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K2 파워팩 재선정 하라"고 방사청에 통보...군 장성은 계급 강등 권고
감사원이 15일 방위사업청에 K2전차(흑표)의 핵심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을 다시 결정하도록 한 것과 관련, 방위산업체들은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국산 파워팩 개발업체들은 사실상 국산이 채택되는 것 아니냐며 내심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현대로템 역시 K2 개발체계업체(주간사)로서 이 사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입을 닫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국방부나 방사청이 감사원의 결정에 승복하고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의 결정이 국산을 쓰라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국방부나 감사청이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는 감사원의 권고에 따르지 않거나 혹은 성능검증과 절차상 하자 등 지적당한 부분을 보완해 독일산으로 밀어 붙일 수도 있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감사원은 이날 방위사업청이 독일산의 성능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국산 제품이 독일 제품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방사청에 공정한 절차를 거쳐 K2 파워팩을 다시 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와 방사청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지난 5월14일부터 6월26일까지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 육군본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이날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사청은 해외 파워팩이 양산실적이 없는 시제품으로 K2 전차에 처음 적용되는데도 엔진의 양산실적이 있었다고 허위보고를 했다.
운영시험에서 후속군수지원, 100Km 및 8시간 연속주행 등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았는데 여기서 전차기동 불가, 시동불가, 매연과다, 제동장치 고장, 오일누유 등의 결함이 발생했다.
운영시험 당시 해외 파워팩은 연료소모량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채 도입됐고 규격을 벗어난 과출력이 발생해 현재까지 원인파악도 못했으나 심의자료에 이런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
반면 국산 파워팩의 경우 기술검토위원회에서 ‘중대한 결함’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 사항을 ‘주요결함’으로 기술하거나, 정비·지체일수를 늘리는 등 사실과 다르게 썼다.
또 해외 파워팩에 대해 국내개발 파워팩과 동일한 성능검증을 다시 실시할 경우 오히려 국내개발 파워팩보다 전력화가 늦어질 수 있는데도 이에 대한 검토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이외에도 해외파워팩 도입 시 무기중개상 등이 개입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 파워팩을 도입하기로 한 기존계약을 수정하지 않은 채 해외 파워팩 도입을 추진해 혼란을 초래한 사실도 문제라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해외·국내개발 파워팩의 양산실적, 성능검증, 전력화시기, 소요예산과 획득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K2 전차적용 파워팩을 다시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K2 개발 사업을 총괄해 온 군 장성에 대해 강등을 권고하는 등 관련 업무 담당자 3명을 징계조치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