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부터 과일까지... 국산품 실종
원자재만 생산하고 완제품은 수입... 자급자족 먼 길
대형마트들 "가격 경쟁력이 최우선" 난색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맞서 캐나다 정치권이 국산품 구매를 독려하고 있지만, 실제로 구매 가능한 캐나다산 제품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수상과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코스코, 소비스,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에 캐나다산 제품 구매를 촉구했다. 미국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에 대비해 소비자들의 대체재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현재 캐나다 경제 구조상 소비재의 자급자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BC주 밴쿠버 경제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캐나다는 최종 소비재보다 원자재 생산에 특화돼 있다.
캐나다 제조수출업 협회가 2천5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음료와 반려동물 사료, 화장품, 가구 등 일부 제품군에서만 자국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은 이미 생산라인이 해외로 이전됐다.
북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제조업 생태계도 크게 바뀌었다. 캐나다 기업들은 주로 부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미국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돼 다시 캐나다로 수입되는 구조가 정착됐다.
의류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퀘벡에서 스포츠 의류를 생산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캐나다산 의류를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계절적 한계도 자급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캐나다 청과물마케팅 협회에 따르면 1월에는 국내산 무조차 구할 수 없다. 감귤류는 기후 특성상 재배 자체가 불가능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소매업체들은 자국산 제품 판매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형 서점체인 인디고는 캐나다 작가와 출판사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5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어번반 가구점도 미국산 대신 캐나다산 가구 판매를 늘리기로 했다.
반면 홈하드웨어와 자이언트 타이거 등 대형 소매업체들은 소비자의 구매력을 고려해 가격 경쟁력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홈하드웨어는 온타리오산 뷰티톤 페인트 등 일부 자국산 제품 판매는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독려하는 자국산 제품 구매 운동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는 먼저 캐나다산 제품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표시 제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