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모든 불법을 세제로써 얻었습니까? 또는 제일의로써 얻었습니까?”
“그야 세제로써 부처는 이 법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법 가운데에는 이 사람이 이 법을 얻었다고 할, 얻을 수 있는 가득의 법은 없다. 왜 그러냐 하면, 이 사람이 이 법을 얻었다고 하면, 이것은 큰 집착이 있는 유소득인 까닭이다. 그러나 이것은, 진. 속의 이법을 다 적용하였으므로 도도 없고 과도 없는 것이다.
수보리, “이 법을 행해서 도도 없고 과도 없다면, 곧 불이법을 행한다면, 도도 있고 과도 있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부처님, “ 이 법을 행해서 도도 없고 과도 없다면, 불이법을 행해도 또한 도도 없고 과도 없다. 왜 그러냐 하면, 이런 법을 쓰면 도를 얻고 과를 얻고, 이런 법을 쓰면 도도 얻지 못하고 과도 얻지 못한다고 한다면, 이것은 희론이 된다. 모든 평등 법 가운데는 이러한 희론은 없다. 희론이 없는 것을 곧 모든 법의 평등이라 한다.”
수보리, “모든 법은 자성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무엇이 평등하다는 것입니까?”
부처님, “있는 법도 없고, 없는 법도 없다면, 모든 법의 평등상도 말할 수 없다. 평등을 제해 놓고는 일체 법의 평등상을 떠난 또 다른 법은 없다. 이 평등상은 범부도 또 성인이라도 능히 행할 수도 없고 도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수보리, “부처님도 행할 수 없고 도달할 수도 없다는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부처님, “모든 법이 평등하므로 일체 성인도 다 행할 수도 없고 도달할 수도 없다. 이른바 수다원.사다함.아나함.아라한.벽지불 .여러보살. 여러 부처가 다 그렇다.”
수보리, “부처님이시여, 부처는 일체 모든 법 가운데 행하는 힘이 자재한데, 어찌하여 부처도 또한 행할 수 없고 도달할 수도 없다고 하십니까?”
부처님, “수보리야, 모든 법의 평등이 부처와 다르다면 응당 그런 질문을 할 것이다. 그러나 여러 범부가 다 평등하고 수다원.사다함.아나함. 아라한.벽지불. 여러 보살마하살. 여러 부처와 성스러운 법이 다 평등하다. 이것이 한결같이 평등해서 둘이 없다는 일평등무이라는 것이다. 범부.수다원 따위와 또 부처는 이 일체 법 평등 가운데서 다 가려낼 수 없는 불가득이다.”
수보리, “모든 법이 평등한 가운데서는 이것은 범부, 이것은 부처라고 분별할 수 없다면, 범부.수다원 따위와 또 부처까지도 차별 없이 평등하다는 말씀입니까?”
부처님, “그렇다, 그렇다. 모든 법이 평등한 가운데는 , 이것은 범부 이것은 부처라는 분별이 없다.”
수보리, “만일 범부.수다원 따위와 또 부처라는 분별이 없다면, 어떻게 분별해서 불보.법보.승보라는 삼보가 세상에 출현했다고 보겠습니까?”
부처님, “ 수보리야, 네 뜻에는 불보.법보. 승보가 다른 여러 법과 다르다고 보느냐, 다르지 않다고 보느냐?”
수보리, “나는 부처님 계신 곳에서 불보.법보.승보가 다른 모든 법과 다르지 않다는 뜻을 들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이 불보.법보.승보는 바로 이 법과 평등해서 합하지 않고, 흩어지지도 않으며, 빛도 없고 형상도 없는 절대의 한 형상입니다. 이것이 무상이라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 힘을 가지고 모든 법에 대해서 능히 그 무상을 분별해서, 이것은 범부, 이것은 수다원, 이것은 사다함, 이것은 아나함, 이것은 아라한, 이것은 벽지불, 이것은 보살, 이것은 부처라고 하십니다.”
부처님, “수보리야, 참으로 그렇고 그렇다. 부처는 큰 자비력을 가지고 모든 법 가운데서 조금도 마음의 동요 없이, 모든 법을 분별한다.”
수보리, “부처님이시여, 부처가 모든 법의 평등 가운데서 움직임이 없으면, 범부도 또한 모든 법의 평등 가운데서 움직임이 없고, 수다원 따위나 벽지불도 또한 모든 법의 평등 가운데서 움직임이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이시여, 모든 법의 평등한 모양이 바로 범부의 모양이요, 바로 수다원의 모양이며, 나아가서 여러 부처가 바로 이 평등의 모양이라고 하시지마는, 여러 법의 모양은 다 각각 다르지 않습니까? 저 빛깔의 모양이 다르고, 수.상.행.식의 모양이 다르며, 땅의 모양이 다르고, 수.화.풍.공.식의 모양이 다르며, 욕망의 모양이 다르고, 성냄과 어리석음의 모양이 다르며, 눈 모양이 다르고, 귀.코.혀.몸.뜻의 모양이 다르며, 사견의 모양이 다르고, 선의 모양이 다르며, 무량심의 모양이 다르고, 무색정의 모양이 다르며, 사념처의 모양이 다르고, 팔성도분의 모양, 단나바라밀의 모양, 그리고 반야바라밀의 모양, 삼해탈의 모양, 십팔공의 모양, 불십력의 모양, 사무소외의 모양, 사무애지의 모양, 무위법의 모양이 다르며, 범부의 모양이 다르고, 불의 모양이 다릅니다. 이렇게 모든 법의 모양이 다른데, 어떻게 해서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모든 법의 다른 모양 가운데서 분별을 짓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만일 분별을 짓지 않으면 반야바라밀을 행할 수가 없고, 반야바라밀을 행하지 않으면, 일지에서 일지에 이를 수가 없으며, 만일 일지에서 일지에 이르지 못하면 보살위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보살위에 들어갈 수가 없으므로 성문.벽지불지를 통과할 수 없고, 성문 .벽지불지를 통과할 수 없으므로, 신통바라밀을 구족할 수 없으며 신통바라밀을 구족할 수 없으므로, 단나바라밀을 구족할 수 없고, 나아가서는 반야바라밀을 구족해서, 한 불국에서 한 불국에 이르러 선근을 심은 모든 부처를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써 중생의 깨끗한 불국토를 성취할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 “수보리야, 너의 물음과 같이, 여러 법의 모양은 범부의 모양, 수다원의 모양, 부처의 모양 하는 것처럼 다 각각 다르다. 네 말과 같이 빛깔의 모양이 다르고 나아가서 유위무위의 법의 모양이 다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보살마하살은 일체 모양을 관할 때, 분별을 짓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러면 수보리야, 네 뜻에는 빛깔의 모양은 공한 것이라고 보느냐, 공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느냐?”
수보리, “부처님이시여, 진실로 공하다고 봅니다.”
부처님, “수보리야, 공 가운데서 낱낱의 모양, 말하자면 , 빛깔의 모양, 모든 부처의 모양 따위를 꼭 집어서 어떠어떠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할 수 없겠는가?”
수보리,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 “수보리야, 마땅히 알라. 그러기에 이러한 인연으로서 모든 법의 평등 가운데에는 범부도 아니요, 또 범부를 떠난 것도 아니며, 부처도 아니요, 부처를 떠난 것도 아니다.“
수보리, ”부처님이시여, 이 평등은 변화하는 유위법입니까, 변화하지 않는 무위법입니까?“
부처님, ”유의법도 아니요 무위법도 아니다. 왜 그러냐 하면, 유의법을 떠나서 무위법이 있을 수 없고, 또 무위법을 떠나서 유의법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보리야, 이 유의성과 무위성의 두 법은 합해지는 것도 아니요 흩어지는 것도 아닌 것으로서, 빛깔도 없고 형상도 없는 절대의 한 모양인데, 이것을 무상이라고 한다. 부처도 세상 도리로써 말하는 것이요, 제일의로 설하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러냐 하면, 제일의 가운데에는 몸의 행, 말의 행, 뜻의 행이 없고, 또 이 몸.말.뜻의 행을 떠나서 제일의를 얻는 것도 아니다.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제일의 가운데에서 움직임이 없이 보살의 일을 행해서,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