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소나무길 가는 길에 2
안개가 가뭇없이 산등성이를 배회하고 있다.
안개에 갇힌 산맥들이 버스를 따라 달리다 쉬고, 쉬다 달리면서 영동고속도로를 버스와 경쟁한다. 우리의 나들이를 축복이라도 하듯 엊그제까지 불붙던 초여름의 불볕은 한 풀 기가 꺾여 신선한 기운으로 돌아섰다.
서울에서 세 시간을 달려 우리는 솔향 가득한 허균. 허난설헌기념관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2년 전 괘방산 산행 때에도 바로 이 주차장에 차를 세웠었지. 누구도 안다. 강릉에서 초당순두부의 제 맛을 알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곳(?)이라는 걸. 바로 배홍성 사우의 처갓집, 토담순두부. 새벽 6시에 일어나 빈속으로 달려온 뱃속이 순두부찌개를 앞에 두고 허겁지겁이다. 그리고 모두부와 생막걸리 한 주발. 경포대도 식후경이라지만 커피 한잔 제대로 못 마시고 경포호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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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허난설헌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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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와 경포호
“거울과 같이 맑다.”해서 이름 지은 경포호. 관동별곡에는 비단을 깔아놓은 것같이 잔잔하다고 예찬하고 있다.
달 밝은 밤 경포대에서 술잔을 기울이면 하늘과 동해바다, 경포호수와 술잔, 그리고 님의 눈동자에 달이 뜬다는 동해 제일의 풍류 명승지.
나 경포호반을 거닐며 내 마음속에 뜬 다섯 개의 달과 함께 나들이 길의 여흥을 즐긴다.
(와우, 경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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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여 호반을 걷고나서 우리는 남쪽으로 내달렸다.
해무가 산으로 밀려간 동해바다는 쪽빛으로 파랬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는 철썩거렸다. 차창에 비치는 갈매기의 울음들이 다시 파도를 불러들였다. 해변에 부서지는 포말들이 여우비 되어 윈도우브러쉬가 흔들거렸다. 그리고 당도한 곳, 추암해변.
추암해변과 촛대바위
애국가가 흐를 때면 어김없이 붉은 바다를 밀치고 솟아오르는 일출, 일렁이는 파도의 너울은 바위를 때리는데 소나무 한그루 머리에 꽂고 독야청청 하는 동해의 수문장, 희망의 솟대, 도약의 상징 촛대바위.
촛대바위 전망대를 오르는 입구 한켠엔 “겨울연가”의 포스터가 빛바랜 채 비를 맞고 서있다. 배용준의 얼굴도, 최지우의 미소도 이미 희미할 대로 흐려 잠시 마음속에 남아있는 추억의 갈피를 열어볼 뿐이었다.
(와우, 겨울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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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바위에 눈도장을 찍고 다시 남으로 내달렸다. 여우비가 흩뿌렸다. 바다는 가뭇없이 멀어져갔다. 발아래 파도가 부서졌다. 바람은 흐름을 멈추고 이마엔 땀이 송글이 맺힐 때 우리는 해신당공원에 도착했다.
해신당과 남근.
도교에서는 말한다.
“성은 우리에게 무한한 창조에너지를 제공하고, 그 기가 생명을 탄생케하며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게 하는 신기이다. “라고.
도교의 불로장생 편에서는 “인류를 번영케 하는 모든 것들 중에 어느 것도 성행위와 견줄 수 없다.”고 쓰여 있다.
아무려나 사랑하는 이와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더욱이 그이와 섹스라도 할라치면 환락의 도가니 속에서 화기가 절로 일어난다.
그래서 남근숭배는 풍요와 다산의 기원이다.
(와우, 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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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소나무숲길의 첫 기착지 두천1리 민박집 김영숙여사의 집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 반.
이제는 내일을 위한 준비만 남았다.
순수 자연산 채소로 장식한 참살이식탁과 삶은 돼지고기, 청국장은 방앗간의 참새를 일깨웠다.
한 순배 두 순배 주고받는 술잔 속에 내일은 잊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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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큰 건지, 때를 만난 건지 뒷집에선 저녁도 모자라 바비큐 연기로 두천리 마을을 적시는데 논두렁에 맹꽁이까지 잠들어갔다.
(와우, 십이령길 가는 길!)
2014. 6월 13일 저녁 두천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