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청부업자 제프는 돈을 받고 나이트클럽 주인을 살해한다. 그러나 경찰의 신속한 수배망에 걸려 수 많은 용의자 가운데 하나가 된다. 살인을 하기 전 애인 잔과 치밀한 알리바이를 짜놓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으나, 유일한 목격자인 클럽 피아니스트 발레리가 그에겐 가장 위험한 증인이다. 그러나 증인으로 불려나온 발레리는 뜻밖에도 제프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증언해 준다. 증거가 없어 제프를 놓아주면서도 서장은 너무 완벽한 알리바이에 의심을 품고 그를 미행하게 한다. 한편 청부살인의 나머지 돈을 받으러 갔던 제프는 도리어 경찰에 수배 중인 자신을 이롭지 않게 생각한 청부의뢰인이 보낸 암살자에게 한쪽 팔에 저격당한다. 그 총잡이를 고용한 배후 인물을 찾으려는 제프에게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져 온다. 제프는 자신을 죽이라고 명령했던 오레이를 죽인 후, 오레이와의 두번째 청부 살인 계약 대상인 발레리에게 총을 들고 나타나고...
'사무라이' 제작노트와 이런저런 이야기
60~70년대 알랭 드롱은 프랑스영화의 얼굴이었다. 국내에 개봉할 수 있는 프랑스영화의 첫번째 조건은 알랭 드롱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것. (암흑가의 세사람) (볼사리노) (시실리안) 등 알랭 드롱이 주연한 갱영화는 국내관객에게 꽤 인기가 높았다. (사무라이)는 68년 중앙극장에서 (고독)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지만 70년대 관객이 볼 기회는 프랑스문화원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오우삼이 경의를 표했던 프랑스 갱영화의 독특한 작가 멜빌은 막다른 골목에 이른 범죄자를 자주 그렸다. (사무라이) 역시 이야기는 갱영화의 전형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고독한 살인청부업자 알랭 드롱이 한 여자를 만나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고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는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에 영향을 주었고, 알랭 드롱과 주윤발의 유사성은 미루어 짐작하기 충분하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 허만 멜빌을 흠모하여 자신의 성을 멜빌로 바꾼 이 프랑스 감독은 미국 갱영화와 필름누아르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만의 갱영화 스타일을 완성했다. 고다르가 (네 멋대로 해라)에 그를 출연시킨 것은 프랑스에서 갱영화로 데뷔하는 신인감독이 마땅히 갖춰야 할, 장르대가에 대한 경외감의 표시였다.
감독: 장 피에르 멜빌
각본: 장 피에르 멜빌, 조르주 펠레그랭
촬영: 앙리 드카에
출처: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