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 산에 오르다 보면 사람들이 고추에 대한 생각을 대자연속에서도 많이 하는 것을 본다.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그들의 대화, 낙서, 조각 작품은 야하다기보다는 솔직한 단면의 표현이기에 생각을 멈추게 한다. 무더운 여름의 땀에 젖은 산행에서는 한 컵의 약수도 시원하지만 자연인들의 생각이 또한 초연하고 개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연과 삶이 어우러지는 역사에서 인간의 고추와 동굴 본능을 설명하려는 학자들의 이야기는 숲속이 아니라도 길고도 길었다. 그러나 그 길고 긴 논의를 쉽고 간결하게 들여다보게 하려고 지금 삼척에서는 '제2회 동굴축제'를 준비하는 중이다. 이 축제의 주제는 물론 동굴의 유구함과 다양함이지만 그간 점잖은 사람들이 쉬쉬하던 동굴의 상대 '고추'에 대한 묵상의 장도 마련된다는 소식도 있다. 생각의 폭을 넓히자는 데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우리의 마지막 청정강인 강원도 홍천강이 굽어도는 팔봉산에도 매표소를 지나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산을 오르는 이에게 '고추에 대한 묵상'을 하게 하고 있다. 출입구의 정면에 우뚝선 고추에 대하여 수줍음 많은 매표소 직원은 '팔봉산이 음기가 세서 남자들에게만 산사고가 많이 나기에 출입구에 거대한 고추(양기)를 세워 기의 균형을 잡고 있다'고 말은하나 실제로 산행을 마치고 다시 그 출입구로 나오는 이는 수줍어할 이유가 없음을 스스로 안다.
팔봉산 산행은, 부푼 가슴으로 매표소 안에 들어설 때 만만하게 보이던 것과는 달리 결코 쉽지 않는 코스다. 그래서 몇 개의 봉을 넘지도 않아 배낭이 짐이되고 온 몸이 땀에 젖고 만다. 그리고 쉬고 싶은 마음 간절한 고비에 이르면, 등산 배낭을 먼저 밀어 올린 후, 맨몸으로 겨우 빠져 올라갈 수 있는, 수직의 동굴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때 혼자의 힘으로는 오르기 힘이 들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비좁은 바위 틈새로 한 바퀴 뒤틀어 나가야 하므로 산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 사람을 어둠의 동굴에서 밝은 새 세상으로 끌어내는 작업에는 자신의 노력은 물론이려니와 끌어당기는 이도 땀에 범벅이 되어 버린다.
힘들어하다 끌려나온 세상, 인간은 세상에 그렇게 던져졌지만,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 살만하고, 나를 잡아당기는 손이 있었기에 잡아당겨준 그손의 체온은 세상 풍파에 쉽게 식지 않음을 체험하게 된다. 고추와 동굴과 탄생과 아름다운 대자연에 대한 감격으로 땀을 식히며 다시 출구로 나오면 의연하게 서있는 고추! 생명의 매체, 아담의 형상, 삶의 장엄한 신호탄, 그리고 팔봉산의 고추와 동굴의 조화 ......
고추와 동굴, 그것은 인간의 아득한 본능이기에 끝없이 추구하고, 부딛치고, 묵상하는 지도 모른다. 가시 돋친 나무자락에 묻은 꿀을 먹는 인생, 피가 흐르지만 그래도 하염없이 꿀을 찾아헤메는 삶......
에델바이스
-우리님들 오늘도 사랑으로 충만 하시기를. 팔봉산 산행을 하면서 느꼈던것을 올려봤습니다.-
첫댓글 팔봉산 좋은곳이군요 밥무씨유?
밥 무씨유! 네에 팔봉산 좋은곳이에요. 오늘도 건강, 행복해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