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에 티를 버리지 말자
"옥에도 티가 있다. 작은 티 때문에 옥을 버리지 말라."
이 말을 읽으며 문득 지나온 세월의 인연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어떤 인연은 작은 오해 하나로 멀어지고, 어떤 인연은 큰 다툼을 겪고도 끝내 손을 맞잡는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작은 감정을 이기지 못해 소중한 친구를 마음속에서 통째로 지워 버린 적이 있다. 조금만 더 이해하고, 조금만 더 기다리고, 먼저 손을 내미는 지혜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평생을 함께한 친구들도 있다. 서로 서운함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서운함보다 우정을 더 크게 여겼기 때문이다. 옥에 난 작은 티를 보았지만, 그 때문에 옥 전체를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하늘나라로 떠난 한 친구가 생각난다. 오랜 세월 서로를 존중하며 지냈지만, 어느 날 내 말 한마디를 오해하여 큰 다툼이 생겼다. 서로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진심을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웃으며 악수했다. 그리고 마지막 이별의 날까지 더 이상 작은 앙금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관계를 지키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이해와 용서라는 것을.
얼마 전, 사회적으로도 많은 존경을 받는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멈춰 있는 서울 동기회를 다시 살려 보자. 이제 모두 덤으로 사는 팔십의 세월이다. 우리 문중 동기들이 살아 있는 동안 한 번이라도 더 만나 얼굴을 보고, 정을 나누며 살아가자."
그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나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내세울 만한 업적도 없고, 친구들의 특별한 지지를 받는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앞장설 자신도 부족하다.
그러나 친구의 그 뜻만은 참으로 고귀하다. 세월이 흘러도 인연을 놓지 말자는 마음, 작은 티를 이유로 옥을 버리지 말자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우리 나이에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지혜가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다. 친구도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인생의 황혼길에서 돌아보면, 결국 남는 것은 성공도 명예도 아닌 함께 웃고 울었던 사람들이다.
아직 손에 쥐고 있는 인연이라면 놓지 말자.
먼저 안부를 묻고,
먼저 손을 내밀고,
먼저 웃어 주자.
옥에 티가 있다고 옥을 버리지 말듯, 작은 허물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지 말자.
그것이 내가 이제라도 배우고 싶은 우정의 길이며, 남은 생애에 이루고 싶은 작은 소망이다.
우리 모두의 존경을 받는 이 친구가 던진 뜻깊은 한마디가 작은 씨앗이 되어 우리 가슴에 뿌려졌다.
이제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함께 가꾸어 보자.
친구들아, 우리 다시 만나자.
2026년 6월 24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