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 시작인데… 삼성 영업익 69% 급감
8년 만에 5조원 아래로 떨어져
증권사 전망치보다 크게 밑돌아
年매출은 국내기업 첫 300조 넘어
LG전자도 영업이익 91% 급락
삼성전자의 2022년 4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4조3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매출도 70조 원으로 8.58% 감소했다. 2023.1.6. 뉴스1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4조30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 떨어지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3분기(7∼9월)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LG전자 4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90% 넘게 하락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보기술(IT) ‘코로나 특수’가 꺾이며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책임져 온 반도체(DS)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가전 수요도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는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70조 원, 영업이익은 4조3000억 원의 잠정 실적을 올렸다고 6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3조8700억 원)보다 69%(9조5700억 원),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10조8500억 원)과 비교해도 60%(6조5500억 원)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매출액(72조7531억 원)과 영업이익(6조9254억 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번 잠정 실적 발표에서는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 악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을 4000억∼1조 원가량으로 추산했다. 전년 동기 반도체 영업이익(8조8400억 원)과 비교하면 90%가량 크게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다운사이클(하강 국면)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올 상반기(1∼6월) 반도체 적자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 적자가 나면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 된다. 디바이스경험(DX)과 디스플레이(SDC) 등 다른 부문도 스마트폰과 가전 시장 부진으로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301조7700억 원으로 국내 기업 사상 최초 연매출 300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연간 영업이익은 43조3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가량 떨어졌다.
이날 LG전자도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을 발표하고 지난해 4분기 매출액 21조8597억 원, 영업이익 655억 원을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5.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1.2% 급감했다.
구특교 기자
“상반기 반도체 적자 우려”… 삼성전자, 글로벌 IT불황에 타격
삼성, D램 재고 쌓여 가격하락 지속
中 ‘제로 코로나’도 실적 악화 원인
메모리 감산 가능성에 주가는 상승
LG전자도 TV 등 가전 수익 비상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은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는 특별 상여금 지급과 큰 폭의 낸드플래시 부문 적자 발생의 영향으로 (4분기에) 소폭 적자로 전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는 분석까지 나왔다.
글로벌 가전 시장도 물가 인상과 소비 심리 둔화에 타격을 입으면서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91% 하락하는 등 국내 대표 반도체·가전 기업의 부진이 현실화됐다.
○ 글로벌 IT 기업 투자 축소 여파에 반도체 큰 타격
6일 삼성전자는 공시 설명자료를 통해 “메모리 사업은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해 구매 수요가 예상 대비 대폭 감소했다”며 “공급사들의 재고 소진 압박으로 가격 하락폭도 당초 전망 대비 커져 실적이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은 데이터센터 등 서버용 D램 재고 조정과 보수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4분기 서버용 D램 거래 가격이 전 분기 대비 23∼28%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버용 D램은 온라인 비대면 활동이 확산된 팬데믹 이후 수요가 크게 늘어나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의 핵심 수익원이 됐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줄줄이 실적 급감에 직면했다. 지난해 12월 말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자체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액이 41억 달러(약 5조2000억 원)로 전년 대비 약 47% 줄었고 순이익은 적자를 봤다고 밝혔다. 이달 말 실적 발표를 앞둔 인텔은 2025년까지 100억 달러(약 12조7000억 원) 비용 감축을 밝히며 올해 대규모 감원을 시사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PC용 제품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5∼20%, 낸드플래시는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 빙하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1∼6월) 반도체 부문 적자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도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 악화에 큰 타격을 줬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가 중국인데 스마트폰 등 IT 기기 생산이 줄어드니 덩달아 반도체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과거 수요가 높을 때 중국의 반도체 주문량이 100개였다면 지금은 10개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금껏 “인위적인 (메모리반도체) 감산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이 전략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날 증권시장에선 ‘어닝 쇼크’에도 불구하고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전일 대비 1.37% 오른 5만9000원으로 마감됐다.
○ 스마트폰·가전 수요 감소…전장 등 신사업선 성장
증권가는 삼성전자 MX(모바일) 부문과 SDC(디스플레이) 부문도 4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조6000억 원 안팎으로 전년 동기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12억4000만 대로 전년(13억9100만 대)보다 약 1억5000만 대 줄어들며 시장이 좋지 않다. 디스플레이도 애플 아이폰 생산 차질 등으로 출하가 둔화된 영향을 받고 있다.
이날 LG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도 91.2%나 떨어졌다. 증권사들은 자회사인 LG이노텍을 제외하면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TV 출하량이 2021년 2억1354만 대에서 지난해 2억452만 대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가전 시장 전반에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웠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가전은 경제 상황 악화로 수요가 감소하고 해외 시장 경쟁이 심화돼 흑자 규모가 감소했다”며 “TV 사업은 유럽 지정학적 리스크 속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수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간 매출액은 83조4695억 원으로 직전 2021년(73조9000억 원) 최대 매출액을 경신했고, 전장 사업에서도 4분기 매출 확대와 흑자 달성이 전망돼 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구특교 기자, 뉴욕=김현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