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교통사고 69건중 실형 단 1건…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
최근 1년간 ‘1심 판결’ 분석해보니
사고 운전자 96%가 운전업 종사자 “마을버스-화물차 등 시야 사각 많아”
스쿨존 사고 67%, 횡단보도서 발생 “경광등 설치 등 스쿨존 표식 강화를”
화물차 운전자 A 씨는 2020년 1월 광주 북구에서 만취한 상태에서 차를 몰다 6세 여자아이를 들이받았다. 튕겨나간 몸을 차로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아이는 이마 뼈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A 씨는 3차례 음주운전 전과가 있었지만 모두 10여 년이 지난 일이라는 이유로 1심 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5일 동아일보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6∼12세 어린이 교통사고 69건을 조사한 결과 사고를 낸 운전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1건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를 포함해 음주운전 3건, 무면허 운전도 2건이 발생했지만 모두 집행유예에 그쳤다.
○ “사고 운전자 중 운전업 종사자 많아”
동아일보 취재팀은 대법원 판결문 검색 시스템을 통해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중 지난해 1∼12월 1심이 선고된 판결문 69건을 분석했다. 이 중 실형을 선고받은 건 지난해 6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7세 여자아이를 들이받아 골반 타박상 등을 입힌 운전자 1명이 유일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피해 보상을 못 했고, 피해 아동 부모가 강력한 처벌을 원해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경기 용인시에서 9세 남자 초등학생을 들이받고 현장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마을버스 기사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피해 아동이 뇌진탕 등 전치 3주 진단을 받았지만 피해자 측과 합의했다는 점이 참작됐다. 이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로 스쿨존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이들 중에선 마을버스나 화물차 기사 등 운전업 종사자가 66명(95.7%)으로 대부분이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운전업 종사자의 경우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가 누적돼 운전 중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며 “화물차나 트럭 등 대형 차량은 시야의 사각지대가 많아 체구가 작은 어린아이들을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운전업 종사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해 사고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운전업 종사자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무시간 총량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미국과 유럽의 경우 디지털 운행기록계를 설치해 운전업 종사자가 충분히 휴식하고 운전하는지 불시 점검하는 것을 참고해 관련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횡단보도 사고가 3분의 2”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중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는 전체의 3분의 2인 46건(66.7%)에 달했다. 어린이들은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데 어른들이 안전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7월부터 신호등 없는 스쿨존 횡단보도에서 운전자가 무조건 일시정지 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지만 실제론 거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원인은 전방주시의무 태만 40건(58%), 신호 위반 27건(39.1%), 속도위반 7건(10.1%)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 인식 개선과 함께 스쿨존 시스템에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정훈 아주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속을 하기 어렵도록 도로 포장 재질을 바꾸거나 진입로에 경광등을 설치해 스쿨존임을 명확히 인식하게 해야 한다”며 스쿨존 안내 표지판도 현재보다 크기를 키우고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이 기자, 김보라 기자, 최미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