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비공개 입니다
DMZ 평화의길 6코스(성동사거리 – 낙하 IC)
여행일 : ‘25. 2. 15(토)
소재지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일원
여행코스 : 성동사거리→프로방스마을→자유로→만우천→오금리썰매장→문지리535 카페→낙하 IC(거리/시간 : 11km, 실제는 헤이리 투어 포함 13.44km를 3시간 30분에)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드디어 ‘코리아둘레길’의 4,500km 전 구간이 완성됐다. 2009년부터 시작된 ‘코리아둘레길’은 2016년 해파랑길(동해), 2020년 남파랑길(남해), 2022년 서해랑길(서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24년 9월, 마지막 구간인 ‘DMZ 평화의길(이하 ’평화의길‘) 개통으로 ‘코리아둘레길’이 완성됐다. DMZ 일대를 따라 구축한 코스로, 자유롭게 방문하는 횡단노선과 민간인 통제지역까지 들어갈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인 테마노선으로 구성된다.
▼ 트레킹 들머리는 성동사거리(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자유로(국도 77호선) 성동 IC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만나는 첫 번째 사거리가 ‘성동사거리’이다. ‘평화의길 안내판(인증 QR코드)’은 프로방스마을 진입도로의 초입에 세워져 있다.
▼ 성동사거리를 출발 임진강의 언저리를 따라 낙하 IC까지 동북진하는 11km의 여정이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프로방스마을과 임진강 하류의 습지가 주요볼거리. 짬을 조금 내면 ‘헤이리예술인마을’에 들러 이색적인 분위기를 맘껏 즐길 수 있다.
▼ 08 : 15 – 09 : 00. 트레킹을 나서기 전, 파주의 명소로 꼽히는 ‘헤이리 예술마을’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들머리인 ‘성동사거리’에서 4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잠깐이면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헤이리 예술마을’은 국내 출판인과 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만든 공간이다. 현재 미술인·음악인·방송인·영화인·출판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과 문화예술 비즈니스 종사자 등 380여 명이 저마다의 콘텐츠로 마을을 가꾸어 가는 중이다.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꼭 가봐야 할 올해의 ‘한국관광 100선’에 ‘헤이리 예술마을’을 선정했다. 트레킹을 나서기 전 들른 가장 큰 이유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한국관광 100선’은 한국의 대표 관광지를 2년에 한 번씩 선정해 홍보하는 사업이다. SNS 검색량 등 빅데이터 분석과 3차에 걸친 관광분야 전문가의 서면·현장 평가를 거쳐 선정한다.
▼ 마을 면적이 15만 평이나 되므로 미리 어느 곳을 갈 지를 정해놓지 않으면 찾아다니다 지칠 수도 있다. 나는 지도까지 준비해서 찾아갔지만, 길을 헤매다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찾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연면적이 175,948 평이라면 그 규모가 대충 짐작 갈지 모르겠다.
▼ 요즘은 주택이 머무르는 공간으로 다가 아니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힐링’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더 부각된다. 그래선지 신도시를 만들 때는 호수부터 먼저 만드는 게 추세다. 헤이리예술마을도 다를 게 없었다. 중앙에 인공호수를 두고 빙 둘러 마을을 만들었다. 그러니 시간이 부족할 경우 4~7번 게이트 중 하나로 들어가 ‘호수(갈대광장)’ 주변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면 가장 알찬 투어가 될 수 있다.
▼ 호숫가 갈대광장. 글자 조형물이 ‘헤이리 예술마을’의 중심임을 알려준다. 야외무대를 갖추고 있어 가끔 공연이나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 헤이리는 문화예술의 생산·전시·판매·거주가 함께하는 통합적 개념의 특수한 공동체 마을이다. 수많은 갤러리·박물관·공연장·카페·서점·아트숍·레스토랑, 그리고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10시에 문을 열고 있어 외관을 눈에 담는 선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투어의 첫 만남은 ‘한길 책박물관’이다. 인문학 출판을 선도해 온 한길사에서 운영하는 책 박물관이다. 유럽의 고서(17-19세기), 윌리엄 모리스(초서 저작집), 귀스타브 도레, 윌리엄 터너, 생텍쥐페리 등 유명 예술가들이 남긴 희귀 서적과 아트북을 소장하고 있단다.
▼ 헤이리 투어는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건물, 지형을 그대로 살려 비스듬히 세워진 건물, 사각형의 건물이 아닌 비정형의 건물 등 각양각색의 건축물들이 개성을 뽐내며 서있다.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한향림 도자미술관’도 그중 하나다. 이정호이사장과 한향림관장이 설립한 ‘Jay & Lim Collection’을 통해 수집해 온 1,000여 점의 국내·외 현대 도예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단다. 건물에는 전시장 말고도 도자 체험장과 아트숍, 카페가 들어서 있다.
▼ 건축가 박진희가 설계한 아트센터 ‘화이트 블럭(White Block)’은 미국건축가협회 건축디자인상(2011년)과 제1회 파주시건축문화상(2013년) 등을 받았다. 6개의 대형 전시실에서 다양한 현대미술을 보여준다고 한다.
▼ 지하에 들어서있는 ‘제이제이커스텀(JJCUSTOM)’. 이태리산 최고급 베지터블 통가죽을 이용한 핸드메이드 업체라고 한다. 집사람에게 줄 소품이라도 하나 건지고 싶었지만 이 역시 문이 닫혀있었다. 하긴 해외여행 때 사준 꽤 비싼 가죽 재킷도 옷장에서 365일 내내 쉬고 있지만...
▼ 제27회 한국건축가협회상에 빛나는 ‘갤러리 MOA’는 영국 유니버스 사에서 출판한 ‘1001개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세계 건축물’에도 포함되었을 정도란다. 21세기 국내외 예술계를 선도할 실험정신이 강한 작가들을 선별하여 전시 및 세미나를 개최해오고 있단다.
▼ 벽봉 한국장신구박물관. 경기도 무형문화유산(18호) 옥석(장신구)장 김영희씨가 조선시대의 왕실과 민가에서 사용하던 장신구를 오례(상례·가례·빈례·군례·흉례)로 분류·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 세계민속악기박물관. 100여 개국 2000여 점의 민속 악기를 품고 있는 곳이다. 악기 설명과 함께 전시된 전통 의상을 입은 인형과 풍물, 그림들이 각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단다. 일부 악기는 직접 연주해 볼 수도 있다나?
▼ 타임앤블레이드박물관(The Museum Time & blade). 시계와 칼을 테마로 한 이색적인 박물관이다. 18세기에 제작된 시계부터 작은 부품들, 제작 도구까지 알기 쉽게 전시해 놓았단다. 시계와 칼을 통해 인류 역사와 문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나?
▼ 코카콜라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다는 잇츠 콜라박물관. 일산에서 코카콜라 카페를 운영하던 김재학 대표가 확장·이전해왔다고 한다. 빈티지존, 키친존, 보틀존, 익시피리언스존 등에서 다양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단다.
▼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는 1970년대부터 40여 년간 라디오 DJ로 활약한 아나운서 출신 황인용이 수집한 빈티지 오디오와 LP, CD 컬렉션을 기반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층은 음악 감상실, 2·3층은 미술작품 전시 공간으로 꾸며졌다. 하지만 문이 닫혀 들어가 볼 수는 없었고, 대신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고별방송(1980년 11월 30일 TBC가 KBS에 강제 편입되면서) 멘트를 떠올리며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간인가 봅니다. 남은 5분이~, 남은 5분이~. 남은 5분이 너무 야속합니다.>
▼ ‘헤이리’란 지명은 인근 지역에서 불리던 ‘금산리 농요’의 받음 구 후반에 나오는 ‘에 헤이 에 헤이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농요의 흥을 받아서일까? 자연이 만든 굴곡을 따라 구불구불 나있는 길가에는 카페가 무척 많이 들어서 있었다. 대부분이 갤러리를 겸하는 카페들이다.
▼ 이곳 헤이리는 인사동(2002년)과 대학로(2004년)에 이어 2009년 12월에 세 번째로 문화지구로 지정되었다. 그런 자부심인지는 몰라도 헤이리의 Barista들은 커피를 예술로 여기며 빚고 있었다.
▼ 그 화룡점정은 ‘귀천’이 아닐까 싶다. ‘천상병 커피’라는 브랜드로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천상병 시인은 막걸리 한 잔, 담배 한 갑이면 족했던 분이었다. 그가 커피도 좋아했었나보다. 아님 그의 후손 중 누군가가 저 카페를 열었을 테고.
▼ 헤이리 마을을 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길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걷는 것이다. 그러다 예쁜 건축물을 만나면 카메라에 담고 마주치는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그게 지루해졌다면 산책을 나서면 된다. 1km쯤 되는 ‘헤이리 노을숲길(한향림 도자미술관 뒷산)’을 올라 사방으로 탁 트이는 경관을 만끽할 수도 있고, 예술작품들로 치장된 마을길을 걸어보는 것도 권할만하다.
▼ 산책로인 ‘마음이 닿길’은 헤이리가 자랑하는 ‘에코힐링로드’라고 했다. 국내 최초로 마을과 기업(현대자동차)이 손잡고 만든 길이기도 하단다. 그걸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자동차 조형물을 떡하니 전시해놓았다.
▼ 이밖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김기철, 정승윤, 김태균 등 많은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걷고 싶은 길, 걷다보면 문화와 예술이 느껴지는 길, 그리고 힐링이 되는 길’을 목표로 조성했단다.
▼ 저 조형물에서 ‘헤이리 소리’를 떠올렸다면 너무 나간 것일까?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헤이리 헤이리 어허야>, 서로 주거니 받거니 메기고 되받아치는 형식의 노래로 혼자서도 부르고, 논 맬 때도 부른다는 노동요다. 그래! 더 늙기 전에 부지런히 걷고, 느끼며 맘껏 즐겨보자.
▼ 09 : 00. 헤이리마을 투어를 마치고 평화의길(6코스) 시점인 ‘성동사거리’로 향한다. ‘게이트 3’으로 빠져나왔으니 ‘헤이리로(남서쪽 방향)’를 따라 400m쯤 걸어 나오면 된다.
▼ 09 : 04. 국립민속박물관(파주). 15개 수장고에 100만여 점의 소장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며, ‘열린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를 통해 유물을 일반에 공개한단다. 하지만 개장 전이라서 외관만 눈에 담으며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 09 : 08. 성동사거리에 도착하니 평화누리길의 낯익은 게이트가 반긴다. 함께 가는 경기둘레길의 이정표(반구정 20.1km/ 동패지하차도 15.3km)와 스탬프보관함도 눈에 띈다. 반면에 ‘평화의길’은 안내판 하나뿐이다. 더부살이의 서러움이라고나 할까?
▼ 이곳 파주는 메주콩으로 흔히 알려진 ‘장단콩’의 고향이다. 여기서 ‘장단’은 콩의 품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장단 지역의 콩이란 뜻이다. 지금은 파주시 ‘장단면’이란 지명으로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전쟁 전에는 경기도 장단군(대부분 민통선 안에 있다)이었다. 그래선지 장단콩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여럿 세워놓았다.
▼ ‘장단콩’을 브랜드로 내건 음식점들도 눈에 띈다. 메인 요리는 물론 장단콩으로 만든 ‘두부’다. 두부(豆腐)는 BC 2세기경 한나라(중국) 회남왕 유안(劉安)이 발명했다고 전해진다. 그 원료인 콩은 식물 중 단백질을 많이 함유한 대표 고단백 작물이다. 대두 기준 40% 정도는 지방, 33%는 단백질, 27%는 탄수화물이다. 단백질의 품질도 좋다. 고기 한 점 없는 농경민족의 상차림에서 꼭 필요한 단백질 반찬이었던 셈이다.
▼ 09 : 10. ‘새오리로(북서쪽 방향)’를 따라 나지막한 고개를 오르면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파주 맛고을 장단콩 거리’라는 지명답게 두부요리를 메인 메뉴로 내건 음식점들을 중심으로 많은 음식점들이 들어서있었다.
▼ 09 : 18. 길가에 늘어선 음식점들이 잠시 들렀다가란다. 스테이크에 피자, 파스타 같은 평소에 자주 찾는 메뉴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서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10분 조금 못되게 걷다보면 성동리(城洞里)의 ‘큰말’에 이르게 된다. 파주의 또 다른 명소인 ‘프로방스 마을’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 09 : 20 – 09 : 38. 프로방스 마을. ‘하트’형 대문으로도 모자라 ‘러브인 프로방스 빛축제’라는 자랑까지 매달았다. 프로방스 마을에 야간 경관 조명등을 설치해 '빛 테마 거리'로 꾸며놓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 파주시는 ‘프로방스 마을’을 아름다운 정원과 이야기가 있는 벽화, 야간 조명이 조화를 이루며, 유럽풍 베이커리와 카페, 이탈리안 레스토랑, 한국적인 음식 등 전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 생활용품, 체험시설 등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된 테마형 마을이기 하단다. 따뜻한 색을 가진 독립된 건물에서 각각의 컨셉을 갖고 운영되는 상점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나?
▼ 안으로 들어서면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아기자기한 마을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마을은 1996년 ‘프랑스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주변에 각종 음식점·제과점·액세서리·의류판매점들이 들어섰고, 현재는 식음료·리빙&잡화·패션&잡화 등 37개의 아이템으로 상점이 운영되고 있단다.
▼ 25년쯤 전인가? 세미나 참석차 들렀던 마르세유에서 이색적으로 다가오던 주택을 이곳에서도 만났다. 프랑스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따가운 지중해의 햇볕을 가리기 위해 창문 밖에 나무문을 하나 더 둔다고 했었다.
▼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동부의 지중해 연안과 이에 접한 내륙지역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그래선지 소담스런 정원은 프랑스풍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을까? 엉뚱하게도 프로방스가 아닌 파리 중심가에 있는 ‘에펠탑’까지 옮겨놓았다.
▼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마치 영화 속 옛 유럽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동화 속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파스텔 톤의 건물들은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섬세하게 꾸며졌다. 저런 풍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축제 등을 기획 4계절 내내 방문객에게 다양한 문화 공연과 새로운 체험, 아름다운 이벤트를 선사한단다.
▼ 아쉬운 점은 마을이 텅 비어있다는 점이다. 이른 시간이어선지 문을 연 가게가 하나도 없었고, 외부 방문객도 평화의길 트레킹을 이어가도 있는 우리 일행뿐이다. 가게에 들어가 진열된 상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을 텐데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 명색이 명품 마을인데 ‘포토존’ 하나 없겠는가. 그중에서도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로 풀어놓은 ‘고백 터널’이 눈길을 끌었다. ‘따스한 눈 맞춤’을 시작으로 부드러운 손잡기, 포근하게 안아주기, 달콤하게 뽀뽀하기, 정열적인 ‘딥 키스(deep kiss)하기’를 순차적으로 해나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집사람이 두 번째 코스부터 도망가기에 바쁜 걸 보면, 고백은 아무에게나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준비되어 있었다. 다양한 놀이시설과 동물들을 보유한 ’프로방스 펠리씨떼’는 아이들이 동물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형 관광농원이라고 했다.
▼ 유럽의 고도(古都)를 돌아다니다보면 투어용 마차를 흔하게 만난다. 그런 마차가 프로방스 마을에도 있었다. 비록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 또 다른 게이트를 통해 마을을 빠져나오면서 ‘프로방스마을 투어’는 끝을 맺는다. 프로방스 마을은 잘 꾸며진 테마형 관광지가 분명했다. 하지만 가게 문이 열리지도 않은 시간에, 그것도 트레킹 도중에 잠시 스치듯 들렀으니 ‘주마간산(走馬看山)의 대표적이 사례라 할 수 있겠다.
▼ 09 : 38. 못다 본 풍경들을 아쉬워하며 다시 길을 나선다. 아까처럼 ’새오리로‘를 따라 북진한다. 옛 지명인 교하군 신오리면(新五里面)에서 이름을 얻어온 2차선 도로이다.
▼ 09 : 42. (힐하우스)버스정류장 옆에서 길이 나뉘고 있었다. 평화의길은 이곳에서 새오리로와 헤어져 왼쪽으로 갈려나가는 샛길로 들어간다.
▼ 고개를 넘자 희미하게나나 두물머리의 드넓은 물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짙은 미세먼지 탓이다. 아무튼 한강과 임진강이 저곳에서 합쳐지면서 ’조강‘으로 변한다. 이즈음 ’어화둥둥‘이라는 화로생선구이 식당을 지나기도 한다.
▼ 09 : 51. 길은 임진강의 강둑에 가로막혀 더 이상 나가지를 못한다. 하지만 둑 위로 난 자유로에서는 자동차들이 잘들만 달려댄다.
▼ 주인과 더부살이의 차이점이랄까? 시점과 종점의 방향만 적어놓은 ’평화의길‘ 이정표와는 달리 경기둘레길 이정표는 거리는 물론이고 지도까지 반듯하게 표시해 놓았다.
▼ 이후부터는 ’자유로‘와 나란히 가는 농로를 따라간다. 자유로의 아래로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이 나있다.
▼ 09 : 56. 대동리나들목. 길을 걷다보면 자유로에서 빠져나오는 이런 진출입로를 심심찮게 만난다.
▼ 10 : 00. 접경지역의 오지일 것으로 여겼던 ‘대동리(大洞里)’는 예상 외로 큰 마을이었다. 반듯반듯하게 지어진 건물들도 대도시 근교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긴 ‘대동리’가 본디 임진강가에서 가장 큰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된 지명이라니 어련하겠는가. 참고로 대동리는 지금은 없어진 ‘교하군’의 신오리면에 있던 마을이다.
▼ 자유로 아래로 난 굴다리도 심심찮게 만난다. 하지만 이중삼중으로 막혀있어 통행은 할 수 없다. 하긴 민통선의 역할을 하는 통로이니 어련하겠는가. 저 지하통로를 빠져나가면 임진강이고, 군사분계선이 그 물길을 가른다.
▼ ‘농기계가 우선’이란다. 맞다. 이 길은 접경지역의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지나다니는 길이다.
▼ 얘기봉의 ‘십자가등탑’을 연상시키는 저 철탑의 정체는 대체 뭘까? 애기봉에서 철거된 등탑을 이곳으로 옮겨왔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까지 해본다. 참고로 30m 높이의 애기봉 등탑은 1971년 만들어진 뒤 성탄절을 즈음해 트리로 치장해 불을 밝히다 2004년 상호 비방을 중단하기로 한 남북합의 이후 중단됐다. 그러다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2010년 12월부터 재점등했으나 2014년 안전을 이유로 철거되었다.
▼ 정체모를 시설물들을 만나기도 한다. 원통형의 관을 박은 뒤, 그 위에다 알 수 없는 숫자들을 적어놓았다.
▼ 10 : 11. 걷기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시설(화장실)도 눈에 띈다. 쉼터로 제격이었던지 환경정화(노인일자리인 듯)를 나온 할머니들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 이후부터는 아예 자유로와 함께 간다. 차량들이 내는 소음으로 인해 귀가 먹먹해지는 구간이다. 많은 차량들이, 그것도 누가 빨리 달리는지 시합이라도 하려는 듯 번개처럼 달려가고 있었다.
▼ 그런 고통이 오래가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잠시 후 길은 둑길 아래로 다시 내려간다.
▼ 두루누비는 6코스를 임진강 하류의 습지를 조망할 수 있는 길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레킹을 마칠 때까지 임진강 하류는 만날 수 없었다. 자유로에 막혀 먼발치에서도 구경할 수 없다. 그 아쉬움을 갈대로 가득한 수로로 대신해 본다.
▼ 10 : 20. 대동리·만우리 나들목. 진출입 차량이 많은지 도로 바닥이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고 있었다.
▼ 나들목 아래로 난 굴다리. 자유로가 ‘민간인 출입 통제선’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바퀴자국이 선명한 걸로 보아, 허용된 사람이나 차량들에 한해 출입이 허락되는 모양이다.
▼ 탐방로는 계속해서 농로를 따른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밋밋한 구간이다.
▼ 10 : 26. 평화누리길 쉼터. 자전거 거치대는 기본, 파고라에 벤치를 20여 개나 놓아둔 큼지막한 쉼터이다.
▼ ‘평화누리 자전거길’ 안내도는 파주구간을 나타내고 있었다. 파주출판도시휴게소에서 장남교까지 57km를 2개 코스(4코스·5코스)로 나누어 놓았다.
▼ 쉼터 근처에서 길이 나뉘고 있었다. 자전거길은 계속해서 자유로의 가장자리를 따라가고, 평화의길은 둑 아래로 난 농로로 내려간다.
▼ 이어서 나타난 굴다리는 자동차 통행이 더 빈번한 모양이다. 바닥이 반질반질하게 윤이 날 정도다. 통로 끝에서는 병사가 보초까지 서고 있었다. 살짝 비켜나게 사진을 찍은 이유다.
▼ 발길은 이제 대동리에서 ‘만우리(萬隅里)’로 넘어간다. ‘임진강가의 큰 모퉁이’에서 유래된 지명답게 마을 대부분이 평탄한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 만우리로 들어서자 들녘이 넓어졌다. 그래선지 낙곡을 주워 먹고 있는 기러기 떼가 눈에 들어온다. 인기척에 놀란 한 떼는 요란한 날갯짓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른다.
▼ 10 : 39. 오금 양·배수장. 수문이 7개나 되는 걸로 보아 ‘만우천’의 물줄기가 제법 큰 모양이다. 하나 더, 반대편 그러니까 만우천이 임진강에 합수되는 지점에는 ‘질오목나루터’가 있었다고 한다.
▼ 건너편에서 길이 또 나뉘고 있었다. 평화의길은 오른쪽으로 간다.
▼ ‘평화누리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이한 이정표. 둘 모두 평화누리길인데도 한쪽은 자전거 라이더, 다른 한쪽은 걷기 여행자들만 이용하도록 했다.
▼ 잠시지만 ‘만우천’의 둑길을 따라간다. 월롱면(파주시) 덕은리에서 발원 북서방향으로 흐르다 임진강으로 유입되는 길이 9.5km의 지방하천이다. 참! 농어촌공사에서 내건 현수막에는 ‘탄포천’이라 적고 있었다. 만우천의 다른 이름인 모양이다.
▼ 10 : 42. 평화누리길 ‘오금리 쉼터’. 아까보다 규모는 작지만 대신 화장실을 갖추었다. 안내판은 소울원(疏鬱園)과 용주서원, 파주향교, 통일공원, 반구정을 주요 볼거리로 꼽고 있었다. 다음 구간을 걸을 때 눈에 담을 수 있는 행운을 기대해본다.
▼ 10 : 47. 만수천을 300m쯤 거슬러 올라갔을까, 이제 그만 물가를 벗어나란다.
▼ 냇가를 떠난 길은 나지막한 구릉지로 파고든다. 오금리로 들어가는 길이어선지 ‘오금로’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 10 : 50. 잠시 후 오금리(吾今里)로 들어섰다. 임진강이 굽이져 흐르는 곳이라 하여 오그미, 오고미 등으로 불리다 ‘오금리’가 됐다. 자연부락으로는 오금, 골말, 모팅 등이 있다는데, 어느 부락을 지칭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 마을은 나지막한 언덕 두 개를 끼고 형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 고개에서 만난 늙은 향나무가 눈을 호사시켜준다.
▼ 마을은 주택보다 창고가 더 많아 보인다. 대형 창고들이 우후죽순처럼 마을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 10 : 58. 오금리 썰매장. 생태관광 마을로 거듭난 ‘질오목’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시설이다. 도심 속 야외 스케이트장처럼 큰 빌딩에 둘러싸여 있지도, 화려한 불빛도 없지만 논 썰매장에서 보이는 고즈넉한 농촌 풍경은 그 옛날 시골에서 얼음 썰매를 타던 추억을 새록새록 불러일으킨다.
▼ 외딴 곳이어선지 손님은 별로 없었다. 빈 논에 물을 대는 건 기본, 직접 나무를 깎고 날을 붙여 썰매를 만들고 얼음판을 정리해 썰매장을 조성한 마을 주민들의 노고가 헛된 것 같아 안타깝다.
▼ 썰매장을 빠져나오니 이번에는 양식장이 반긴다. 임진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해 담수어를 양식하고 있단다.
▼ 11 : 05. 애견 테마파크인 ‘자유로 멍 놀러와’.
▼ 몇 걸음 더 걸으면 자유로의 가장자리를 따라 난 도로를 다시 만난다.
▼ 11 : 11. 카페 ‘문지리 585’. 식물원 카페답게 엄청나게 큰 규모를 자랑한다. 카페 내부가 나무와 꽃들로 가득한데, 거기다 햇살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뷰를 자랑한단다. 그러다보면 식물과 자신이 하나가 되어버린다나?
▼ 계속해서 ‘자유로’의 가장자리를 따라간다. kakaomap은 이 근처에 ‘탄현야구장’을 표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갈 길 바쁜 나그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 산으로 올라간 범선. 아쿠아랜드라는 잘 나가던 업체가 지은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잉 투자로 인한 자금경색으로 부도 처리된 후 방치되어 있는 상태란다.
▼ 11 : 23. 탄현국가산업단지 나들목. 이곳에도 평화누리길 쉼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kakaomap은 이곳에서 오른쪽을 가리킨다. 산업단지까지 갔다가 종점인 낙하 IC로 가란다. 하지만 두루누비에서 내려 받은 앱은 계속해서 자유로의 가장자리를 따라 갈 것을 지시한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 이곳의 굴다리도 장애물이 없었다. 허가받은 차량에 한해 통행이 허용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 맞다. 굴다리의 민간인 통과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겠다. 자유로와 임진강 사이에 들어선 저 너른 들녘에서 누군가는 농사를 지어야하지 않겠는가.
▼ 11 : 32. 낙하 IC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는 ‘엘지로(77번 국도)를 따라 ‘낙하리(洛河里)’로 빠져나온다. 옛 교하군 탄포면 지역으로 임진강 옆에 있던 낙하원(洛河院)에서 얻어온 지명이다. 장단을 거쳐 개성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 진출로 부근에는 ’자유로 레저워터파크‘가 들어서 있었다.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쉬다가기에 딱 좋은 곳으로 알려진다.
▼ 11 : 42. 낙하리(아랫말) 입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트레킹이 종료된다. 오늘은 헤이리 마을을 포함 13.44km를 3시간 30분에 걸었다. 명품 관광지인 헤이리마을과 프로방스마을을 둘러보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던 모양이다.
▼ 평화의길의 완주인증 QR코드는 버스정류장 옆 평화의길 이정표에 붙여놓았다. 코스의 지도가 들어간 안내판 하나쯤 세워놓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 트레킹을 마친 집사람이 활짝 웃는다. 아니 그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를 향해 미소를 보낸다. 생선의 가시를 발라주는 등 귀찮은 일을 할 때마저 웃어주는 그녀의 마음이 부부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아주 작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는 배려와 사랑의 진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작은 도움으로 서로를 편하게 하고,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관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부부의 의미일 테니 말이다.
|
출처: 비공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