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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보 (Mogambo)
1953년 미국영화
감독 : 존 포드
원작 : 윌슨 콜리스의 희곡 Red Dust
출연 : 클라크 게이블, 에바 가드너, 그레이스 켈리
그리고 그 외 존재감 없는 들러리들
어릴 때 타잔 영화를 보고 자랄 때는 아프리카에는 모두 밀림이 우거지고 사자, 코끼리 같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대륙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타잔 영화도 모두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았고. 그런데 그건 아니었죠. 아프리카에도 빌딩과 자동차가 다니는 도시들이 많이 존재하고 북부 아프리카는 거대한 사막지대이고, 타잔 영화는 세트촬영이 많았고(일단 그 영화에 등장하는 코끼리도 아프리카 코끼리가 아니고) 실제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문명의 때가 타지 않은 동물들만이 몰려사는 '동물의 왕국'은 극히 일부 지역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실제로 아프리카의 동물들이 사는 밀림지대는 대략 중부 동아프리카 지역, 케냐, 탄자니아, 콩고, 우간다 부근일 것입니다. 존 웨인의 '하타리'의 촬영지는 대부분 탄자니아였고, 존 포드 감독의 '모감보'는 케냐를 중심으로 콩고, 우간다, 탄자니아 등지에서 촬영했습니다. 타잔이 살고 있는 타잔의 고향은 '이스카프먼트'라는 가상의 지역이었고, 굉장히 높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고 고릴라를 비롯한 동물들의 서식지였습니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현지 촬영의 어려움도 있고, 무엇보다 동물에게 연기를 시키기도 어렵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CG로 동물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아날로그 시대에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죠. 고전영화중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유명한 작품들을 꼽아본다면 몇 차례 만들어진 '킹 솔로몬' 아기 코끼리의 걸음마로 유명한 '하타리' 그리고 존 포드 감독의 '모감보', 아프리카 밀림배경은 아니었지만 남아공을 배경으로 한 '야성녀' 빅터 마츄어와 자넷 리 주연의 모험물 '사파리' 그리고 흑백갈등을 주제로 한 영화 '흑아' 등, 험프리 보가트가 아카데미상을 탄 영화 '아프리카의 여왕' 헤밍웨이 원작의 '킬리만자로의 눈' 등이 있었고, 그나마 밀림의 동물들을 배경으로 하지 않은 영화들도 많습니다. 타잔의 상징적인 배우 자니 와이즈뮬러가 주연한 영화들도 대부분 캘리포니아 세트에서 촬영을 한 경우가 많았고.
클라크 게이블
1932년 오리지날 영화 '홍진' 이후에
다시 동일한 역할로 출연
50년대 관능미의 화신 에바 가드너
오늘은 '하타리'와 함께 동물들이 사는 아프리카 원시림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 영화로 꼽히는 '모감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원래 모감보는 1928년에 발표된 윌슨 콜리슨의 희곡 'Red Dust' 이 모태입니다. 이 원작은 1932년에 클라크 게이블 주연으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는 '홍진'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습니다. '홍진'의 내용은 인도를 배경으로 하여 클라크 게이블이 관능적인 진 할로우와 정숙한 유부녀인 메리 애스터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이루는 모험 로맨스 영화입니다. 이 원작의 배경을 아프리카로 바꾸어 유사한 내용으로 리메이크 된 작품이 바로 1953년 칼라영화 '모감보' 입니다. 배경을 인도에서 아프리카로 바꾸었는데 내용은 많이 유사합니다. 특히 중요한 장면은 더욱 그렇죠. 칼라에서 흑백으로 달라진 점은 있는데 두 명의 미인 사이에서 질투어린 사랑을 받는 부러운 주인공은 두 영화에서 모두 클라크 게이블이 연기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헐리웃의 왕 이라는 칭호를 받은 인기배우 답게 두 영화에서 총 4명의 톱 여배우에게 애정공세를 받은 것입니다. 32년 작품에서는 콧수염 없는 생얼로 출연하고 53년 영화에서는 나이가 들고 살이 좀 더 찐 모습으로 트레이드 마크가 된 콧수염을 기르고 출연합니다. 두 편 모두 MGM에서 만들었습니다.
1953년 칼라 영화인데 좀 아쉬운 것은 존 포드 감독이 좀 더 참았다가 2년 쯤 뒤에 대형 시네마스코프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광활한 아프리가 대륙의 거대함이 아무래도 좁고 답답한 4: 3 비율 보다는 시원스러운 시네마스코프가 훨씬 나았을 테니까요. 물론 존 포드는 30-4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을 했기 때문에 시네마스코프 대작 전문 감독은 아니었지만. 배우를 존 포드 영화 전문 배우인 존 웨인이 아니라 클라크 게이블을 활용한 이유는 아마도 아프리카의 남성적이고 용맹한 탐험가로는 존 웨인도 잘 어울렸겠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주된 내용이 모험보다는 두 여인 사이를 오가는 매력남으로서의 역할이기 때문에 그런 로맨스 장르에는 존 웨인 보다는 클라크 게이블이 훨씬 전문이니 존 포드의 그림자 같은 배우 존 웨인 대신 출연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다작 배우인 존 웨인은 워낙 바빠서 아프리카까지 가서 촬영을 하기도 벅찼을테고. 대신 존 웨인은 1962년 하워드 혹스의 '하타리'에서 아프리카 탐험가로서의 모험과 로맨스를 펼칩니다. 클라크 게이블 처럼 두 미녀 사이를 능란하게 오가는 것은 아니고, 그냥 한 여자에게 우직하게 사랑을 이루는 역할이었지요.
남녀는 확실히 술 한잔 하고 이어지는 돌발키스로
친해지는 것 같다.
관능적인 켈리가 떠나면서 청순한 린다가 오고....
실제 아기코끼리의 짖궂은 장난 때문에
에바 가드너가 애를 먹었던 장면
아프리카에서 사파리를 만들고 동물 판매 사업을 하는 빅터(클라크 게이블), 그의 사업장에 두 여자가 나타나면서 골치아픈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내용입니다. 한 여인은 신혼시절 2차대전으로 인하여 군인인 남편과 사별한 관능적이고 자유분방한 여성 켈리(에바 가드너) 였고, 또 한명은 동물학자인 남편의 연구를 위한 출장에 동반한 린다(그레이스 켈리)라는 정숙한 부인이었습니다. 50대의 늙수그레한 클라크 게이블은 대단히 부럽게도 이 50년대를 대표하는 세기의 두 미녀에게 모두 애정공세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평화롭고 아무 문제없던 아프리카의 동물 사업장에서 삼각관계로 인한 머리아픈 드마라가 펼쳐집니다.
외국 영화를 보면 이런 장면이 참 흔합니다. 야성적인 한 남자가 어떤 여자를 만나서 처음에는 쌀쌀맞게 대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강제 키스를 하고, 그리고 나서 연인처럼 되는... 이건 현재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명백히 '미투'입니다. 키스 미수에 그쳐도 미투가 폭로되어 공인으로서의 활동에 사망선고를 받는데, 그런데 이런 '미투'장면이 서구의 고전영화에 꽤 자주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 윌리암 홀덴이 마릴린 먼로에게 그랬고, '갈채'에서도 윌리암 홀덴이 그레이스 켈리에게 그랬고,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에서 리처드 버튼이 클레어 블룸에게 그랬고, 'O.K 목장의 결투'에서 버트 랭커스터가 론다 플레밍에게 그랬고, 공통적인 것은 모두 여자를 처음 봤을때 남자가 굉장히 쌀쌀맞게 대했는데 어느 순간 돌발 키스를 시도하고 그 이후부터는 여자가 남자에게 푹 빠지는..... 이런 패턴이 외국 통속영화에서 너무 흔한 장면입니다. 현실에서는 '미투'에 걸려서 망신당하고 몰락하는 상황이 되지만. 그러니 통속영화가 판타지 이죠.
첫 만남부터 팽팽한 그레이스 켈리(왼쪽)와
에바 가드너
남녀의 관계를 어떤 특수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이런 설정은 통속로맨스의 기본임.
설레이는 감정을 억제하는 그레이스 켈리의 표정연기.
실제로 둘은 이 영화 촬영하면서 연인이었다.
빅터와 켈리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빅터는 관능적인 여성인 켈리의 등장을 썩 반가워하지 않고 그녀를 빨리 돌려보내려고 하는데 어느날 술 한잔 하면서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강제 키스를 퍼붓고 그리고 나서 둘 사이는 급진전됩니다. 그렇지만 켈리는 빨리 떠나야 하는 상황, 켈리가 떠나면서 다른 미녀인 린다가 도착하는데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입니다. 그래서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었지요. 켈리 보다 한술 더 떠서 아예 빅터에게 집착을 합니다. 그 계기는 통속영화 답게 딱 상황설정이 이루어집니다. 바람 부는 날 산책나갔다가 위험에 빠진 린다를 빅터가 구해주고 린다를 안고 숙소까지 오고 둘은 엄청 서로를 갈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간신히 감정을 억제하고 헤어지는데 이걸 켈리가 목격을 합니다. 떠났던 켈리는 배가 고장나서 다시 돌아오게 된 상황이었고요. 켈리가 돌아오자 빅터의 옆에는 린다 라는 미모의 유부녀가 자리하고 있었고 이렇게 되서 두 여성 사이에 아주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집니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탐험영화지만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삼각관계가 주된 이슈가 되고 그 절묘한 상황으로 재미있게 끌고 가는 영화입니다. 클라크 게이블이 조금만 더 젊었다면 좋았을 뻔 했죠. 한 5년만 더 젊었다면.
클라크 게이블, 에바 가드너, 그레이스 켈리, 이 빅3 스타들 앞에서 다른 배우들은 그냥 들러리로 전락합니다. 그래서 다른 조연배우중에서 토마스 미첼이나 리 J 콥 급의 존재감있는 조연 배우들을 아예 출연시키기 않았습니다. 얼마나 멋없는 배우를 일부러 뽑았는지 느낌이 올 정도입니다. 특히 그레이스 켈리의 남편으로 출연한 배우의 미미한 존재감은 더 그렇지요.
처음에 빅터와 썸을 탄 것은 켈리였는데 잠깐 떠났다가 돌아보니 정숙한 척 하는 유부녀가 착 달라붙어 있으니 눈이 뒤집힐 노릇이지요. 더구나 주변에선 린다와 빅터의 관계를 다 눈치채고 있는데 바보 같은 린다의 남편만 모르고 있으니. 켈리는 일부러 린다에게 뼈있는 말들을 쏟아붇지만 린다는 더 완강하게 빅터를 의지합니다. 둘은 아예 린다의 남편 모르게 대놓고 연인처럼 행동하지요. 경치가 좋은 폭포 같은 곳에 가서 뜨겁게 키스를 하고. 보다 못한 켈리는 직접 린다를 찾아가서 충고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모욕적인 말만 듣게 되죠. 이렇게 되서 2라운드는 완전히 린다의 승리로 끝나는 듯 하고, 바람이 단단히 난 린다와 린다에게 푹 빠진 빅터는 어떻게 린다의 남편 도날드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이별선언을 할지 고민하는 지경에 까지 이릅니다. 불쌍한 도날드는 그것도 모르고 자꾸 짜증만 내는 린다의 비위를 맞추느라 전전긍긍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가 린다의 남편 도날드입니다)
빅터를 너무 티나게 쳐다보는 린다
아슬아슬한 창던지기 게임
빅터를 놓고 심하게 대립하는 두 미녀
이런 미녀 둘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는 행운의 남자 빅터
어렸을 때 본 '모감보'는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잔 영화처럼 신나는 모험과 동물과의 싸움 같은 것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세 명의 남녀가 나와서 수다떨고 사랑싸움 하고 그런 내용이니 유명감독 존 포드 영화인데 왜 이리 재미가 없나 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 절묘한 삼각관계 심리전을 어린 학생이 이해하기는 사실 어려운 영화지요. 삼각관계 로맨스 영화로 '모감보'는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난 작품입니다. 더구나 배경이 오지인 아프리카 이기 때문에 샌님 같은 학자 남편보다는 와일드하고 터프하고 강한 빅터 같은 남자가 훨씬 유리한 입장입니다. 그리고 빅터를 두고 경쟁하는 두 여성에 대한 캐릭터도 완전히 상반되는 스타일이라서 더 흥미롭습니다.
우선 켈리를 연기한 에바 가드너는 40-50년대의 대표적인 요염하고 관능적인 배우답게 목욕하는 장면으로 첫 등장을 합니다. 반면 정숙한 미모의 상징인 그레이스 켈리는 남편과 함께 배에서 내리는 장면으로 등장합니다. 관능미 대 청순미, 자유분방함과 순수함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여성의 빅터 차지하기 경쟁, 물론 린다가 등장하고 나서 일방적으로 빅터는 린다가 차지하고 있지만 결국 최종적인 3라운드가 남아 있습니다.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도 나오는데 린다가 빅터에게 이렇게 멋진 분이 왜 결혼을 아직 안했냐는 질문에 빅터는 선뜻 대답을 못하는데 나중에 린다를 쳐다보며 '그 대답을 지금 하겠소. 당신을 기다리느라 아직 결혼을 못한거요'라는 낯뜨거운 대사를 합니다.
두 여인의 팽팽한 말싸움과 기싸움이 볼만하다.
유부녀지만 아주 대놓고 연인행세를 하는
린다와 빅터
겁에 질린 린다, 용감한 빅터, 그리고 린다의
존재감 없는 가엾은 남편 도날드
실제 세 배우의 사생활은 어땠을까요? 헐리웃 최고의 인기 배우였던 클라크 게이블은 총 5번의 결혼을 했는데 그 중 3년여를 함께 살았던 캐롤 롬바드와의 사랑이 유명합니다. 짧은 결혼생활이었지만 캐롤 롬바드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클라크 게이블은 사랑의 상처를 크게 받습니다. 당시 캐롤 롬바드는 불과 33세였지요. 이 아픈 상처로 인하여 클라크 게이블은 육군 항공대에 입대하여 2차 대전에 참전하면서 3년간의 공백기간을 갖습니다. 유명 배우중 2차 대전에 항공부대에서 참전한 두 명이 클라크 게이블과 제임스 스튜어트인데 정말 두 배우가 살아 돌아온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두 명의 명배우를 전쟁으로 잃을 뻔한 것이었으니 2차 대전 후에 남긴 여러 영화들을 못 볼 뻔 했죠. 클라크 게이블은 1949년에야 재혼을 했으니 캐롤 롬바드 사후에 7년간 독신생활을 한 셈입니다.
에바 가드너는 헐리웃의 대표 요부 였지만 정식 결혼은 3번에 그쳤(?)습니다. 오랜 결혼 생활은 아니었는데 총 3번의 결혼 기간을 다 합쳐봐야 8년 남짓이었으니까요. 유명 배우인 미키 루니가 첫 남편, 프랭크 시나트라가 세번째 남편인데 미키 루니와는 1년, 프랭크 시나트라와는 5년 반 정도 살았습니다. 자유로운 여성으로서의 성향이 강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레이스 켈리는 잘 아시다피시 1956년 27살의 나이로 은퇴하고 모나코 국왕과 결혼하여 26년간 결혼생활을 하고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때까지 함께 살았습니다. 총 11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은퇴했는데 1956년 '상류사회'가 마지막 작품이었습니다. 2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은퇴했음에도 미혼 처녀보다는 유부녀 역할을 많이 했는데 아마도 정숙하고 청순한 이미지 때문에 순정적인 부인으로 많이 캐스팅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청순해 보이는 그레이스 켈리는 은근 이중적인 관능미가 있는데 아카데미상을 받은 '갈채'나 '모감보'에서 정숙해 보이는 착한 부인이었지만 남편보다 매력적인 다른 남자에 이끌리며 가슴속에 파고를 겪는 연기를 잘 표현했습니다.
세트촬영이지만 아프리카의 광활한 석양을
배경으로 하여 무르익는 빅터와 린다의 사랑
린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도날드 앞에서
차마 진심을 이야기 못하는 빅터
결국 빅터가 선택하는 여인은?
질투심에 사로잡힌 린다
본인이 유부녀라는 사실조차 망각한채....
헐리웃의 왕 이라고 불리운 대배우 클라크 게이블, 관능미와 미모의 상징이었던 에바 가드너, 이 영화가 제작될 시 두 배우의 명성은 이미 최고였고, 그레이스 켈리는 두 번째 영화 '하이눈' 으로 스타덤에 오른 직후에 출연한 차기작이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모험영화였고,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의 초원, 여러 마리의 동물, 기린, 표범, 사자, 코끼리 등 현지 촬영을 통한 멋진 장면들이 등장하고 특히 고릴라를 관찰하는 내용에서 고릴라들의 행동이 근사한 촬영으로 담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배경은 모두 세 선남선녀 배우를 위한 무대장치일 뿐, 시종일관 밀고 당기며 오지의 아프라카 대륙에서 펼쳐지는 두 미모의 여성의 신경전과 대립, 삼각관계가 영화의 주된 흥미거리였습니다. 존 포드 감독은 세 주요 인물의 심리를 대사와 표정, 상황설정 등으로 탁월하게 잘 묘사했고, 에바 가드너와 그레이스 켈리, 베테랑과 신예, 관능미와 청순미를 대표하는 두 배우의 절묘하고 팽팽한 연기대결이 굉장히 볼만했던 영화입니다. 클라크 게이블 만큼 영화에서 여복이 많은 배우가 또 있었을까요? 지구 최고의 미녀로 불린 헤디 라마를 비롯하여 라나 터너, 에바 가드너, 그레이스 켈리, 심지어 나이 들어서 출연한 작품에서도 소피아 로렌, 마릴린 먼로 등 세기의 미녀들을 정말 많이 상대했으니...가히 헐리웃의 왕 이었습니다.
ps1 : 모감보는 고릴라의 울음 소리라는 뜻이라고 얼핏 알고 있습니다.
ps2 : 원래 존 포드 감독은 켈리의 역할에 모린 오하라를 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MGM에서 에바 가드너를 선호했다고 하죠. 그래서 존 포드 감독이 에바 가드너에게 불친절하게 대했고 그것 때문에 클라크 게이블과 마찰을 빚었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존 포드 패밀리인 모린 오하라는 오히려 그레이스 켈리가 연기한 린다 역에 더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는 존 포드 패밀리 라고 할 수 있는 배우들이 거의 안나오네요 (존 웨인, 모린 오하라, 헨리 폰다, 빅터 맥라글렌, 워드 본드 등등) 린다 역에는 진 티어니도 물망에 올랐다고 합니다.
ps3 : 영화에서 처럼 클라크 게이블과 그레이스 켈리는 썸을 타며 특별한 관계(?) 였다고 합니다.
ps4 : 스튜어트 그랜저가 빅터 역으로 물망에 올랐는데 최종적으로 클라크 게이블에게 낙점되었다고 합니다. 스튜어트 그랜저가 1950년에 데보라 커와 공연한 '킹 솔로몬'이라는 아프리카 배경의 탐험 영화에 나온 것이 후보에 오른 이유가 되었겠죠. 나이나 영화의 분위기로 보면 로버트 테일러도 탐을 낼만한 역할이었습니다. 로버트 테일러도 1959년 '킬리만자로의 결투'라는 영화가 있었지요.
ps5 : 1932년 작품 '홍진'과 '모감보'의 주요 장면의 비교영상 올립니다. 첫 번째는 두 남녀가 썸을 타는 계기가 되는 남자가 여자를 구해서 데려오는 장면, 두 번째는 삼각관계 때문에 남자 주인공이 총을 맞는 후반부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