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문학관 / 김성백
닫힌 우물 속에 별무늬 총총하다
종로구 청운동 인왕산 자락
윤동주문학관 제3전시실에서
11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은 안다
왜 천장은 저리 높은지
왜 의자는 이리 작은지
왜 찬바람은 씽씽 부는지
왜 곰팡내 물때는 아름다운지
왜 자유는 빛보다 멀리 있는지
왜 소리는 텅 빈 시간인지
왜 마음이 우물인지
왜 눈물이 무거운지
열린 하늘
아침이면 언덕에 올라
동주는 별이 진 자리마다 시를 뿌렸다
소머리를 삶는 우물 옆 / 김성백
머리 없는 머리들
삶아지는 기분은 얼마에요?
재즈는 파는 게 아니야
문제를 끝내 못 풀면 누가 더 억울하겠어?
삼촌은 이틀째 정답을 찾아다녔다
불 조절이 관건이야
가마솥은 몇 번째 소인지 기억하지 않거든
빨래터 숫돌 위 갤노트 파이브에서
Love Your Spell Is Everywhere가 흘렀다
서스펜디드 심벌의 겨드랑이에서
진한 입김이 스윙처럼 폭폭 뿜어져 나왔다
경주 인터체인지 너머 남산 금오봉은
구름에 취해 어둑어둑 번들거렸고
나는 도끼로 땔감을 내리치며 망자를 소환했다
리만 가설보다 어려운 생사의 주기율표
점심 먹은 뒤로 열두 개째다
삼촌은 그날의 흡연량을 미수금처럼 기억했다
통풍이 도져 직장을 그만두고 미라처럼
대구 반 지하 월세 방에서 혼자 산지 이 년째
바르셀로나 조기축구팀에서 뛰는 게 꿈이라더니
송아지 눈망울 같은 솥뚜껑을 열었다
묵직한 트롬본 장단에 맞추어
머리밖에 없는 소가 들끓었지만
신분을 알아볼 수 없었고 삼촌은 여전히
커다란 나무 국자로 버티는 재즈를 허물어뜨렸다
걸쭉한 기억들이 미어져 나오고
나는 돌연, 하품이 났다
처음 뵙겠습니다 조상씨
우물 건너 소 잃은 외양간은 하도 늙어서 소싯적을 모르고
저을 때마다 뿌옇게 들리는 엄마아 엄마아 소리
차례상, 모든 죽음은 일직선에서 만난다
-월간 <모던포엠> 2019년 5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