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특별한 날인가 보다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아볼 생각으로 교회와 학교 앞을 지나 공원 입구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갑자기 온몸에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몸이 보내는 익숙한 신호, 저혈당이 찾아온 것이다.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몸의 힘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심할 때는 온몸이 폭풍에 휩쓸린 듯 떨리고 정신마저 아찔해진다.
급히 사탕 세 개를 입에 넣고 씹은 뒤 물을 마셨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몸이 진정되기를 20분쯤 기다렸다.
이런 증상이 찾아오면 그날의 운동도, 남은 약속도 모두 거기서 끝이다. 더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몸이 먼저 가르쳐 주는 까닭이다. 왜 이렇게 저혈당이 자주 찾아오는지 아직 명확한 원인은 모르고, 뚜렷한 해결책도 찾지 못했다.
공원 입구, 큰 나무 아래에는 둥글게 마루 의자가 놓여 있다. 그곳에 등을 기대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여름인데도 하늘은 높고 맑았다. 천천히 흘러가는 흰 구름을 보니 문득 가을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맺힐 만큼 더위는 여전했다.
나는 평소 식사 후에 커피나 간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먹은 음식이 편안하게 소화되기를 바라는 오랜 습관 때문이다.
호수공원 두 바퀴면 약 2km. 하지만 오늘은 한 바퀴도 채 돌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내가 다니는 교회 1층에 '테라커피'가 있다. 문득 그곳의 시원한 음료 한 잔이 마시고 싶어졌다.
혼자 들어가기가 괜히 어색해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이 한잔할래요?"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아까 디카페인 같이 마셨잖아요. 당신 혼자 한 시간쯤 여유 누리다 열두 시에는 같이 물회 먹으러 가요."
그 다정한 한마디에 마음이 온통 따뜻해졌다.
뜻밖에 내게 한 시간의 여유가 주어졌다.
누군가에게 재촉받지도 않고, 어디로 급하게 갈 필요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 언젠가부터 내게는 그것이 참 큰 행복이 되었다.
젊은 날에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 해야 할 일과 책임이 늘 먼저였고, 여유는 항상 뒤로 미뤄 두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뜻하지 않게 '한 시간'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몸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평안했다.
예정에 없던 쉼.
억지로 만든 여유가 아니라, 삶이 내게 슬며시 건네준 선물 같은 시간.
한 시간의 여유가 이토록 소중한 선물일 줄은 미처 몰랐다.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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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마지막 날.
상동역사거리 '어선횟집'은 휴가라 써 붙여 있어 물회는 허당. 조금 떨어진 곳 '상무초밥'에서 아내와 마주 앉아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소박한 값의 초밥으로 오랜만에 외식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