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잘 가노라 닫지 말며
김천택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말라
부디 끊지 말고 촌음(寸陰)을 아껴스라
가다가 중지곳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
♣어구풀이
-닫지 말며 : 달리지 말며. ‘ㄷ’변칙 동사.
-촌음(寸陰) : 아주 짧은 시간, 촌각(寸刻)
-아껴스라 : 아끼기를 바라모라. 아껴하. 아끼려무나
-중지(中止)곳 :중지만, ‘곳’은 현대어로써, 반드시 어떤 일이 뒤따른다고
할 경우 앞의 말에 붙여서 힘줌을 나타내는 강세조사.
-아니 감만 : 아니 가는 것만, ‘만’은 비교격 조사.
♣해설
-초장 : 잘 갈 수 있다고 자만하여 뛰어 달리지도 말고, 잘 못간다고 포기하며
쉬지도 마라.
-중장 : 아무쪼록 그치지 말고 계속하여 조그만 시간이라도 아끼어 보라.
-종장 : 만일 시작해 가다가 중간에서 그만두어 버리면 그것은 차라리 처음
부터 아니 간 것만도 못하리니
♣감상
이 시조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소기(所期)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일종의
수양가(修養歌)이다. 뛰지도 말고 그치지도 말고 제 분수에 알맞게 꾸준히 노력을
해야 하며, 잠시 잠깐의 시간이라도 헛되이 낭비하지 말고, 아껴쓰며, 부단하게
자기 완성을 위해 노력함으롯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 교훈적인
노래인 것이다.
♣작가소개
김천택(金天澤, 생몰 연대 미상) : 자는 백함(伯涵) 또는 이숙(履叔), 호는
남파(南坡), 벼슬은 포도청 포교에 지나지 않았으나, 놀를 잘 하였으므로, 당
대의 가객 김수장(金壽長), 김성기(金聖器) 등과 사귀어 근세 시조사(時調史)의
황금시대를 이루었다. 이들의 모임인 ‘경정산가단(敬亭山歌壇)’은 일종의 사설
음악 연구소로써 그 뒤의 많은 가객들이 그 문하에서 자라났다. 영조 3년(1727년)
에 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을 엮었으며, 「청구영언」에 그의 시조 74수가 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