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MS·애플 제치고 시총 1위 등극…'AI 3파전' 최종 승자는? / 6/20(목) / 한겨레 신문
◇ 빅3, AI 전략 차별화 주목
엔비디아(NVIDIA)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됐다. 최근 엎치락뒤치락한 3개 기업 가운데 엔비디아가 선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이로써 인공지능(AI) 3파전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에서 주도권을 잡은 마이크로소프트, AI 아웃소싱으로 비용 절감에 나선 애플 중 어디가 최종 승자가 될지 주목된다.
미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엔비디아는 18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날보다 3.5% 오른 135.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3조 3350억 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달 5일 한때 2위를 차지하며 3위로 내려앉은 뒤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시장은 'AI 3파전' 싸움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들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이 모두 AI 열풍에 힘입어 적어도 한 번씩 시총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수개월째 1위를 유지했고, 애플도 최근 AI 전략을 발표한 뒤 1위를 기록했다. 세 기업 간 시가총액 격차는 미미한 수준인 만큼 순위 변동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이날 엔비디아의 손을 들어준 데는 독점력이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I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면 갖춰야 할 필수 제품으로 꼽힌다. 업계에서 "대체재가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면서 엔비디아 칩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올해 1분기(24월) 영업이익이 1년 전의 8배가량 늘었고 영업이익률이 64.9%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발전 과정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ChatGPT를 개발한 오픈AI(OpenAI)와는 지분투자를 통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오피스 제품에 LLM을 적용한 마이크로소프트365 Copilot도 공개하고 있다. 다만 AI에 걸리는 대규모 투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사의 자본적 지출(capex)은 올해에만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최소화를 택한 애플의 아웃소싱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관심사다. 애플은 10일 음성 어시스턴트 '시리'에 오픈 AI '챗 GPT'를 결합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LLM을 개발하는 대신 다른 회사의 기술을 빌려온 셈이다. 애플은 아이폰 등 다양한 기기와 자체 생태계를 갖고 있고 AI를 결합해 가장 빠르게 상업화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수익모델이 불분명한 AI에 매년 수 백억 달러를 쏟아붓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이는 LLM 이후 단계에서 AI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나서야 본격 진입하는 전략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들 간의 기술 차이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거론된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아성'이 언제쯤 이들 기업에 틈을 줄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아직 AI로 큰돈을 벌지 못하는 테크 기업들이 언제까지 엔비디아의 칩에 대한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엔비디아를 향한 미국의 AMD 등의 맹추격도 변수다. 지난달 엔비디아는 실적 설명회에서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요는 내년까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