 늙은 도둑은 조정을 무시하고 스스로 제위에 오르려는 역모지심을 품고 있소. 그리하여 원소, 원술을 비롯하여 여포, 유표 등의 영웅들을 멸하고 이제는 오직 하나 남은 이 손권을 향하여 야욕을 드러내었소.
그러니 내 어찌 이대로 앉아서 조조에게 항복하여 천하를 내 줄 수 있겠소!"
손권은 이렇게 말한 뒤에 보검을 빼어 들어 자신의 탁상 모서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탁상 모서리는 날카로운 보검에 여지없이 <탁 !>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가는 것이었다.
순간, 좌중의 대신들은 모두가 크게 놀랐다.
"오늘 이 순간부터 그 어떤 누구라도 조조에게 투항을 권한다면 이렇게 될 것이오!"
손권은 잘려나간 탁상의 쪼가리를 칼 끝으로 가리키며 외치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좌중의 문무 대신들은 일제히 한 소리로 복명하였다.
이어서 손권은 군령을 하달 한다.
"명 한다! 주유를 대도독, 정보를 부도독으로 삼는다. 노숙은 삼군 교위로 삼으니, 그대들은 정예병 오만을 이끌고 조조을 맞아 싸우라!"
손권이 이렇게 하명하는 가운데 각기 호명당한 장수들은 두 손을 맞잡고 명을 수령하였다.
손권의 결심어린 말이 이어진다.
"명심하라! 내 명을 거역하는 자는 강동의 군령으로 엄히 다스릴 것이다!"
"알겠습니다!"
명을 받은 장수와 노숙은 일제히 손권을 향하여 두 손을 모아 올리며 복명하였다.
그러자 손권은 보검을 칼집에 도로 넣고,
"대 도독은 칼을 받으라! 그리고 이 검으로 명을 듣지 아니하는 자기 있으면 가차없이 참하라!"
하고 말하며 주유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주유는 손권의 앞에 꿇어 앉아 두 손을 떠받들며 복명한다.
"받겠습니다!"
보검을 받아 쥔 주유가 자리에 앉자 손권은 그 맞은 편에 꿇어 앉은 장소의 앞으로 다가간다.
"사숙 !"
손권이 부르자 장소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권을 향하여 허리를 깊게 숙이며 절을 하였다.
"주공 !..."
장소가 손권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같은 예를 보이자 손권이 입을 열어 말한다.
"이번 전쟁에 군량과 무기는 물론이고 인력의 동원까지 필요한 것이 한 둘이 아닐 것이오.
그래서 사숙을 총제조관으로 임명할 테니 후방지원을 맡아 주십시오. "
하고 명하였다.
그러자 장소는 난처한 표정으로,
"주공, 잊으셨습니까 ?... 신이 건의드린 것을..."
장소가 여기까지 말을 하였을 때, 손권이 놀란 눈을 뜨면서 장소의 다음 말을 가로막으며,
"물론, 투항을 권고하셨죠....."
하고 말한 뒤에, 잠시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곧이어 좌중의 대신 모두를 향하여,
"전쟁을 권했든, 투항을 권했든, 그 모든 것이 충의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강동의 대업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말이오! 사숙!"
"예 !"
"강동의 육군 구십이 현 (六郡 九十二 縣) 그 안의 모든 세금과 양식, 백성 등 강동의 모든 것을 사숙은 파악하고 있으니 강동의 문무 대신들 중 과연 누가 사숙보다 재정에 능통할 것이며 과연 누가 이것들을 일목요연 하게 정리하고 조정하여 분배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사숙은 강동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사숙께서 30여 년동안 전력을 다하여 아버님과 형님을 보필해 오신 덕분에 지금 강동이 이만큼의 번영을 누릴 수 있는거지요."
장소를 향한 손권의 믿음은 그의 말에서 절절히 묻어났다.
이를 듣는 대신들의 표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당사자인 장소는 격한 평가에 몸둘 곳을 몰라하였다.
"사숙! 내 간곡히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대 도독을 보좌하여 조조를 격퇴하고 강동을 지켜주십시오!"
손권은 이렇게 말하면서 두 손을 모아, 장소에게 절을 하며 부탁하였다.
그야 말로 부친 손견때 부터 강동을 이끌어 온 노신 장소(老臣 張昭)에 대한 최대의 예를 표해 보인 것이었다.
장소가 손권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울먹인다.
"주, 주공!...으흐흐흑 !"
장소가 손권의 은혜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자 손권은 노신의 두 팔을 잡아 일으키며,
"일어나시오."
하고 존경하는 눈길을 장소에게 보내었다. 장소는 울음을 멈추지 아니하고 잠시 더 흐느꼈다.
그러자 손권은 탁자로 가더니 강동의 관인(官印)을 들고 장소의 앞으로 다시 왔다.
그리고,
"장소에게 명한다."
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장소가 두 손을 재차 모아 보이며, 울먹인다.
"명 받겠습니다."
"그대를 총 제조관으로 임명하니 군에서 필요한 것을 부족함 없이 지원하라. 또한 고웅, 보졸, 설종을 부 제조관으로 임명하니, 장소를 보필하라!"
손권의 명이 하달되자, 호명 당한 대신들이 모두 대청 중앙으로 나와 입시하였다.
그리하여 손권의 명이 끝나자.
"따르겠습니다 !"
하고 일제히 복명하였다.
손권이 관인을 보며 말한다.
"이것은 아버님 시절부터 내려오는 강동의 인장이다.
이 인장은 아버님의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다. 명을 따르지 않는 자는 강동의 법에 따라 엄히 다스릴 것이다!"
그러자 문무 대신들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따르겠습니다 !"
"따르겠습니다 !"
하고 일제히 복명하는 것이었다.
손권이 대신들의 복명을 모두 듣고난 뒤에,
"장소, 인장을 받으라!" 하고 말하니 장소가 황공한 표정으로,
"명을 받들겠습니다." 하고 손권에게 다가가서 인장함을 받아들었다.
※ 삼국지(三國志)제179편 ※
주유의 속셈
"도독! 대 도독!" 노숙은 주유를 향해 달려오며 소리쳤다.
그리하여 주유의 앞에 이르자,
"내 평생 이렇게 기쁜 날이 없었소
이다! 하하하하!..." 하고 크게 소리내
어 웃으며 마치 어린아이가 기뻐날 뛰 듯이 호들갑을 떠는 것이었다.
주유가 이런 노숙을 보고,
"내가 선생이 이렇게 기뻐하는 것은 처음 보는군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기쁘다마다요!
내 오늘 주공을 다시 보았소이다.
말씀 몇 마디로 강동의 문무백관들을 한데로 모아 조조에게 대항하도록 만들지 않았소? 하하하하!..."
주유는 그 말을 듣고,
"주공이야 원래 대단한 분이고 결과가 이리 된 것도 당연하오.
허나, 유비쪽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일지는 모르겠소." 하고 난데없이 의심 어린 소리를 한다.
그러자 기뻐만 하던 노숙이 정색을 하며,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오?"
하고 주유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공명을 데려오고, 가장 먼저 연합을 주장한 사람이 자경(노숙의 字)아니
십니까?
물론 저도 연합은 찬성합
니다. 전쟁으로 결정되었으니 이제 곧 연합이 시작되겠지요. 지금부터 관건은 연합은 하되 누가 누구의 손을 잡아 누구의 병사를 사용하는지 하는 거요."
주유는 장수답게 현실적인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아 ?..." 하고 노숙이 말문을 열려고 하자, 주유는 손을 들어 막는다.
"잠깐 ...내 말을 끝까지 들으시오."
주유는 이렇게 노숙의 말을 막아놓고 나서,
"다시 말해, 손유 동맹에서 누가 주인이냐, 하는 거죠." 하고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옳은 말입니다. 그야 당연히 우리가 주인이 되야죠. " 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나 주유는,
"공명의 생각은 다를 겁니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겠죠. 강동이 이기면 기회를 보아 형주를 취하고, 조조가 이기면 혼란한 틈을 이용해서 강동을 취하려 할 거요."
주유의 분석은 날카로웠다.
그리하여 노숙은 할 말을 잃고 잠시 생각하는데 주유의 말이 이어진다.
"선생, 어찌 생각하시오?"
노숙은 주유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인 후, "핵심을 찌르는 예리한 분석입니다. "
하고 대답하니,
주유는, "공명은 특별히 비범한 자요.
강동에 걱정거리가 될 거요. 허니, 그를 죽여서 후환을 없애야 되겠소."
하고 뜻하지 않는 소리를 내뱉는 것이었다.
그러자 노숙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안됩니다, 도독! 절대 안 됩니다. 연합은 시작도 안 했는데 전쟁을 코앞에 두고 우리편이 될 사람을 죽이다니요!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유비군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텐데, 어찌 귀중한 수족을 잘라내는 짓을 하려는 겁니까? 공명을 죽이는 것은 절대 안됩니다!"
노숙의 말은 그야말로 격앙되기 까지 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손을 들어 노숙을 제지하면서,
"아 !... 진정하시오. 선생께서 안된다 하시니 그럼, 잠시 살려두죠 뭐, "
하고 선심을 쓰듯이 대꾸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노숙은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날 놀리시려고 그런게로군..."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주유는 역시 냉철한 소리를 내뱉는다.
"공명을 지금 당장 죽이진 않겠지만, 후환이 되도록 그냥 둘 수는 없소. 그러나 선생! 공명을 설득해서 우리 주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보시오."
하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노숙은 그 말을 듣고 난감하였다. 그리하여 한참 말이 없다가,
"장군!... 대도독!..."
노숙은 주유를 불러놓고 나서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음 말을 선뜻 꺼내 놓질 못한다.
그러다가, "그건 어려운 일이오. 어려워요 ...불가능에 가깝지요."
하면서 자신없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어렵다는 걸 압니다. 허나, 선생은 공명 못지 않게 지략이 뛰어나지 않소? 내가 선생에게 처음 내리는 임무이니 어렵더라도 성사될 수 있도록 힘을 써보시오." 하고 말한다.
노숙은 좋은 생각과 대답이 나오지 않아 눈을 깜빡이며 생각을 해 보다가,
"공명이 내 말은 절대 듣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제갈근이 그의 형이니 그에게 공명을 설득하게 해 보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비로서 주유는 미소를 띠며 말한다.
"음 ! 기대하겠소."
제갈근은 주유의 밀명을 받고,
강동을 떠날 짐을 꾸리고 있는 객사로 공명을 부르며 들어섰다.
"아우! 이보게 아우! .."
그러자 한참 강동을 떠날 짐을 꾸리고 있던 공명이 제갈근을 알아보고,
"아, 형님! 그러잖아도 찾아 뵈오려고 하였는데..." 하고 반갑게 맞이하였다.
"요 며칠 아우도 바빴겠지만, 나도 전쟁을 할 것인가 물어오는 관리들 때문에 바빴었다네.
이제 손권 장군
과 유비가 서로 손을 잡아 우리 형제의 주공들이 동맹을 맺었으니, 안심하고 찾아온 것이네. 내 입장이 그랬으니 아우가 이해해 주게."
제갈근이 이렇게 말하자,
공명은, "옳바른 처신이셨습니다. 당연히 공무가 우선이지요. 제가 형님의 입장이었어도 아마 그리했을 것입니다. 자, 앉으시죠."
하고 제갈근에게 앉을 것을 권하고, 이어서 시종에게 차를 내오라고 명하였다.
곧이어 차가 나오고, 공명이 짐을 꾸리던 것을 보았던 제갈근이 묻는다.
"뭔가? 돌아가려고 하는가?"
"연합을 결성했으니 저도 이젠 강하로 돌아가려 했는데, 조금 전 하구로 같이 가자는 대도독의 명을 받았습니다. "
공명이 이렇게 대답하자, 제갈근이 찻잔을 내려 놓으며 말한다.
"이보게 아우, 우리 형제가 서로 다른 주인을 섬기다 보니, 그동안은 먼 곳
에 있어 만나기도 어려웠지.
그래서 생각해봤네. 우리 형제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네."
"형님 말씀이 옳으십니다. 주나라 현자(賢者)인 백이(伯吏)와 숙제
(叔齊)는 서로 왕위를 양보하면서 헤어지지 않고 늘 함께 했고, 마지막에는 수양산(首陽山)에서 함께 굶어 죽었으니, 사람들로 부터 귀감이 되었지요....형님!"
공명은 이쯤 말하고 제갈근을 은근한 어조로 불렀다. 그러자 제갈근은 공명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한다.
"응 ?"
"저희 주공께선 황실의 후손이자 천자의 황숙으로 황실의 재건을 위해 애쓰고 계시니 곧 대업을 이루실 겁니다.
제가 형님께 감히 청하옵건
데, 유황숙께 오십시오. 형님의 재능에다, 이 아우가 적극 천거한다면 한실의 위업에 공을 세우실 수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 형제도 함께 있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제갈근은 주유의 밀명을 받고 아우인 제갈양을 손권에게 귀의하도록 설득하러 왔다가 공명에게 거꾸로 설득 당하게 생겼다.
그러자 제갈근은 허탈한 속마음을 감추려고 웃음을 웃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공명도 제갈근과 함께 웃음을 터뜨리며 마주 대하자 제갈근이 난처한 속마음을 감추며,
"그 문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세, 자 들지!" 하고 말하며 찻잔을 들었다.
"네, 드십시오."
다음날 아침,
삼강 하구로 출정하는 주유의 앞에 제갈근이 나타났다.
그리하여 주유에게,
"대도독, 송구스럽습니다. 공명 설득 껀은 말 한마디도 못 꺼내고 오히려 한방 맞았습니다." 하고 보고하였다.
그러자 주유가,
"어? 어떻게 그리되었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제갈근은,
"공명을 강동으로 회유하기 위해서 형제애로 호소했지만, 오히려 공명이 주나라 시대의 현자인 백이와 숙제를 거론하며 오히려 저에게 유비에 의탁하라 하더군요.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리니 소생은 말도 못 꺼냈습니
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그럼, 선생 생각은 어떻소? 공명의 말대로 유비에게 가실 생각이오?"
하고 묻는다.
그러자 제갈근은 펄쩍 뛰면서,
"대도독, 하해와 같은 주공의 은혜에 목숨바쳐 보답을 못할 망정, 어찌 제가 주공의 은총을 저버리고 딴 마음을 먹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하하하하! 내가 그저 한마디 희롱을 해 봤을 뿐이오."
하고 농담으로 돌려 버리고 이내 전군에 출동령을 내렸다.
주유는 한당, 황개로 하여금 선봉장으
로 삼아 삼강구(三江口)로 진군하게 하고, 장흠, 주태로 제 이군을 삼고, 능통, 반장으로 제삼군을 삼고, 태사자 여몽을 제사군으로 삼고, 육손, 동습을 제오군으로 삼고, 여범, 주치로 사방순경사(四方巡警使)로 삼아서 수륙방면으로 총동원의 장도에 올랐다.
오나라의 대군이 원정의 길에 오르자, 공명도 그들의 뒤를 따라 출정하였다.
그러나 주유는 공명과 함께 출정하면서도 그를 죽이려는 생각은 조금도 변치 않았다.
그리하여 삼강구에 진을 치고 머물게 되자, 주유는 사람을 보내 공명을 만나자고 청하였다.
어떡하든지 공명을 죽이고야 말겠다
고 생각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묘책
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유가 진중에서 만나기를 청하자 공명은 즉시 달려왔다. 공명은 주유가 자기를 죽이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한 수 더 떠서 지체없이 달려온 것이었다.
주유는 공명을 만나자,
"선생, 적에 대처할 책략을 내려
주시오." 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별 말씀을요. 대도독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공명에게 자리에 앉기를 권했고, 자리에 앉자 주유가,
"과거 조조와 원소의 관도대전(官渡大戰) 당시, 조조가 10만 밖에 되지
않는 병사로 6,70 만이나 되는 원소군을 맞아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대승할 수 있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었다고 생각하시오?"
하고 물었다.
공명은 주저없이
"관건은 조조가 오소를 기습하여 원소군의 군량을 불태우고 보급로를 차단한 것이지요.
그로인해 원소군은 군량은 물론이고 전쟁을 수행하는 전략 물자가 모두 불타버리는 바람에 원소군은 큰 혼란에 빠지고 수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지요."
하고 대답하였다.
"그렇소, 군량은 대군의 명(命)줄
이오. 현재 조조군은 83만, 아군은 고작 5만이오. 숫적 열세를 극복
하려면 보급로를 끊어야 하오. 백방으로 염탐해 본 결과, 적의 군량고가 취철산(聚鐵山)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소.
취철산으로 말하면 선생이 어렸을 때 사시던 형주 땅이니, 선생은 그 곳 지리를 잘 아실 것이오. 그러니 선생이 관우, 장비, 조자룡을 인솔해서 그곳을 기습해서 조조군의 군량과 무기를 모조리 태워
버리시오. 아, 그리고 나는 철기
(鐵騎) 이천을 지원해 주겠소. 성공한다면 조조 제거에 일등 공신이 되는 것이오."
주유는 선심쓰듯이 말했지만, 사실은 군령이었다. 전쟁터에서 군령은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것은 주유는 물론이고, 공명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기에 공명은 주유가 적의 손을 빌려 자기를 죽이려는 술책을 쓰고 있음을 즉시 깨달았지만, 나중에 대책을 따로 강구하더라도 우선은 승낙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군령을 접수하는 자세로,
"대도독의 명을 어찌 거스르겠습니
까? 그러면 제가 그 임무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하고야 말았다.
"하시겠소?"
"물론이지요! 세 장군에게 기별을 보내 출격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지금 즉시 기별을 보내시오. 연합군의 서전(序戰)을 승리로 장식합시다. "
"염려마십시오. 서전은 필히 승리할 겁니다."
"좋소! 기대하겠소."
공명은 자신을 제거하려는 주유의 술책임을 알면서도 쾌히 승낙하고 주유의 군막을 나왔다.
※ 삼국지(三國志)제180편 ※
주유의 창(槍)과 공명의 방패
(防牌) 대결
공명이 주유의 군막에서 나오는 순간, 주유를 찾아오는 노숙과 마주쳤다.
그러나 공명은 노숙을 본체 만체로 지나쳤다.
이를 이상히 여긴 노숙이 주유를 보자, 방금 지나친 공명의 뒷모습을 돌아보며 물었다.
"도독,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방금 공명이 왜 황급히 나가는 것이오?"
그러나 주유는 그 대답에 앞서, 노숙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노숙도 자리에 앉아야만 주유의 대답을 들을 것 같아 두말 않고 자리에 앉아 주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주유가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솔직히 털어놓겠소. 오늘, 내일 사이에 공명이 죽을 것이오."
"죽다뇨?"
노숙은 화들짝 놀라며 반문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공명에게 조조군 군량고가 있는
취철산을 기습하라고 하였소.
이것은 조조 손을 빌려 공명을 죽이겠다는 것인데 아무런 의심도 없이 명에 따르겠다고 하니, 하하하하! 공명은 이제 죽은 것과 다름없소."
하고 웃으며 대답한다.
그 말을 듣고, 노숙이 어안 벙벙하고 있는데 주유의 말이 이어진다.
"아, 자경! 잠시후, 공명이 언제 출발하는지 알아 오시오."
"알겠습니다."
노숙은 대도독의 군령을 받고 더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잠시후, 노숙은 공명을 찾아가 보았다.
공명은 주유의 흉계를 아는지 모른지 노숙이 들어오면서 보니 군사를 출동시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노숙은 공명을 만나자,
"뭐가 이리 바쁘신가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노숙을 자리로 안내하면서,
"조조의 군량고를 기습하려면 군마
(軍馬)를 비롯해 병사들을 점검해 놔야 할 게아니오?" 하고 곧 전선으로 달려갈 것 처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노숙은 주유가 무리한 군령을 내렸다는 것을 이미 간파하고 공명에게 묻는다.
"선생은 이번 조조의 군량고 기습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시오?"
"저는 공명이고 호(呼)는 와룡(臥龍)
이니, 주공근(周公瑾: 주유의 字)과
는 다르지요 "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노숙은,
"선생이 공근과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말씀하시는거요?"
공명은 그 말을 듣고 지체없이 대답한다.
"나는 수전(水戰), 보전(步戰), 마전
(馬戰), 차전(車戰), 야전(野戰)에 능할 뿐만 아니라, 깊이 또한 심오하
오.
그러니 자경(노숙의 字) 선생이나 주유 장군처럼 한 가지에만 능통한 분들과는 비할 바가 아니오."
"어찌하여 우리 두 사람을 한가지에
만 능하다고 하십니까?"
노숙은 공명의 일방적인 평가에 다소간의 섭섭함을 감추고 물었다.
"이곳 강동 사람들이 자랑삼아 말하
기를, 육전(陸戰)에는 노숙, 수전
(水戰)에는 주유라고 말하더군요.
실례의 말씀이지만, 적어도 명장이 되려면 수륙(水陸) 어느 싸움에나 능통해야 할 것이오."
"선생답지 않게 무슨 그런 호언장담
을 하십니까?"
"생각해 보시오. 주유 장군이 만약 육전에 정통하다면, 철기군 이천을 가지고 취철산의 적의 군량고를 기습하라는 명령은 내리지 않았을 것
이오.
그러니 만약 내가 이번 싸움에 나가 죽는다면, 주유 장군은 육전을 모르는 우장(愚將)이라는 소리가 천하에 널리 퍼질 것이오."
노숙이 그 말을 듣고 급히 돌아가 주유에게 그대로 전하였다.
주유는 그 보고를 받고 발끈 노한다.
"뭐요? 나를 육전을 모르는 우장이라
고? 건방진 놈! ... 전하시오! 이번 조조군 군량고 야습은 손 떼라고! 내가 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친히 공격할 것이오! 어디, 못 해 내나 보시오!"
"알겠습니다."
노숙은 주유의 명령에 토를 달지 아니하고 선듯 대답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유는 불세출의 재능을 가진 당대의 영웅이나, 자만심이 극도로 높아 천하를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고, 자신보다 강한 자를 두고 보지 못 하는 성격을 가진데다가, 결정의 단안이 몹시 급하여 수하(手下)사람들을 몹시 곤혹스럽게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노숙이 다시 공명에게 달려가 주유의 말을 전하니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주공근(주유의 字)이 나더러 조조의 군량고를 기습하라고 한 것은 조조의 손을 빌려 나를 죽이려 한 것이기에 내가 한번 큰소리를 쳐본 것이오.
조조가 얼마나 지혜가 많은 사람인데 자기 군량고를 호락호락하게 놔뒀을 리가 있겠소? 더구나 보급로를 끊는 것이 조조의 핵심 전략이오.
그러니 자신의 군량고에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았겠소? 그런 까닭에 주공근이 일만의 병사를 데리고 가더라도 쉽게 공격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적의 함정에 빠져 그곳에서 패하거나 다치기라도 한다면 오국(吳國)을 위해서나 유 예주를 위해서나 불행한 일이 될 것이오. 그러니 적의 군량고
를 기습할 생각은 포기하고, 우선 수전으로 먼저 적의 예기(銳氣)를 꺾어 놓아야 할 것이오.
선생은 지금 돌아가셔서 주유 장군에게 그뜻을 전해 주시오."
"공근에게 꼭 전하도록 하겠소, 선생, 질문이 있으니 아무 숨김 없이 대답해 주시오."
노숙은 공명의 예지력에 감탄하며 말했다.
"해 보시오."
"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그리고 강동 사람들의 전하는 말로 공근을 격노시키지 않았다면, 공근은 틀림없이 선생을 조조의 군량고로 보냈을 것인데, 선생은 과연 명에 따라 가실 생각이셨소?"
"명을 받았으니, 갔겠지요. 대도독의 명을 제가 어찌 거역하겠소? 항명 한다면 골치아픈 일이 벌어지지 않겠소? 동오의 칠금령 오십 참법(七禁令 五十 斬法 : 일곱 가지 금 법과 오십개에 이르는 참살 법)이 버티고 있으니, 명에 따를 수 밖에요. 허나, 공근이 내게 이천의 철기를 내 준다고 했으니 제가 취철산에 도착하면 먼 발치의 산위에 올라가 동오의 철기군을 선봉에 내세우면 아마 반 이상은 전사를 할 테고, 결국에는 패잔병 수 십명을 이끌고 처참한 몰골로 돌아와서 대도독께 죄를 청하겠지요. "
공명은 노숙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느닷없는 질문을 던진 노숙도 공명으로 부터 가상의 결과를 듣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호탕하게 웃어졌혔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
한바탕 웃고난 노숙이 공명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약았어, 정말 약았어!..." 하고 말하며 부럼반 시샘반으로 웃으며 말하였다. 그러자 공명이,
"대도독이 나를 궁지에 몰아 넣다 보니 그런거요... 자경, 한 마디만 묻겠소. 내가 주공근이 육전에는 약하다고 조롱할 때, 어떤 의도로 그러는지 눈치 채지 못 하셨소?"
공명이 노숙에게 이렇게 묻자, 노숙은 겸연쩍은 웃음을 웃어 보이며 찻잔을 공명에게 들어 보인다.
그리고 찻잔을 내려다 보며,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도 미처 눈치채지 못한 공명의 계략에 감탄하였다.
노숙이 주유에게 돌아와 공명을 만나고 온 내용을 보고하자 주유는,
"자경, 놈의 식견은 나의 열 배요. 강동의 후환으로 남겨두느니, 차라리 이번에 없애버려야 하겠소!" 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노숙이,
"대도독, 결전을 눈 앞에 둔 상황이니, 공명을 죽이더라도 조조를 함께 깨쳐 부수고 나서 죽이시지요. 그래도 늦지는 않습니다." 하고 주유의 결단을 말렸다. 그러자 주유는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 논의하고 있을 때, 장군 여몽이 들어와,
"아뢰옵니다. 조조군의 전함이 삼강구에 도착해 포진을 펼쳤습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다.
그러자 주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며 물었다. "전함의 규모는?"
"강을 덮을 듯이 끝이 안 보입니다."
노숙은 그 말을 듣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주유는 여몽에게 명한다.
"쾌속선 열 척에 궁수들을 배치해라. 내가 간다!"
그러자 노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유의 앞으로 달려간다.
"대도독 ! 그건 위험하오. 강 위에서
는 육지와 달라, 십 리밖도 훤히 볼 수가 있소. 대도독의 전함이 나타나
는 순간, 조조군이 삼십 리밖에서 바라볼 것이오. 삼군 통솔자가 경솔히 움직여서는 안 되오." 하고, 진언을 하였다.
그러나 주유는, "조조의 전함들은 새로 건조한 데다가 아군과는 첫 교전이오. 그러니 내 눈으로 그들을 보지 않고 어찌 상대하겠소?"
주유는 노숙에게 이렇게 말해 두고 여몽을 바라보며 묻는다.
"말해 보게, 조조군이 나를 발견한다
면 어찌 나오겠나?"
"전함을 보내어 추격을 하겠지요."
여몽이 이렇게 대답하자, 주유는,
"맞아 ! 추격을 당해 보지 않고, 적함의 속도가 어느 만큼 빠른지 어찌 알 것이며, 적군의 수상 전술과 적군의 궁노를 비롯한 화기 전술이 어떤지 어찌 알아 낼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추격을 해 온다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지."
주유는 이렇게 말하면서, 말미에는 노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노숙이 감탄하며 말한다.
"공근은 정말 지용을 겸비하셨소!...."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여몽이 명을 접수한다.
"대도독의 말씀 대로, 소장이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곧이어 주유가 인솔하는 쾌속선 열 척이 주유의 군기(軍旗)를 휘날리며 조조의 전함이 뒤덮고 있는 삼강구로 진입하였다.
주유가 수하 장수 여몽과 육손을 데리고 뱃전에서 조조군의 수군 전함을 바라보니, 과연 수 많은 전함
이 장강을 뒤덮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유가 여몽에게 묻는다.
"여몽, 조조의 수군 대도독이 누군가?"
"채모, 부도독은 장윤입니다."
주유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꿈적이며,
"채모는 유표의 수군 상장군이었고, 장윤 역시 과거에 수군 통령(統領)
이었다. 둘 다 수군 전략을 수행하
는데 명장이자 노련한 자들이다. 놈들이 있는 한 쉽게 이길 수는 없다."
하고 말하는 순간 주유의 쾌속선을 발견한 조조군에서 대항 전함 삼십 척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를 발견한 여몽이 손을 들어 주유에게 말한다.
"도독, 보십시오. 조조군의 전함들이 몰려 나옵니다."
그 말을 들은 주유가 명한다.
"당황하지 말고 수심이 얕은 곳으로 유인하라. 물길에 밝은 지 봐야겠다."
"알겠습니다 !"
여몽이 명을 접수하고 뒤따르는 쾌속선에 군령을 전달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리하여 여몽은 손수 청, 홍기(靑紅旗)를 흔들어 수신호를 보낸다.
주유의 다음 명이 떨어진다.
"궁노수는 자리에 위치하라!"
명을 받은 궁사들이 제각기 자기 자리로 들어가 화살을 한 대 씩을 멕였다.
주유의 다음 명령이 즉각 떨어진다.
"추격해 오는 가운데 전함을
조준하라! ... 쏴라!"
주유의 명령을 받은 여몽의 사격명령 수신호가 각 전함에 전달되고 이를 본 전함에서는 각기,
"쏴라 !" 하는 명이 떨어졌다.
"피융 ! ~ ...."
"피융 ! ~ ...."
주유의 쾌속선 선단 10 척 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지휘관이 타고 있을 가운데 적함으로 수백 발의 화살이 날아갔다.
"아 !..."
"으악 ! .."
주유를 추격하던 조조군 지휘선에서
는 빗발치는 화살로 방패가 뚫리고 병사들이 쓰러져갔다.
이렇게 소기의 성과를 올린 주유는 적의 전함들이 모두 출동할 기세를 보이자 급히 배를 몰아 진지로 돌아와 버렸다. 이로서 주유는 이번 출동으로 애초에 목표한 대로 조조의 수군에 대응력을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다음 제181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