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32년 내공의 수제 돈까스
2022년 12월 12일 월요일
음력 壬寅年 동짓달 열아흐렛날
이번주 중반부터 강추위가 올 것이라는 예보이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은 영하 10도, 산골에서 이
정도는 큰 추위가 아니지만 그래도 춥기는 춥다.
이번 한파는 영하 15도를 오르내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이렇다할 큰 추위는 없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될 모양이다.
오늘 촌부 일기는 돈까스에 대한 이야기를 화두로
삼아볼까 싶다. 아들 녀석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지엄마가 만들어준 돈까스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올해로 32년째 만들어주고
있으니 그 입맛이 어디 가겠는가 싶다. 기억하건데
아마 녀석이 11살이 되던 해, 아내가 단골로 다닌
정육점에서 돈까스 만드는 방법을 배웠고 그 이후
지금까지 돈까스는 사서 먹는 예가 없이 줄곧 손수
만들어 아들에게 먹였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워낙 돈까스를 좋아하는 아들 녀석은 나이가 들어
혼자 독립하여 살고있는 지금까지도 시중에서 파는
그 어느 것보다 32년 내공, 엄마표 수제 돈까스가
최고로 맛있다고 여기는 단 하나뿐인 아들이다.
어제 아침나절 아내가 스마트폰을 보더니 웃음을
참지못하고 난리법석이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아들과 소통하는 카톡을 보여주었다. 사연인즉슨,
며칠 후에 다가오는 아들 생일을 핑계삼아 만나서
점심이나 함께 하려고 우리가 올라가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래서 기왕에 가는 김에 녀석이 좋아하는
돈까스를 만들어 가야할지 몰라서 카톡으로 물어
봤더니 녀석의 답장이 아내를 웃게 만든 것이었다.
'냉동실이 공간이 많지 않아서 20개 정도 들어갈
듯 합니다'라고 하여 웃음이 터진 것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처제가 "22개는 안되냐고 물어봐?"라고
하며 함께 웃었다. 냉동실 공간이 많지 않은데 20
개 정도는 들어간다고 하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부랴부랴 읍내에 나가 단골로 다니는 정육점에서
돈까스용 고기를 사와서 32년째 지켜오는 아내의
레시피로 돈까스를 만들었다. 마트나 음식점에서
파는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고 맛도 너무나 좋다.
요즘 말하는 겉바속촉이라고 할까? 만드는 즉시
냉동을 시켜서 녀석에 갖다주면 두고두고 튀겨서
먹는다. 소스는 녀석의 입맛대로 만들어 먹는단다.
어찌되었거나 올해 아들의 생일 선물은 돈까스로
하게 됐다며 아내는 만든 수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 흐뭇하다며 싱글벙글이다. 둘째네도 똑같은
레시피로 돈까스를 만들었다며 함께 식사를 하자고
했다. 돈까스는 각자 튀기고 아내는 으깬감자요리
매쉬드포테이토를 만들고, 처제는 돈까스 소스와
새싹 샐러드를 만들어 합쳤더니 아주 근사한 양식
돈까스 요리 한 접시가 되는 것이었다. 맛도 좋고
분위기 좋고... 자매가 함께 살다보니 이렇게 좋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돈까스 이야기를 하다보니 정작 어제 했던 일상의
일을 잊을 뻔 했다. 어제 오전에 비탈진 옆산에서
꺼내놓은 장작용 자잘한 나뭇가지를 모두 잘랐다.
무리하지 않고 하루에 두서너 시간씩을 하다보니
사흘씩이나 걸렸다. 첫날은 이서방이 도와주었고
다음날은 혼자 하고 어제는 모처럼 아내가 나와서
도와주었다. 촌부가 늘 하는 말, 환상의 복식조가
간만에 호흡을 맞춰 장작작업을 한 것이다. 바쁘게
서두르지 않다보니 시일이 많이 걸린 것이다. 모두
잘라놓고보니 꽤 많다. 일부는 카페 벽난로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장작집으로 옮겨놓으려고
한다. 다음해 겨울 땔감용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오늘 원주에 나가 고장난 엔진톱을 수리하여 오면
본격적인 장작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좀 바쁘다. 서둘러 원주에 나갔다가 다시
아들을 만나러 수원까지 다녀오려고 하다보니...
첫댓글
다복하신
가족들의 행복함이~~~
오늘도 즐겁고 멋진 하루 시작 하세요
촌부님의 살아가시는 삶의 이야기는
언제나 행복이 넘쳐흐르고 가족애가 그안에
녹아나는 것을 봅니다. 돈까스도 물론 맛있겠지만
그안에 담겨진 사랑은 누구도 흉내를 못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