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 전자’를 보세요. 마치 큰 중국식당에서 1분에 한대씩 자장면 한 그릇 내놓는 것처럼 잘 짜여진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TV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장면만 만들 줄 알고 삼선자장면 조리법은 모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2일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LG전자 중국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강승구(姜勝求·사진) 부사장은 중국 전자 업체들의 기술력 상승에 대해 이같이 비유했다. 그는 또 “중국업체들이 액정TV를 만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시점에선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은 소득수준이 분화되고 ‘눈 높은 중산층’이 많이 생겨나는 시점이라고 강 부사장은 분석했다.
“중국에는 상위 5%대의 선도형, 그 밑 20%의 육성형과 30%의 발전형 집단, 다음 25%의 저소득층, 마지막 20%가량의 극빈층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육성형 발전형 저소득층을 적당히 아울러 매출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선도형 집단의 ‘니즈(needs)’에 맞춘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이미지 구축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LG전자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 해마다 평균 35%씩 성장했다. 지난해는 70억달러까지 매출이 올랐다. 강 부사장은 “그러나 올해는 고가, 초고가제품에 눈을 뜬 중국 고객들이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시점”이라며 “‘절대 우위’를 점하는 품목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량생산과 가격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중국업체들과 핵심기술력의 우위를 선점한 미국 일본 업체들의 틈에서 한국 기업이 살아남는 전략으로는 기술인력 확충과 함께 ‘유통망과 서비스 강화’를 꼽았다. 중국 대륙 전역에 수월하게 배달이 되고 애프터서비스 경쟁에서도 앞섬으로써 사전, 사후관리 측면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는 것.
최근 한국에 나타난 심각한 원자재난에 대해서는 “현실로 받아들여 진지하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부사장은 “매일 계란을 1개씩 먹던 중국인이 2개씩 먹게 된다면 계란에도 품귀현상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산업자재의 부족 현상이 중국의 올림픽 특수가 이어질 201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