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렉스코드 대표 함철용입니다.
아마 여기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는 저희 회사와 함께 하신 번역사님들도 계실 것이고 그렇치 않은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회사소개를 하자면 기존의 '지플러스'를 법인화 하면서 상호를 '(주)렉스코드'로 변경했습니다. 현재 서울, 인천, 천안 등지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번역, 통역, 영상번역, 법률번역 등 각각 특화되어있는 7개의 웹사이트를 운영중인 회사입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인터넷에 올린 글로 대화한다는 것은 제 개인적으로 극도로 자제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특히 번역사와 번역회사간의 민감한 사안들을 고려했을 때 저의 글이 의도하지 않은 어떤 오해를 받게되지 않을까 매우 조심스러운 맘이 앞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문득 글을 올려볼 용기를 내게 된 것은 번역사들과 번역회사가 서로 좀 더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 때문이니 제 글중에 혹 불쾌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제 자신이 번역회사의 대표이기 이전에 지금보다 한참 어렵던 시절 직접 번역도 했었고 지금도 간간히 하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자면 우선 우리나라 번역시장의 "말도 안되는 번역료"에 번역사님들이 고생하시는거 백번 이해합니다. 번역이 고도의 지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임금이 때로는 아르바이트 수준에도 못미치는 현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는 예외적으로 월 500만원 이상을 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 자신을 비롯 대부분의 번역사들은 한달 내내 번역해봐야 200여 만원 넘기기도 벅찬 것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저가번역의 피해자들은 사실 번역사들이기에 앞서 저희같은 번역 회사가 가장 최일선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번역이라는 것이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업종이다 보니까 "사장이 번역하고 부인이 전화받는" 형태의 영세한 번역회사가 한달에만도 수십개씩 생겼다 사라지곤 합니다. 이러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할 때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오직 "싼 번역료"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회사든 법인이든 어차피 시장의 경쟁원리에 의해서 움직이니까 그렇게 시작한 회사들이 어떻게 하든 성공하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그런식으로 운영하다가 얼마 못버티고 사라지고 나면 뒤에 남는 것은 그들이 남겨논 저가번역료입니다.
일례로 얼마전 어는 공공기관에서 입찰에 참여하라는 연락을 받고 입찰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3-4개 회사가 입찰에 참여했는데 담당자가 저희 회사가 실적이나 규모면에서 가장 앞서니까 입찰금액에 큰 차이가 없으면 저희가 당첨될 것이라고 귀뜸을 해주더군요. 그 프로젝트는 불과 5백여만원의 작은건이었기 때문에 저희도 누군가 싸게 넣어봐야 400정도일거라고 예상했고 그렇게 되면 저희가 맡을 것이라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한 업체에서 260만원에 낙찰받아 갔습니다. 그 금액이면 우리가 번역사에게 지급하는 작업료보다 적은 금액입니다. 이렇게 시장 가격과 질서가 흔들리고 나면 다음에는 제가격으로 도저히 수주할 수 없게 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일어나서 정상적인 번역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저가번역의 피해자는 번역사이기 이전에 번역회사라는 것이죠.
혹자는 반문할겁니다. 번역회사가 중간에서 마진 (혹은 착취?)를 줄이면 되지 않겠냐고.
번역사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번역회사가 많은 것은 저로서도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저희 회사의 경우 수주금액에서 60-70%정도가 작업료로 나갑니다. 때로 운좋게 50%이상 남기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그보다 아예 돈을 떼이는 경우가 더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아뭏튼 회사의 마진은 30-40%정도인데 번역사들 중에는 일은 번역사가 다 하는데 회사가 중간에서 백만원에 3-40만원씩 수익을 갖는 것은 억울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신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회사 입장에서 잠시 보시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친한 번역사님들에게 가끔 이런 반문을 합니다.
만약 당신이 주인이고 나를 고용했다고 가정할 때, 내가 내 돈으로 광고하고, 일감 찾아서 갖다주고, 번역한거 내 비용으로 사람 고용해서 중간 관리 해주고, 게다가 업체에서 작업료를 받든 못받든 당신 수입은 보장해 준다면 수주금액의 30-40%를 내 월급으로 주지 않겠느냐고...
즉 이것은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입니다. 번역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노력하고 30-40%를 착취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번역회사 사장 입장에서는 온갖 고생끝에 작업물 확보해서 번역료 원가가 60-70% 나가고 남는 금액에서 홍보비, 인건비, 운영비를 운영해야 하는 것이 오히려 억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더이상 비율의 배분이 아니라 상호 쌍방의 노력에 대한 존중이라고 저는 직원들에게 수없이 강조합니다.
즉 번역회사는 번역사에게 지급되는 작업료를 존중해 주고, 번역사들도 마찬가지로 회사의 이익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만 이기는 싸움이라면 딱 한번 이기고 끝날 수 밖에 없습니다. 계속 이기기 위해서는 쌍방이 함께 이겨야한다는 것이 성공하기 위한 비지니스 원칙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저희 렉스코드는 장기적인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번역사가 많을 뿐만 아니라 매출의 80% 이상이 단골 거래처나 그들의 소개로 이루어지고, 나아가 내부 직원들의 이직/전직율이 전무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못받은 미수가 월 매출의 몇배에 달할정도로 높고 매년 천만원 이상씩은 부도업체 때문에 피해를 입으면서도 아직껏 단 한푼도 번역사 작업료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저희 회사 작업료가 타 회사에 비해서 높은지 낮은지 저는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아마 낮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는 저희의 기준과 원칙에 입각해서 지불할 뿐입니다. 제 자신이 "돈받으면 뒷처리는 무책임한 " 회사가 되는 것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저희는 거래처에 대해서 몇년 전 끝난 일이라고 하더라고 고객의 요구가 있으면 끝까지 책임져 줍니다. 마찬가지로 번역사들에 대해서도 품질에 조금 이상있는 것은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이해하지만 잘못된 작업을 수정할 책임감이 없는 분들과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거래를 지속하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이 번역회사를 차리면 한번 납품하면 나 몰라라 하는 회사가 될 것이고 번역사들에게는 번역물 받고 돈 떼먹는 회사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번역회사와 번역사는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분명 상호 공생공멸할 수 밖에 없는 관계입니다.
번역회사야 어차피 이익을 남기면 그만인 집단이라고 비난하시는 번역사님들이 많으신데 그 자체가 잘못된 행위도 아니거니와 그렇게 비난하난 분들 대부분 역시 번역회사가 어떻게 되든 자신은 번역료만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서로 비난할 처지는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것보다는 상호 파트너로 존중해 주고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서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상생하고자 하는 비지니스 정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전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저 개인적으로 내부에서 직원들에게도 반말을 쓰지 않기도 하거니와 저희 직원들 역시 번역사님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면서 일하라고 지시하고 있습니다.
저희 렉스코드는 현재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현실을 탓하기 보다는 이것을 극복하고 수년내 백억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영세한 환경에서 스타기업이 나와야 시장도 커지고 게중에 정말 실력을 인정받아서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 번역사도 나오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정직함은 그 길을 가는 하나의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번역회사와 번역사간의 갈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썻는데 이것이 또 어떤식으로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않을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간혹 거슬리는 대목이 있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리며 저희 회사 대표 홈페이지 www.lexcode.co.kr에 오셔서 회사 앨범도 한번 들러 보시고 우리가 하는 일들도 잠시 보시고, 저희가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함께 일하시는 것도 제안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번역사들에게 행복한 연말이 되기를 기원하며
(주)렉스코드 대표 함철용 드림
첫댓글 정성이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번역사와 번역가의 상호 이해를 도우시려는 좋은 취지에 감사를 드립니다.
사장님께서 이곳 게시판까지 오시다니... 보기 좋습니다. 이 회사 좋은 회사입니다. 번역료도 낮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와 거래가 끊겼습니다. 아마도 여기에서 저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거래가 끊어진 사연이 품질불량은 아니었습니다. 이미지파일인데, 카운트한 글자수가 너무 적어 보여, 한글을 타이프하니, 회사에서 카운트한 글자수의 딱 2배가 되더군요. 번역물 납품하면서 타이프한 원문도 납품했습니다. 까짓 거 전부 해야 13만원 정도인데, 그냥 손해 볼 생각이었지요. 원문을 보낸 목적은, PM이 목측으로 카운트 할 때, 얼마나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PM이 메일로 보낸 내용이, <모두 인정해줄 수는 없고, 2만원인가 추가해주겠다>고 되어있더군요. 황당하데요. 제가 바란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니라, PM이 제게 미안하다고 전화라도 한 통 하고 다음부터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심해달라는 것이었지 모자라는 부분을 모두 달라는 것은 아니었고, <2만원>을 더 받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PM은 여전히 자신이 예의상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더군요. 그래서, 사장님과 통화했지요. 아마 제가 처음 샘플테스트를 받았을 때의 품질과, 실제 납품 품질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제가 고백하면서(그러나, 품질상 문제가 된 적은 없습니다),
그 PM의 이야기를 했지요. 제가 기분상한 것을 사장님께서 이해해주시더군요. 그런데, 사장님의 말씀 중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평소에 직원들에게 의뢰인에게 견적 낼 때, <언더카운트>는 할지라도 절대로 <오버카운트>는 하지 말라고 하신다고요. 거래처 관리를 위해서겠지요. 그리고, <언더카운트>되어 빠진 부분은 번역사의 몫으로 돌아가는 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으셨지요. 이러한 사장님의 철학은 지금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 후, 일이 오지 않기에 제가 그 PM에게 전화했지요. 제가 잘린 거냐고 물었지요. 제게 미안해서, 그 후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나서는 거래가 끊겼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증하는 것은, 이 회사 번역료 괜찮은 수준이고요, 트라도스 사용해도 매치율 따지지 않고요, 번역료 정확하게 지급됩니다. 함철용사장님, 새해에 사업 번창하시고요, 복 많이 받으세요.
기러기님의 글도 잘 읽었습니다.
저와 거래가 있던 회사도 아니지만, 번역계가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는 내용이네요. 이미 지나간 거래 일지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소급해서 차액을 지급하는 게 다른 산업분야의 보편적인 거래 관행입니다. 유독 번역계만큼은 지나간 거래는 과거지사로 묻히고 마는군요. 가능하다면 번역 이외의 직종으로 진출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상식과 보편적인 거래 관행이 무시되는 곳이 번역계입니다. 이 바닥은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없습니다. 발전시키려는 의지조차도 보이지 않거든요. 설마 제대로 돈 지급하고 일하는 걸 발전이라 생각하지는 않겠죠.
어떤 잘못된 분들이 번역사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는지 번역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 글 올리기도 힘들었는데 함대표님의 글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회사와 번역사는 상생하여야만 합니다. 많은 광고료와 홍보료를 들여 번역업무를 의뢰받고 번역사님들에게 번역을 의뢰하여 수입을 합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나누는 것이 상생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번역비 지급에 대한 보증을 확실히 하려고 보증보험 회사에 문의하여 번역비 지급을 보증해 줄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 보았는데 그런 상품은 없고 일일이 계약한 것을 가지고 보증보험계약을 하여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번역비에 대한 지급 보증을 미리 확보하여 안심하고 거래하며, 번역업무에 전념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서로 노력하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협력하기를 소망합니다.^^
대표님도 번사 식구셨군요^^ 모든 번역회사가 렉스코드만 하다면야 근심도 없겠네요..
좋은글 읽고 갑니다. 아참... 올 초에 제가 영상에 자막처리 부탁한적이 있었는데... 너무너무너무 전문적으로 처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_ _) 글들 보니 좋은 평만 나올 수 밖에 없는 회사네요. 번창 하세요 (_ _)
저가로 낙찰한 회사 알고 싶네요. 공공기관은 그냥 먹었군요. 번역이 그냥 손가락 두르리면 나오는 줄 아남?
기대 이상으로 격려의 답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무리 좋은 말도 두번 들으면 싫다고 했던가... 더 나누고 싶은 말은 많지만 글쓰는 것은 이번 한번으로 정리하고 남은 것은 또 열심히 일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희망을 갖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있으니 그래도 희망적입니다. 번역사가 없으면 결국 번역 회사도 없지요. 세상은 모두 공생 관계로 모두가 모두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어야 현재 전세계적인 위기에 빠진 세상도 회복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번창하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