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낮에는 잠시 비 소식이 있네요.
오늘 산행은 용문역까지 기차를 타고 갈 생각입니다.
시간에 쫒겨 부지런히 역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앞서가는 노부부가 보였습니다.
꼬부랑 할머니는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계셨습니다.
걷다가 쉬고.. 또
걷다가는 숨을 몰아쉬고...
휴~~우~~~!
잘게 잘게 걸으시던 걸음을 멈추고 길게 내쉬는 한숨소리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
"그짐, 저 주세요."
손에 들고계신 무거운 보따리를 받아 들었습니다.
"아이구~! 이렇게 고마울데가..."
할머니의 입가에 웃음이 함박꽃처럼 피어 났습니다.
옆에서 말없이 걷고 계시던 구순의 할아버지 짐도 빼앗다시피 받아 들었습니다.
베낭을 메고 보따리 두개를 들었지만 그리 무겁지 않았습니다.
구순의 노부부에겐 버거운 짐이었겠지만..
"어딜 가세요?"
"딸네 집에 간다우"
나와 같은 서울행 기차를 타시는 줄 알았더니 강원도 정선으로 가는 기차를 타신다고 했습니다.
헉~~~~!
정선행 기차는 2번, 용문으로 가는 청량리행 열차는 4번 플랫폼이었습니다.
조금 빠르게 걸으면서 할머니 손을 잡았습니다.
아~! 그 손은 어머니의 손이었습니다.
조금 거칠었지만 따뜻한 손이었습니다.
옆에서 걷던 할아버지 왈~~!
"나도 저렇게 젊은 시절이 있었는데 금방이네..."
"어느새 80을 넘어 90으로 가고있으니..."
".................."
2번 플랫홈에 대기중이던 정선행 열차까지 모셔다 드리고
4번 플랫폼을 향해 냅다 뛰기 시작했습니다.
열차에 오르는 순간, 용문행 열차는 서서히 출발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용문으로 가는 열차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씁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비와 잘어울리는 글귀
따뜻하게 잘 읽었습니다 선배님~
어머니.뿐만아니라 부모님은
제가 중년에 들어보니
더 애잔하고 가슴이 애립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따뜻한 엄마손
오늘도 많이 잡아드려야겠네요
비온후 안개낀 산행은
너무 운치있던데 그래도 미끄러우니
조심히 다녀오세요~~~
선배님 ~~ 마음이 울컥합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그 자리에 있을 시간을~~
할아버지 말씀이 귓가에 남습니다
~ "나도 젊은 시절이 있었는데"~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님을 알고
내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야
잔소리처럼 여기던 그 말씀들이 지금 제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유난히 오늘 고향에 계신 친정어머니가 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