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의 적당한 거리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된다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가까움을 핑계로 속마음까지 모두 드러내다 보면 상처를 주고받기 쉽고, 반대로 지나치게 거리를 두면 정은 메마르고 소통은 끊어진다.
공자의 중용은 극단을 경계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할 말은 하되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절제하고, 도움을 주되 상대의 자존심을 지켜 주며, 의지하되 상대를 짐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건강한 관계의 모습일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도 이 원칙은 예외가 아니다. 자식을 낳아 정성껏 키우고,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집 마련까지 도와주었는데도 노년이 되어 오히려 부모를 부담으로 여기거나 부모의 재산에만 관심을 두는 모습을 풍문이나 유튜브를 통해 접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랑으로 베푼 도움이 어느 순간 당연한 권리로 여겨질 때, 관계는 따뜻함보다 의존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반대로 부모나 형제, 또는 가까운 사람의 도움을 기대하는 마음이 어느새 요구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관계였지만, 반복되는 도움은 자칫 상대에게 부담이 되고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친구 사이도 다르지 않다. 형편이 어려워 조금씩 도와주다 보면 처음에는 고마워하던 사람이 어느새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필요가 커질수록 요구도 커지고, 거절하면 서운해한다. 그러다 보면 우정보다 이해관계가 앞서는 관계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일을 본 적이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한 친구에게 몇백만 원 정도는 빌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본인에게 직접 전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 전달되었다. 그 친구는 난처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그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퍼졌다. 결국 도움을 청한 사람도 민망해졌고, 도움을 줄 수 있었던 사람도 부담을 느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게 되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존과 신뢰는 다르다.
도움은 감사로 끝나야 하고, 의존은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의 선의를 권리처럼 여기기 시작하는 순간, 관계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가깝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멀지만 소원하지 않은 거리. 서로를 존중하며 필요할 때 손을 내밀고, 받은 도움에는 감사할 줄 아는 관계. 아마 그것이 '불가근 불가원'이 오늘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건강한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피어나고,
*건강한 의존은 절제와 감사 속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