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379 --- 마술에 걸린 은행나무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다. 계절마다 특색이 있어 구분된다. 봄이면 꽁꽁 얼어붙었던 산천이 사르르 녹아 초목이 새싹 트고 꽃 피운다. 가는 곳마다 꽃동산 된다. 생물에게는 사실상 한 해의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농부는 바삐 논밭을 돌보며 씨앗을 뿌린다. 여름이면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나 녹음을 이루며 일 년 중 가장 무덥고 비가 많이 온다. 가을이 되면 맺은 열매가 통통하게 여물면서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초목은 단풍 들고 낙엽으로 진다. 겨울은 앙상해진 나무에 눈꽃이 피어나면서 춥다. 이렇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사계절이 반복되면서 한 해가 지나가고 세월이 간다. 가을날 농촌을 지나가다 보면 나뭇가지에 해가 걸린 것 같은 홍시를 자주 보게 된다. 사람들은 홍시를 보면 까맣게 잊고 있던 엄마가 문득 생각난다고 노래를 부르며 눈물에 젖기도 한다. 배부르게 먹으려고 연신 빨던 엄마의 젖무덤을 잊을 수 없다.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는 아기 얼굴처럼 무엇이 쑥스러운지 발갛게 물이 든다. 순간 말랑말랑한 홍시가 아른거린다. 감나무에서 익어가는 홍시를 바라보는 눈도 홍시도 동글동글하며 빛이 난다. 잘 익은 홍시가 잎에 살짝 가려졌다 드러냈다 하는 모습에서 푸른 하늘에 해님이 스쳐 간다. 반짝거리는 해님과 또랑또랑한 눈빛의 아기 얼굴이 슬그머니 겹친다. 가을이면 나무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든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지만 잘 보이지 않던 은행나무가 샛노랗게 마술에 걸린 것 같다. 은행나무는 주목이나 느티나무처럼 수명이 긴 나무로 천년까지도 거뜬히 산다. 한때는 은행이 바람결에 떨어지면 잽싸게 주워갔다. 그러나 요즘은 본 척 만 척 거들떠보지도 않고 널브러져 지독스러운 냄새에 골칫거리가 되었다. 가로수도 암컷을 수컷으로 바꾸어 심는다. 샛노란 은행나무는 잎이 마치 금화처럼 보이며 우수수 쏟아져 쌓이면 부자가 된 기분이다. 나무 밑에 떨어진 잎에서 노랑 병아리가 떼를 지어 삐악거리고 노랑나비가 날아다니면서 가을이 노랗게 물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