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 개막… 세계 140억개 전자기기 초연결, 꿈이 현실로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규모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3’이 막을 올렸다. 메인 전시관에 참가업체 중 가장 넓은 면적(3368㎡)의 부스를 마련한 삼성전자는 전 세계 140억 개의 전자기기를 통합 연결하겠다는 비전을 선보였다. 사진은 삼성전자를 통해 수많은 테크 기업 제품들이 연결되는 생태계를 형상화한 전시 모습. 테크 기업들의 로고와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삼성전자 제공
“알렉사, 車 충전해 줘” 위치 찾고 결제까지 척척
[CES 2023]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車운영체제-스마트홈 영토 확장스마트폰은 물론이고 가전제품, 자동차로 운영 소프트웨어 시장(운영체제·OS)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의 영역 전쟁이 CES 2023에서 벌어졌다.
구글은 5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심리스(Seamless·끊김 없는)’ 경험을 위한 기능을 새로 선보였다.
구글은 스마트홈 표준 ‘매터(Matter)’가 적용된 기기로 꾸민 방도 전시했다. 나노리프에서 만든 조명과 이브시스템스의 스마트 커튼 등 다른 제조사에서 만들었지만 모두 ‘구글 홈’ 플랫폼 하나로 제어할 수 있다.
자동차 OS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한 볼보, BMW 차량도 구글 부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중심인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차량에도 이식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모바일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구글이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제품을 망라해 서비스 환경을 제어하면서 음악 등의 콘텐츠를 끊김 없이 제공하는 모습을 선보인 것이다.
아마존도 인공지능(AI) 플랫폼 ‘알렉사’를 기반으로 구글처럼 여러 제조사의 스마트기기를 연동했다. “마이 샤워(my shower)” 한마디에 음악, 수온, 세기, 욕실 조명을 한 번에 제어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모빌리티 분야에선 충전 인프라 사업자 EVgo와 손잡고 알렉사가 탑재된 전기차가 손쉽게 충전소를 찾는 기술을 내놨다. 미국 내 15만 개 이상의 공공 충전소를 안내한다. 충전소에선 “충전해 줘”라고 하면 결제까지 마무리된다.
MS 전시장에서는 스타트업 개틱(Gatik)의 자율주행 트럭, 독일 모빌리티 기업 ZF가 미국 오셔니어링과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 셔틀 등이 전면에 자리 잡았다. MS는 이들 기업에 AI 또는 클라우드 기술을 제공한다.
라스베이거스=박현익 기자
냄새도 구현하는 VR 헤드셋… ‘게걸음’ 평행주차 자동차
[CES 2023]CES 눈길 끈 기술들
미국 스타트업 OVR테크놀로지의 디지털 후각 체험 기기 ION. OVR 제공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내 CES 2023 스타트업 전시관인 ‘유레카 파크’. 미국 스타트업 OVR테크놀로지의 부스에서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자 눈앞에 연기가 나는 모닥불이 펼쳐졌다. 일반적인 VR 체험과 다른 점은 헤드셋에 달린 장치를 통해 매캐한 연기 냄새를 실제로 맡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모닥불 옆에 놓인 마시멜로를 집어 들자 달콤한 향기가 났고 마시멜로를 불에 굽자 그슬린 냄새가 느껴졌다.
바퀴 4개가 90도까지 회전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의 콘셉트카 ‘엠비전TO’. 현대모비스 제공
이날 개막한 CES 2023 전시장 곳곳에선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기술들이 화제를 모았다. 현대모비스는 4개의 바퀴가 모두 90도까지 회전해 제자리 회전과 평행주차가 가능한 ‘게걸음 자동차’ 콘셉트카(개발 방향성을 담은 시제차)를 소개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미래 목적기반차량(PBV) 콘셉트 모델 ‘엠비전TO’는 바퀴가 90로 꺾이는 ‘e코너 모듈’을 탑재했다. 차량 앞뒤 측면 4개 기둥에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센서를 탑재해 자율주행도 가능하게 했다. HL만도의 자율주행 자회사 HL클레무브도 e코너 모듈이 접목된 제품을 전시했다.
독일 자동차 부품사 ZF그룹은 열을 발생시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안전벨트 ‘히트벨트’를 선보였다.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 폴스타는 운전자의 모습을 살펴 졸음, 주의 산만 등의 상태를 인공지능(AI)으로 감지해 경고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유모차도 공개됐다. 캐나다 스타트업 글룩스카인드는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을 때엔 스스로 움직이며, 멀티 레벨 브레이크 시스템을 장착해 유모차를 지켜보는 사람이 없거나 부모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스스로 동작을 멈추는 유모차를 선보였다.
라스베이거스=송충현 기자, 이건혁 기자
위성 만든 소니, 바다 온실 짓는 지멘스… 영역 파괴 경쟁
[CES 2023]
‘혁신전쟁’서 ‘영역 확대전쟁’으로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3’이 개막됐다. 역설적이게도 경기침체 속에서 혁신 기술로 활로를 찾으려는 기업과 관람객이 전시관을 가득 메웠다. LG전자 부스 입구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의 진화를 보여주는 ‘올레드 지평선’을 지켜보는 관람객들의 모습. LG전자 제공
“스리, 투, 원. 레츠고(Let‘s go)!”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 개막일인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앙 전시장. 관람객 수백 명은 전시장 입구에 모여 오전 10시 개막을 기다리며 새해맞이 행사처럼 단체로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마침내 전시장이 개방되자 관람객들은 입구로 빨려 들어가듯 이동했다. 일부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CES에 전시관을 낸 한국 업체 관계자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영향으로 축소 개최했던 지난해 행사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CES 전시장 현장에선 글로벌 경기 침체의 분위기를 감지하기 어려웠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관람객이 10만여 명으로 지난해(4만5000여 명)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전 세계 3200여 개 기업 및 기관이 CES에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다.
개막 첫날부터 글로벌 유력 기업 전시관 앞에는 점심시간에도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려야 할 만큼 대규모 관람객이 모였다. 시간을 아껴 전시장을 둘러보려는 관람객들은 로비나 전시장 바닥에 앉아 간단히 끼니를 해결한 뒤 이동하기도 했다.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열린 CES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 주력 사업의 경계를 넘어선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과거엔 기술 혁신의 주도권을 몇몇 혁신 기업이 가져가는 ‘혁신 전쟁’의 양상이었다면, 이젠 모든 기업이 혁신 기술을 확보한 가운데 새로운 사업 영역에 들어가는 ‘영역 전쟁’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게임과 전기전자 사업이 주력인 일본 소니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소니는 초소형 인공위성 사업인 ‘스타 스피어’를 CES 개막에 맞춰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서 가장 첫 번째 꼭지로 소개했다. 전시관에는 소니 카메라 장비를 적용한 초소형 위성 실물 모형을 배치했다. 최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초소형 위성 발사에 성공한 소니는 우주 사진을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소니는 이번 전시회에서 첫 전기차 ‘아필라’를 공개하기도 했다.
카메라 기업인 니콘은 초소형 부품을 빠르게 식별해 처리하는 로봇 팔을 개발해 선보였다.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는 해양과 우주 분야 신사업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바닷속에 특수 구조의 온실을 설치해 과일과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식물 진화 과정을 확인하고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도 안정적으로 과일, 채소 등을 재배할 수 있다는 게 지멘스 측의 설명이다. 지멘스는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우주여행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유명 주류업체 산토리는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건강관리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을 배에 대고 장 소리를 녹음하면 건강 상태를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서비스 등이다. 세계 1위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아도 공사를 진행하고 물건을 나를 수 있는 장비를 CES에서 공개했다.
삼성전자 미디어파사드(외벽 영상)와 LG전자의 초대형 디스플레이는 가장 붐볐던 중앙 전시관에서도 단연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다만 CES 2023을 휩쓸고 있는 ‘영역 파괴’의 물결과 비교하면 기존 사업 중심의 확장에 집중했다는 평가도 현장에서 나왔다.
라스베이거스=지민구 기자, 라스베이거스=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