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사는 한국 교회는 1965년부터
해마다 6월 25일에 가까운 주일을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였다.
1992년에 그 명칭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바꾸고,
2005년부터 이날을 6월 25일이나 그 전 주일에 지내다가,
2017년부터는 6월 25일에 거행하기로 하였다.
한국 교회는 남북한의 진정한 평화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며 노력하고 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 마음을 모아 기도하려면 일치해야 한다.
두 단체나 세 단체가 한마음이 되려면 은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려면 서로 용서하며 화해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복음).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 청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우리는 오늘 복음 말씀대로 기도해 왔습니다.
두 사람이 아니라 수만 명이 마음을 모아 기도해 왔습니다.
그러니 민족의 화해는 이루어질 것입니다.
언젠가는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일치는 요원합니다.
왜 그럴까요?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속이고 있다면 어떻게 하늘의 힘이 개입하겠습니까?
화해의 바탕은 정직입니다. 언제라도 솔직해야 화해가 가능합니다.
그러니 우리 삶도 솔직한지 돌아보아야겠습니다.
가까운 사람과 화목하며 살고 있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함께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예수님께 질문합니다.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이에 대한 스승님의 답변은 뜻밖이었습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화해를 위해서는 끝없는 용서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마음을 닫게 됩니다.
닫힌 마음으로는 함께 기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정치적인 선입관 같은 따위는 접어야 합니다.
미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님께서 함께하십니다.
남과 북이 함께 기도하는 날이 화해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18,20)
하느님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모인 이들의 숫자가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개개인의 간절한 마음이라네.
두 사람이든
세 사람이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진심어린 기도가
세상을
들어 올리는 것은
주 하느님께서
그들과
마음을 합하시기 때문이라네.
- 김혜선 아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