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마담이 영국 나가 있을 때 이바구다. 카페가 하두 썰렁해서 아무 이바구라도 올려야 되겠다 싶어 올린다. 아직 골프 시작하지 않은 사람은 골프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도 없음을 감히 말씀 드린다.
피터스턴 레인지 가는 길
다 떨어진 자가용 차를 타고 집을 나서서 펜틴 라운드어바웃드(로터리)를 돌아서 A48(카디프 시내를 관통하는 간선도로-준고속도로)을 타고 M4(고속도로,런던-카디프)쪽으로 향하면 곧장 세인트멜론 동네다. 거기서 다시 라운드어바웃드를 돌아 뉴포트쪽으로 빠져 조금 달리면 카디프와 뉴포트의 경계다.
경계를 넘어서면 작은 공동묘지가 길옆에 드러누워 있고 그 옆에 수백년이나 되었음직한 퇴색한 교회가 하나 서 있다. 빛바랜 벽돌 사이에 파란 이끼가 돋아난 고색창연한 교회건물이다. 이웃에 사는 천목사가 시간제로 빌려 예배를 보는 곳도 이 교회이고 우리가족도 일요일마다 나간다.
교회 옆으로 지나면 좁은 샛길이 나온다. 옛날 마차길이 그대로 도로로 변힌 것이다. 영국에는 시골에는 아직도 이런 길들이 많이 보인다. 길 양쪽에는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긴다.
잘 다듬어진 측백나무울타리가 마치 사관학교를 갓 졸업한 신임소위의 머리칼처럼 반듯하게 손질 되어있다. 나즈막한 돌담 안으로 정원에는 단풍나무, 수양버들, 소나무, 목련 등 수려한 정원수들이 들어서 있다. 조금 더 내려가면 조그만 초등학교가 있고 그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어 말뚝을 밖아 병목으로 만들어 놓고 차량은 한 대씩만 지나가도록 하여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고 있다,
유치원이 마칠 12시경과 초등반들이 마치는 3시 반경에는 부모들이 차를 가지고 와서 길가에 한 줄로 죽 늘어 세워놓고 아이들을 픽업해간다. 특히 유치원아이들은 반드시 부모가 와서 데려가야 한다. 부모가 오지 않으면 선생님들이 부모가 올 때까지 교실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낮은 돌담집들이 많이 보이는 것은 오래된 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시골에서는 울타리가 많았고 가끔 토담으로 쌓아 호박덩굴이 타고 올라가도록 하여 여름에는 호박꽃이 피어 호박이 주렁주렁 달리기도 하고 소나기가 오고 난 뒤에는 집지끼미라고 하는 시꺼먼 구렁이란 놈이 담장 위로 기어 나와서 혀를 날름거리기도 하였다.
울타리 밑에는 개구멍이 뚫여 있어 그 개구멍으로 기어 들어가 남의 집 뽕나무에 올라가 오디를 따 먹기도 하고 탱자나무에 돌을 던져 노란 탱자를 따서 코 끝에 갖다대어 냄새를 맡곤 했었다. 또 가지고 놀다가 싫증이 나면 깨어서 시큼 털털한 즙을 핥아먹기도 했었다.
동네어귀를 지나면 목장이 잠시 나타난다. 키가 큰 나무 울타리 너머엔 젖소와 말, 양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옛날 냄새가 나는 동네를 지나면 새로 개발하는 동네가 나오는데 집의 색깔들이 밝은 황토색들이다. 기와지붕도 담장도 모두 황토색이다.
영국 집들은 지붕이 경사져 완만하지 않고 또 각이져 있으며 건물전체가 작은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보기에도 기하학적인 구성미가 있다. 그리고 지붕에는 작은 삼각형의 창문을 내어 빛이 들어오도록 해 놓고 있다. 예전 집과 다른 점은 담장의 높이가 올라갔다는 점이다.
새 집들이 들어선 동네를 지나면 아름드리 히말라야시타와 은행나무가 들어찬 양로원이 오른쪽에 있고 왼쪽에는 유니게이트란 큰 공장이 보인다 .들판을 지나는 큰 송전탑 아래를 지나면 바람자나는 소리가 마치 전기가 지나면서 소리를 내는 것처럼 윙윙 귓전을 울린다. 송전탑을 지나면 길은 약간 오르막인데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고 Port o' Call 이란 펍이 있고 간판이 길가에 서 있다.
여기서부터 인가가 끝 나고 들판이 시작된다. 오르막 길을 오르다 보면 발 아래가 바로 철도가 지나다니는 철길이다. 내 어릴 적엔 기차가 검은 연기를 퐁퐁 뿜어내면서 칙칙폭폭 하고 달리곤 했었지. 멀리 산 모랭이를 돌아 "괘-액!" 하고 하얀 김을 내면서 올라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가 기차가 지나가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손을 흔들었지.
다리 위로 올라서면 앞에는 피터스턴 골프장이 눈앞에 다가서고 그 너머엔 대서양의 푸른 파도가 넘나드는 세븐 베이가 자리하고 있다. 길 양편으로는 광활한 초원이 전개되어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든다.
길 오른쪽엔 관개용 수로가 나 있어 양떼들이 풀을 뜯다가 목을 축일 때 찾아와 물을 마시기도 하고 오리와 백조들이 유유히 헤엄치며 놀기도 하는 곳이다. 수로 중간에는 물을 막는 보가 있어 수위를 조절하기도 한다. 길가엔 이름 모를 잡초들이 저마다 꽃을 피우고 있다. 꿀벌이 잉잉거리며 날고 나비가 날아다닌다.
푸른 잔디에 노랗게 피는 꽃들이 눈에 띈다. 푸른색의 잔디밭 바탕에 노란색이 잘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아스팔트가 촉촉히 젖어있었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지만 빗방울은 듣지 않아 차를 몰고 피터스턴 골프레인지로 향하였다. 레인지 입구로 들어가는 도로에 몇 군데 움푹 패여 있던 곳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것으로 봐서 소나기가 내렸던 것 같았다.
잔디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으나 바닥은 단단하였고 그 위를 걸어가니 고급 양탄자 위를 걷는 것 같이 푹신푹신한 쿳션으로 느껴졌다. 피터스턴 골프레인지는 해변가에 최근 비교적 늦게 조성된 피터스턴 골프클럽 회원들에게 코스에 나가기 전에 워밍업 하라고 만든 곳이란다. 입구 양쪽에는 양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철조망으로 처져있다.
레인지는 보통 코스를 나가기 전에 한번 클럽을 휘둘러 보고 가는 곳이다. 가끔 프로한테 레슨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나 와서 무료로 이용하는 곳이다. 길이가 약300여m, 폭이 180여m 정도가 되는 장방형의 레인지가 잔디를 깎아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중간 중간에 거리표시의 말뚝이 서 있어 그것을 목표로 해서 공을 날려 보내기도 한다.
클럽을 휘두르기 전에 간단한 몸풀기 체조를 하고 아이언으로 피치를 잡아 바로 앞에 있는 표지판까지 공을 살짝 띄워 보았다. 필드에서는 쉬워 보이는 것을 가끔 실수를 한다.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해도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몸의 유연성이 돌아오자 드라이버를 잡았다. 슬라이스가 나는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다운스윙시 손목이 앞장서는 것 같았고 클럽헤드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끌려오는 것 같이 즉 아웃싸이드-인싸이드 궤도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클럽앤드를 몸통쪽에 바짝 끌여들여 사이의 간격을 거의 없앴다. 그랬더니 의외로 적중했다.
거리는 아직 원하는 만큼 나아가지 않았지만 방향성은 좋아졌다. 계속 연습한 후에 다시 체중이동을 시도해 보아야겠다. 파워를 실어야 공이 멀리 날아갈테니까 말이다. 가지고 간 공을 다 날려보낸 다음 다시 팩을 들고 주워 담으러 나갔다. 넓고 푸른 잔디 위에 아무도 없어 나 혼자 레인지 위를 걸어다니니 걸리는 게 없어 좋았다.
옆에 누가 나와서 같이 연습이라도 하는 경우엔 빗나간 공들이 서로 섞이지나 않을까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갖기 마련이다. 잔디밭에 하얀공이 떨어져 있으니 집 없는 작은 달팽이들이 공에 달라붙는다. 말똥굴레가 공을 굴러가려고 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레인지에는 지렁이와 달팽이 외는 다른 곤충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나라 같았으면 메두기나 여치가 많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공을 하나 하나 주워 세어가면서 집어넣었다. 걸어가다가 발 밑에 돌멩이 밟히는 감각이 있어 주머니에서 핀을 꺼내 바닥을 찔러보면 흙 속에서 하얀 골프공이 빼꼼히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가. 또 풀 섶에 공이 떨어져 잘 보이지 않다가 바로 그 자리 위를 지나다가 우연히 눈길이 가서 찾게 되면 옛날 어린 시절 산으로 소 먹이러 갔다가 가시덤불 속에서 꿩알을 주웠을 때처럼 기뻤다.
당초 2다스로 시작한 공이 열 배로 늘었으니 레인지에서 덕을 많이 본 셈이다. 헌 공 하나 해봐야 돈으로 치면 몇푼 되지는 않겠지만 풀 섶에 떨어진 알밤을 주울 때처럼 그 어떤 희열감을 느낀다. 농부들이 가을에 논에 나가서 누우렇게 익어가는 곡식을 바라보면서 그 동안 땀흘린 보람을 느끼듯이 풀 섶에 숨겨진 공 하나를 찾게 되면 마음이 그 만큼 풍요로워 지는 것이다.
공을 친 다음 다시 주워 담으러 나갈 때는 전에 주과장이 주고 간 손잡이가 부러진 픽업트렁크를 들고 나가 보이는 공마다 콕 하고 찍으면 자동적으로 밀고 올라와 트렁크 안에 차는데 대략 90개쯤 들어간다. 공을 서치할 때에는 공이 날아간 범위를 정해 10여m 간격으로 S자로 왔다갔다 하며 서치를 한다. 그리고 집중적으로 많이 모여 있을 법한 영역에서는 간격을 좁히고 눈빛이 땅속을 파고들게끔 세밀히 찾는다.
이런 방법이 서치방법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피터스톤 골프레인지에 나갔더니 푸른 잔디밭이 온통 목화밭 같았다. 노란 민들레 꽃이 변해서 하얀 목화송이 같았다. 공이 떨어지면 어느 것이 공인지 민들레 꽃씨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공을 주우러 갔다가 몇번이나 속았다.
멀리서 보면 영낙 없는 골프공으로 보였으나 가까이 가서 보면 새의 깃털이거나 민들레 씨가 붙은 꽃대였다. 억센 잔디속에 뿌리를 내려 묵묵히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만들어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서 싹을 틔우도록 꽃대도 높이 올리고 부이를 만들어 공중으로 날려 보낸다. 만약 그렇지 않고 작은 씨앗들이 그 자리에 떨어졌다간 조밀하여 영양실조로 어미와 자손들이 모두 죽게 될 것이 아닌가. 자연의 조화란 참으로 신기롭다.
울타리가에선 가시덤불 사이에선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지리리 찌리리 들리고, 이웃 목장에선 어린 양들의 어미 젖을 찾는 소리가 "음 메!" 하고 그칠 사이없이 울려퍼진다. 염소 새끼들의 울음소리와 닭 울음소리가 한적한 시골임을 느끼게 해 준다. 가끔 떼지어 날아가는 갈매기들의 울음소리도 싫지는 않았다. 이따금 저 멀리 지평선을 가르며 지나가는 열차소리가 귓전을 쏴아 하고 울린다.
아무도 없는 이 넓은 대지 위에서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히 들이마시면 가슴이 터질 듯이 기쁨으로 충만되는 것 같았다. 공을 하늘높이 날려보내며 또 주우러 다니는 것은 참으로 선택된 인간임을 느낀다.
봄은 봄인지 뻐꾸기 울음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자칫하면 민들레 꽃씨가 곡 하얀 공처럼 보여 서치에 애를 먹인다. 하지만 이것이 내게는 플러스 요인이 된다. 다른 사람이 공을 치러 왔다가 공을 찾을 때 민들레 꽃씨가 여기저기 서 있으면 공을 흘려두고 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에 불을 켜고 다니므로 숨겨져도 소용이 없다. 이런 것을 필요악이라 했던가. 해군에서는 소해정에서 바다밑 기뢰를 찾아낼 때 소나(음파)를 이용한다.
세상 사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이 세상에는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다 같이 살아간다. 심지어 동물, 식물까지도 말이다. 이 복잡한 세상에서도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잘 찾아 성공으로 이끈 사람들이다. 기업가는 세상을 보면 돈이 흐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기업가는 쉽게 돈을 벌 수가 있는 것이다. 마치 공을 날리고 도로 찾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살이 모두가 숨박꼭질이요 새옹지마가 아닌가. 그래서 골프는 자주 인생에 비유되기도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