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일방일(拈一放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라,
정말 갖고 싶은 것 하나를 얻으려면
가장 소중한 것 하나 정도는 웃으며 잃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사마광 출처 : 나무위키
중국 북송(北宋) 때의 대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사마광(司馬光)은
어릴 때부터 총명하여 배우기를 좋아했습니다.
뛰어난 재치로 독에 빠진 아이를 구한 파옹구아(破甕救兒) 일화입니다.
사마광이 일곱 살 때 친구들과 놀다가 한 아이가 뜰에 있던 큰 물 독에 빠졌습니다.
'겁이 난 아이들은 달아나 버렸습니다.
어린 사마광은 큰 돌을 가져와 독을 깨뜨렸습니다.
물이 구멍으로 쏟아져 나와 죽지 않고 살아났습니다.
(群兒皆棄去 公則以石擊甕 水因穴而迸 兒得不死).'
* 어느 이야기에서는 아이가 독에 빠진 것은 같으나
어른들이 살릴 방도를 논하며 우왕좌앙 할 때,
사마광이 독을 깨뜨렸다는 이야기도 존재함을 밝힙니다.
<옮긴 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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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휴대폰 벨이 울렸습니다.
큰 처형 전화. 이른 시각 웬 전화지.
안 좋은 일이 아니길 바라면서 통화를 했습니다.
어젯밤에 부산에 왔는데 포항으로 언제 갈지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다고.
내일 갈 예정이었는데, 오늘 내 차로 함께 갔으면 하는 눈치였습니다.
내 혼자 결정할 수 없어 아내에게 수화기를 넘겼습니다.
제가 은퇴 후 퇴직 전 직위도 직급도, 가장의 권위마저 아내에게 넘어가 버렸지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동안은 가장 권위? 가 조금 있었는데
완전히 넘어가 버렸다는 말이 맞는 이야기네요.
아내는 오후 1 시경 가자고 결정을 해버렸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정은 어쩌면 좋습니까?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처형 집 앞에 픽업 하러 갔습니다.
작은 처형, 큰 처형을 차에 태우고 포항으로 출발했습니다.
백양 터널을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3 차선 도로에 차가 3 열 종대로 서서
교장선생님 훈시 말씀을 엄숙하게 듣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앞쪽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도 제일 왼쪽 차선 제일 뒷줄에 섰습니다.
명절이니 그럴 수 있지! 포항까지 2시간 30분은 가야 합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폰을 꺼내 한쪽 귀에 꽂았습니다.
듣고 싶은 강의 찾아 플레이 버튼을 눌렀습니다.
한쪽 귀는 처형들 이야기와 아내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할애했습니다.
뒷좌석에 앉은 처형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이야기했습니다.
강서구청 앞을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구청 앞 땅을 가리키며 큰 처형이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배추, 무를 많이 심어 배추, 무 값이 쌌는데,
무슨 축제 한다고 가을에는 코스모스, 봄에는 유채 꽃을 심어 채소 값이 올랐다"며
행정 하시는 분들을 나무랐습니다.
저한테 동의를 구하는 말투라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맞장구쳤습니다. 결국 강의 듣는 걸 중단했습니다.
돌아가신 장인 어른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고 가정을 돌보지 않았다는 이야기.
우리 집안은 모두 머리가 좋다.
여자들은 공부 안 해도 된다며 큰 처형은 초등학교 졸업하고 더 공부하지 못하게 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이어졌습니다.
아내가 이야기에 함께 동참해 주면 좋겠는데 조용했습니다.
뭐 하는지 곁 눈 질로 슬쩍 봤더니, 성경 공부 강의를 듣고 있었습니다.
저라도 맞장구를 계속해야 했습니다.
"아 진짜요. 힘들었겠네요. 맞습니다......"
나는 공감과 경청 달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30 여 분 꼼짝 없이 서있던 차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대동 톨게이트를 통과했습니다.
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도로가 뻥 뚫렸습니다.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습니다.
윈도 브러시가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뒷좌석 처형 두 분은 이제 기상 전문가로 변했습니다.
이상기후가 문제다. 국지 성 호우의 문제점.
지금 베트남에는 홍수로 물 바다가 되었다느니,
북한에 폭우로 수천 명 이재민이 났다는 이야기며.
이러다 지구가 망할지 모른다며 열변을 토했습니다.
가물어서 채소며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농산물 값이 너무 올랐다느니,
비가 좀 와야 된다는 말도 했습니다.
저는 수강 생이 된 기분으로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들고,
윈도 브러시는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가 느리게 움직이기를 반복했습니다.
아내도 함께 맞장구를 쳐 주면 좋으련만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강의 수강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예의가 아닌 데. 한마디 하려다가 참았습니다.
괜히 말해서 좋은 분위기 망칠 만큼 저는 간이 크지 않습니다.
대화 도중 포항 여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포항 여고가 옛날에는 명문 고였고 들어가기가 힘들다고 했습니다.
공부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못 들어갔다고.
<출처 : 중앙일보 포항여고(아내가 다닌 학교)
말이 나와서 그런지 갑자기 아내가 듣던 유튜브를 껐습니다.
이제 세 자매가 함께 맞장구를 치며 포항 여고 예찬을 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 교육 정책과 육아 정책, 인구 문제와, 부동산 문제로 대화가 흘러갔습니다.
정말이지 이분들은 국회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웬만한 국회의원 토론하는 것보다 논리적이었습니다.
실생활의 예를 들어 자기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우리는 포항 톨게이트를 빠져나왔습니다.
포항이 고향인 두 분 처형은 이제부터 인간 내비게이션이 되었습니다.
"정 서방, 네비 말 듣지 말고, 저기서 좌회전하게......"
내비게이션 아가씨는 계속 다시 길을 안내한다는 멘트를 신경질적으로 쏟아냈습니다. 몇 번을!.
네비 아가씨한테 할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내비게이션을 껐습니다.
인간 내비게이션인 두 분 처형의 도움으로 예상 도착 시각보다 10 여 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두 분 처형은 못하는 게 뭔지 묻고 싶었습니다.
"정 서방, 우리가 너무 시끄러웠지? 운전 잘해줘서 고맙네."
큰 처형이 웃으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이어서 작은 처형도 맞장구쳤습니다.
저는 좋은 말씀 잘 들었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일정을 하루 앞당겨 오는 바람에 계획된 일정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대신 팔순 처형, 칠순 처형의 잠시도 쉬지 않는 인생 이야기를 공짜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이 앞으로 살면 얼마를 더 살 수 있을까요? 이런 기회는 앞으로 영원히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여백을 찾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여백 속에서 비로소 우리의 이야기는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지금 거실에 세 자매의 웃음소리가 포항 앞바다를 넘어 포항 밤하늘로 몽글몽글 올라가고 있습니다.
하늘에 계신 큰 동서가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살면서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정말 갖고 싶은 것 하나를 얻으려면 나의 소중한 것 하나는 웃으면서 잃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쥐고 있는 것을 놓으니 웃음과 행복이 채워졌습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출처] 포기할 수 있는 용기, 얻을 수 있는 기회! 염일방일(拈一放一)|작성자 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