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가고 없어도 꽃은 피었네
우리 아파트 화단, 소화전 앞에 몇 포기의 도라지꽃이 피었습니다.
7년 전쯤, 먼저 떠난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묵묵히 이 꽃을 심으셨던 1927년생 국가유공자 할아버지.
도라지를 심고 두해가 되기전 할아버지도 떠나셨습니다.
이제 두 분 모두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할아버지가 [1927년생 국가유공자]라 예쁘게 적어 팻말까지 꽂아 두셨던 그 화단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푸른 빛 도라지꽃이 찾아왔습니다.
도라지 줄기에는 꽃망울이 유난히 많이 달렸습니다. 무게를 이기지 못해 빗물을 머금은 채 화단 밖으로 고개를 내민 줄기를 본 경비 아저씨께서 빨간 테이프로 정성스레 묶어놓은 도라지 줄기를 보며, 문득 소를 몰고 산과 들을 누비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도라지꽃 속에 개미 한 마리를 넣어 가두면 개미가 탈출하려 깨물던 자욱마다 붉은 무늬가 생기는 걸 신기해했던 그 순수했던 날들이 추억됩니다.
"님은 가고 없어도 꽃은 피었네"라던 시구처럼,
애국자 할아버지도, 고왔던 할머니도 다 가고 없지만 그분들의 고결한 영혼이 도라지꽃이 되어 우리 곁에 머무시는 듯합니다.
비록 지금은 안 계시지만, 올여름 피어난 도라지꽃을 보며 두 분을 오래도록 다정한 마음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