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식 축사 "너무 좋은 직장 찾지 마시기 바랍니다"
29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대 관악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제 70회 학위수여식에서 한 선배가 축사자로 연단에 올랐다. 1975년에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김인권 애양병원 명예원장이었다.
그는 "너무 좋은 직장을 찾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좋은 직장을 찾지 말라는 김 원장의 뜻밖의 축사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 원장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누구나 생각하는 좋은 직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상하 수직관계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 여러분들의 존재감을 나타내기가 무척 어렵다. 조금의 실수도 포용하지 않고 서로 상대방의 단점을 부각하여 여러분들이 여간 강심장이 아니면 그 사회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어렵다. 살아남는다고 하여도 여러분의 감성은 아주 무뎌지고 말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어떤 직장에 들어갔다고 한다면 무조건 열심히 일하기 바란다. 즐겁게 일하고 여러분들이 있음으로 해서 주위가 즐거워지고 활력이 넘치게 되기를 바란다. 여러분들이 속한 사회나 조직에서 언제나 인정받고 잘 나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잘 안 풀리고 실망하고 좌절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여러분은 다 독특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서 찾을 수 없는 유일한 능력이라는 것을 알 때 여러분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고 응원했다.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결정에 후회가 없고 설령 후회가 된다 하더라도 원망하는 마음이 없다. 긴 인생의 여정에서 보면 이제 첫걸음을 내 딛는 순간이다. 먼 훗날 인생을 마무리 할 때, 이 순간이 여러분의 행로에 후회가 없는 선택이 됐다고 자부할 수 있는 선택이 되기를 바란다" 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40년 선배의 이날 축사는 사회 진출을 코 앞에 둔 후배들에게 잔잔한 여운과 감동을, 그리고 자신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