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인 8월 2일 산행 초반부에 무릎을 10바늘이나 꿰메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중도포기를 했던 조항산을 다시 찾았다
길을 뒤덮은 넝쿨과 덤불이 사라진 겨울에는 길 찾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경주시 양북면 입천리 입천마을 복지회관을 지나 시무내마을 안쪽 공터에 차를 주차시키고
9:43 산행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대밭에서 출발을 하지않고
조금 더 아래에 있는 제실(?)에서 시작을 하기로 한다
제실 위에 있는 맨마지막 민가 인근 묘지 옆으로 난 길을따라 오른다
2009년 3월에 개척산행을 한 국제신문 근교산팀의 산행리본이 반갑다
그러나, 초반 잘 나가던 길은 무덤에서 끝이 나버리고 잃어버린 길을 찾아 약40여분간 또 헤멘다
10:55 우여곡절 끝에 제대로 된 산길을 찾아 이제부터는 편안한 마음으로 길을 이어간다
산행길 왼쪽 너머로 보이는 조항산
11월말이지만 날씨는 포근하기만한데 바람이 세차다
바람이 마주치는 곳에서는 장갑 긴 손마져도 시리고 입이 얼얼하여 말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바람이 없는 곳에서는 온 몸을 내리쪼이는 햇살에 삭신이 노곤해 진다
급경사 오르막길
날쌘돌이 형화친구까지도 네발로 기어가야만 할 정도다
이런 급경사 봉우리가 두세군데 정도 되는데 봉우리 몇 개를 오르내려야 하는 오늘의 산행은
해발고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결코 만만치가 않다
단점은 주변전망이 없는 단순한 흙산이라 아기자기한 바위들 조차도 없어 좀 심심하고
그러다보니 카메라에 담을거리도 별로 없어 장시간 산행치고는 사진이 불과 50컷정도 밖에 되지를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걸으니 건너편 완만한 구릉위에 풍력발전기들이 보이고
(나중에 검색을 해 보니 조항산과 진전산 사이 구릉지에 조성된 경주 풍력발전단지였다)
바람을 피해 따뜻한 양지쪽에 앉아 막걸리와 포도주를 곁들인 늦은 점심을 느긋하게 먹는다
(점심시간 : 13:00~14:00 1시간)
14:05 임도를 만나 건너편 산길로 바로 오르고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돌덩어리 바위를 보는데
조항산 정상은 희미한 갈림길 오른쪽으로 200여m 거리에 살짝 벗어나 있어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야 한다
(누군가가 갈림길 인근의 나무에 조항산 표지를 잘못 걸어 두었다)
조항산 정상은 이런 바위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14:16 조항산(鳥項山) 정상 / 산행시간 : 4시간 33분
내가 가 본 전북 무주와 경북 문경에도 같은 이름의 조항산이 있다
조항산 정상의 조망은 없다
앙상한 나무가지 사이로 입천마을 쪽 풍경이 삐쭉 보이지만
수목이 울창한 계절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조항산 정상에서 내려와 임도와 다시 만나고
14:31 임도 갈림길
임도를 따라 400여m 가다가 내리막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진행방향 저 앞에 보이는 형제산 모습
높이가 100m는 넘을 것 같은 송신탑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14:50 형제산 정상 / 산행시간 : 5시간 7분
양북중학교 22회 동창회의 모임인 듯한 '형제봉회'가 세워 놓은 정상석
뒷면에는 교가를 새겨 놓았다
15:08 487봉
487봉 직전에 계곡으로 바로 내려서는 왼쪽 사면길이 보이지만
길이 너무 희미하여 487봉을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487봉에서 내려가는 하산길 급경사 비탈길에 미끄러운 마사토 흙길이라 매우 위험스럽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한참을 내려오다보니 이윽고 저 아래에 시무내 계곡이 보인다
15:37 계곡 상류 도착
시무내 계곡
최대 폭 100m가 넘는 계곡이 4km가량 이어지는데
계곡 바닥에 커봐야 어른 주먹만한 자갈이 지천으로 깔려있는 장관이 펼쳐지는 신비로운 곳이다
계곡 한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하류쪽으로 3km를 걸어서 출발지로 돌아가야 한다
10리 계곡에 20(스물)개의 작은 계곡이 있어 시무내라 불렸다는 설과
계곡에 물이 흐르지 않는 마른계곡이지만 강 바닥 아래에는 물이 숨어서 흐른다고
'숨은내'였는데 '시무내'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는데
지금도 계곡 바닥 아래에서부터 물이 솟아 오르는 것으로 보아 후자가 맞는 말인 것 같다
한겨울인데도 물이 철철 흘러 넘친다
뒤돌아 본 시무내 계곡 / 계곡은 산 쪽으로 깊숙이 1km가량 더 들어서 있다
계곡 인근의 산은 골산인지 돌을 채굴, 분쇄하여 모래를 만드는 시설이 보이고
여기저기 임시 주거시설들도 보인다
마을이 가까워 지는데 왼쪽 산아래에 태극기를 여기저기 달아놓은 건물이 보여
망원으로 당겨보니 무속인의 기도처인 모양이다
16:24 출발지인 시무내 마을로 원점회귀하여 산행을 마친다
총산행시간 : 6시간 41분 (점심식사 1시간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