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요즘 ‘재테크 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대부분의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 밑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중에서 금리 2%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99.8%에 달했다.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신협의 일부 상품을 제외하면 이젠 2금융권에서도 금리 2%대의 예금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회사의 금융상품 이자가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지자 가계 자금은 단기 상품에 담긴 채 조금이라도 나은 수익 상품을 찾아 고민하고 있다.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투자된 이른바 ‘단기부동자금’은 지난 5월 말 현재 958조993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5조원 가량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자 ‘수익형 부동산’ 인기가 식을줄 모르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상가주택과 도심 소형 빌딩을 유망 투자상품으로 꼽고 있다. 예금·채권 이자보다 초과 수익을 내고, 월급처럼 꼬박꼬박 이익을 주는데다 주식시장처럼 불안하지 않은 점이 수익형 부동산의 장점으로 꼽힌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두는 고객이 늘면서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부동산투자자문업에 뛰어들 정도다. 신한은행이 2014년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시작한 ‘부동산투자자문업’은 지난해 국민은행, 우리은행이 뛰어들었고 지난달에는 KEB하나은행이 진입하면서 시중은행들의 각축장이 됐다.
문제는 기업 실적이 부진하고 내수 경기가 위축돼 상가와 빌딩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들은 저마다 인구가 뜸한 곳을 외면하고 임차 수요가 탄탄한 곳으로 몰리고 있다. 홍대 등 특정 지역의 인기가 많다 보니 건물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에 임대료도 덩달아 뛰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월세가 올라 손에 남는 게 없으면 자영업자는 다른 곳을 알아보거나 사업을 접는 수 밖에 없다.
좀 더 싼 수익형부동산을 구한 투자자들 역시 마음고생이 적지 않다. 퇴색한 상권에서는 투자 대비 수익을 올리지 못해서다. 이들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거나 임차인을 구해도 원하는 만큼의 임대료를 받지 못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한다.
사람들이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것은 미래가 불안한데다, 이렇다 할 재산 증식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중산층과 서민 재산 증식을 지원하기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내놓았지만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가입금액이 1만원 이하인 깡통계좌가 80만개를 넘는데다 연봉 5000만원 이하인 가입자의 비율도 3분의 1수준에 그친다. 심지어 ISA가 부자들의 절세수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저금리 장기화로 가계의 자산 증식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체할 만한 상품이 나오지 않는 한 앞으로도‘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도 나도 ‘수익형 부동산’을 쫓을수록 사회적으로 치르는 부작용과 대가가 혹독해진다. 관계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재산증식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