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다해 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날)
루카2,22-40또는2,22-32
새김
이러저러한 스팩 쌓기나 직함 취득, 각종 수상 소식, 신문이나 방송, 매스컴 등장 등 세속적 화려함은 우리의 마음을 끌며, 이러한 화려함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지 못하더라도 그 대상 가까이 접근하여 대리 만족을 취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앙은 이러한 의식이나 노력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를 일깨워줍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중심적 삶은 하느님 자녀로서의 삶과 거리가 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분께 온통 열려 있음입니다. 주님은 이와 같은 비천한 사람들의 마음에 당신의 빛을 비춰주시고,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빛의 축제, 초의 축제인 주님 봉헌은 이러한 가르침을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아드님을 낳으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유다교 법에 따라 정결 예식을 따르며,
나이 많은 시메온과 한나에게 영예스러운 직함이라고는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고 있는 이” 또는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이”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비천한 아기 예수님의 모습 속에서 이방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영광을 내다봅니다.
마음이 비천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은총의 선물입니다. 이처럼 주님은 마음이 비천한 이들을 통하여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주님은 비천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를 세례성사를 통해 당신 자녀로 삼으시고, 손에 촛불을 하나씩 쥐여 주셨습니다. 그 촛불을 들고 세상을 밝혀야 할 사명이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세상의 어둠이 아무리 깊고 넓다 하여도, 작지만 영롱한 우리의 촛불이 모여 세상을 가득 채운다면, 그 어둠은 금시 사라지고 세상은 온통 빛으로 환할 것입니다.
한편, 초가 제 몸을 온전히 태워 주위를 밝히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해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에 옮기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잘못 태우거나 억지로 태워, 그을음으로 주위를 불편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또한 주님께 축성을 받아 자신을 봉헌한 축성 생활자들, 곧 수도자들을 위한 날이기도 합니다.
사제 성소 이상으로 날로 격감하는 축성 생활 성소를 위하여 많은 기도 부탁드리며,
수사님들과 수녀님들 모두 축성 생활 안에서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해 나가시도록 기도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김건태 루카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