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갔’느냐
토종 멧토끼 수 20년새 15분의 1로
㎢당 0.8마리 뿐… 멸종위기 될수도
“생태 통로 단절-포식자 증가 영향”
동요 ‘산토끼’로 친숙한 토종 토끼인 멧토끼의 수가 20년 새 15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처럼 개체수가 감소한다면 산토끼가 멸종위기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검은 토끼의 해(계묘년)’를 맞아 야생동물 전수조사 자료에서 멧토끼 개체수를 산출한 결과 서식 밀도가 2001년 ㎢당 12.3마리에서 2021년 0.8마리로 줄었다고 5일 밝혔다. ‘메’는 산을 뜻하는 우리말로 멧토끼는 곧 산토끼를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멧토끼 서식 밀도는 2004년 ㎢당 8.0마리에서 2009년 4.1마리로 반 토막이 났다. 2015년 ㎢당 1.9마리로 평균 1마리대로 줄어들더니 2020년(㎢당 0.9마리)부터 서식 개체수가 0마리대로 떨어졌다. 1㎢ 면적의 자연 공간에서 멧토끼를 한 마리도 보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학명도 ‘한국토끼(Lepus Coreanus)’인 멧토끼는 대대로 한반도에서 서식해온 토종 토끼다. 과거 개체수가 많아 야생동물 보호·관리법상 사냥이 가능한 수렵동물로 분류됐지만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04년부터 수렵동물에서 제외됐다. 그러면서 2005년부터 개체수와 서식 밀도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다. 정부가 매년 국내 810개 지점에서 야생동물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데 수렵동물, 환경지표동물, 멸종위기종에 한해서만 그 결과를 정리해 공개하기 때문이다.
멧토끼의 개체수 감소는 ‘로드킬’(야생동물 찻길 사망사고)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국토교통부의 로드킬 조사에서 2008년까지 멧토끼는 고라니, 너구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희생되는 동물이었지만 2021년 조사에서는 7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그만큼 수가 줄었다는 뜻이다.
토끼는 번식력이 왕성해 서식 환경만 좋으면 개체수가 급증할 수 있다. 문제는 서식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용수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정보팀장은 “주 서식지인 풀밭 감소, 도로 증가로 인한 생태 통로 단절에 더해 최근 포식자인 유기견과 유기묘까지 급증하면서 토끼 개체수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지금 추세대로 감소하면 멸종위기종 심사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광주시, 울산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멧토끼를 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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