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시니어 무대에서 메이저급 우승을 차지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 윔블던 테니스대회 주니어 남자 단식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정현(17·수원 삼일공고)의 일성이다.
정현은 세계 메이저급 대회인 이번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유망주다.
그동안 한국 선수가 메이저대회 주니어 단식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은 1994년 윔블던 여자부 전미라, 1995년과 2005년 호주오픈 남자부 이종민과 김선용의 준우승이었다.
정현은 비록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대회 주니어 단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테니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정현을 10일 오전 삼일공고 테니스부 숙소에서 만나봤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유난히 하얀 눈동자가 빛난 정현은 아직 윔블던에서의 경기가 힘들었는지 피곤해 보였다.
그동안 '유망주' 정현을 어린 시절부터 취재한 터라 한편으로는 앳된 모습이 남아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법 늠름해 보였다.
윔블던 준우승 소감부터 물어보자 정현은 "결승전까지 진출해 기분도 좋았지만, 막상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이 남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은 이번 윔블던 16강전에서 주니어 세계 랭킹 1위 닉 키르기오스(호주)를 2-0으로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킨 뒤 8강전에서 보르나 코리치(주니어 6위·크로아티아)를 2-0으로, 4강전에서 막시밀리안 마르테레르(주니어 30위·독일)를 2-1로 각각 제압했다.
당시 경기 상황에 대해 정현은 "매 경기가 모두 중요했다. 16강전, 8강전, 4강전, 결승전까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며 "처음에는 포기하지 않고 배운다는 자세로 경기에 임했는데 상대 선수들이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들 나보다 랭킹 순위도 높았고 우승 후보들이었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풀어갔다"며 "랠리에서 끝까지 안전하게 경기를 운영했던 것이 승리의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정현은 지난달 경북 김천에서 열린 국제테니스연맹(ITF) 김천 남자퓨처스에서 역대 최연소(17세 1개월)로 퓨처스대회 단식을 제패한 선수다.
테니스에서 퓨처스대회는 그랜드슬램과 일반 투어 대회, 챌린저 대회 다음 등급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말 그대로 미래에 발전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이에 대해 정현은 "국내에서 열린 서울 퓨처스 준우승에 이어 김천 퓨처스 우승으로 자신감이 충만했다"며 "이번 윔블던을 통해선 다른 대회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현은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당시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 당황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입국장에 들어서자 조명이 나를 비추고 카메라 플래시가 연거푸 터져 무척 당황스러웠다"며 "내가 그렇게 큰 일을 해낸 것인지 생각을 다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정현은 "순간 지난 윔블던 경기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고 나를 알아주는 팬들까지 생겼다는 점에서 몸가짐도 다시 추스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현은 "이제는 아마추어가 아닌 진정한 대한민국 프로 테니스 선수로 거듭난 것 같다. 앞으로는 인터뷰도 미리 준비하고 말솜씨도 배워둬야 하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정현은 입국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형택 원장님을 뛰어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잠시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현은 "이형택 원장님을 뛰어넘는 다는 것이 아니라 이형택 원장님이 갖고있는 기록을 경신하겠다는 의미다. 나는 이형택 원장님의 적수가 못된다"고 단언했다.
이형택은 지난 2007년 8월 한국 남자 선수로는 가장 높은 세계 랭킹 36위까지 올랐었다. 현재는 이형택 테니스아카데미재단 이사장을 맡아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정현은 지난해부터 삼성증권의 후원으로 훈련을 대부분 삼성증권 선수들과 함께 한다. 전국 대회를 제외하고는 삼일공고 숙소를 떠나 삼성증권에서 선배들과 숙식하면서 실력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무척 낯설고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선배들의 도움으로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윤용일 삼성증권 코치 겸 남자 국가대표 감독님께서 많이 가르쳐 주신다"고 전했다.
이어 정현은 "아직 성숙 단계라 근력이 부족하다. 삼성증권 트레이너로부터 집중 훈련을 받고 있다"며 "윤 코치님의 지시대로 성실히 훈련에 임했다.
이 때문에 이번 윔블던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현은 테니스 가족이다. 아버지 정석진(경기도테니스협회 전무이사) 씨는 삼일공고 감독을 맡고 있으며, 형 정홍은 건국대에서 선수로 활약중이다.
가족에 대해 정현은 "어릴 때 형을 따라서 테니스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선수 생활이 힘들 것이라며 아버지께서 만류하셨는데, 지금은 절대적인 후원자가 되셨다"고 귀띔했다.
정현은 어린 시절 시간날 때마다 형과 테니스를 쳤다고 한다. 이들 형제에게 있어서 테니스는 취미였고 놀이였다.
정현은 "형과 테니스를 칠 때가 가장 행복했다. 힘들다고 생각하기 보다 늘 나에게 필요한 놀거리였다"면서 "아버지께서도 집에 계실때면 형과 나에게 테니스 기술을 가르쳐 주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아버지 정 감독은 절대로 자식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치지 않는다. 모든 기술은 해당 감독 및 코치에게 일임해 왔다고 한다.
코치와 다른 기술을 가르치게 되면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혼란만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현은 "아버지는 기술적인 면보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만 하셨다"며 "주로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셨다"고 답했다.
어머니 김영미씨도 자식에 대한 정성을 쏟았다. 자식들을 위해 운동에 필요한 음식 래시피를 배웠고, 지금은 선수들에게 필요한 영양식을 만든다.
정현은 "어머니는 처음에는 물리치료사 역할을 해주셨는데, 현재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주신다"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정현은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바로 메이저급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정현은 "현재 주니어와 시니어 대회 랭킹을 올리기 위해 노력중이다"며 "앞으로 서브를 보완하고 근력을 키운다면 머지않아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니어뿐 아니라 시니어 무대에서도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현의 주니어 세계 랭킹은 윔블던 이전 41위에서 14위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정현이 성장중이기 때문에 아직 몸의 밸런스가 완벽하지 못하다. 서브 스피드를 시속 20㎞ 이상 더 높여야만 성인 무대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현은 이번 주말부터 열리는 대통령배 대회에 출전한 뒤 8월에는 퓨처스 대회, US오픈 주니어 단식 순으로 대회 참가를 이어갈 계획이다.
글=신창윤 기자·사진=조형기 프리랜서 <경인일보>
■ He is…
△1996년 수원 출생 △183㎝ㆍ78㎏ △수원북중, 삼일공고 △2011 오렌지보울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16세부 남자 단식 우승 △2012 오펜바흐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우승 △2013 ITF 남자퓨처스대회 남자 단식 우승 △2013 윔블던 테니스 대회 주니어 남자 단식 준우승
* 오늘 점심시간에 회사 로비에서 테니스 선수인 정현선수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한컷 찍음.
앞으로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 이 사진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이 선수는 같은 빌딩에 입주해 있는 프랑스 의류회사인 '르코크(닭그림)'에서 스폰스를 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축하합니다. 윔블든 테니스의 준우승자와 카페지기님도 함께,
정현선수의 아직도 순진한 웃음이 참 맘에 드네요. 앞으로 대한민국 테니스의 별처럼 빛나게 될 선수,
피땀나는 연습과 함께 그의 앞날에 무한한 대한민국의 보배가 되어 세상을 날리는 우승자되길 기원해 봄니다.
정현선수의 열연한 팬이 한명 생겼군요~ 저도 함께 정현선수를 응원하도록 할께요~~생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