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중에서 ) /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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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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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꿈꾸는 소박한 삶
남부 지방은 35도, 36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라지만, 이곳 부천의 32도쯤이야 견딜 만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한여름 더위 한가운데 서 보니 그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결국 사흘 동안 집 안에서 더위를 피해 지내야 했다.
어제 오후 다섯 시가 되어서야 냉방기를 끄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집을 나섰다.
500미터 남짓한 공원까지 가는 길에도 두 번이나 걸음을 멈추어 숨을 골라야 했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에도 쉬어 갔고, 돌아오는 길에는 세 번이나 발길을 멈추었다.
몸은 천근만근처럼 무겁다. 마음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몸은 그 속도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한다. 오른쪽 다리는 경직되어 발끝으로 땅을 짚듯 겨우 한 걸음씩 내디딘다.
그럴 때마다 형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동생, 마음은 벌써 저만큼 가 있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구나.”
여든을 넘기신 형님은 마당 한 바퀴를 도는 데에도 몇 번씩 쉬어 가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던 내가, 이제는 그 길을 그대로 따라 걷고 있다.
나는 형님보다 열두 살이 어리다. 살아오는 동안 형님의 든든한 등을 바라보며 걸어왔고, 이제는 형님의 노년마저 뒤따라 배우고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걸음이 느려지면 노화가 빨라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노화가 먼저 찾아오기에 걸음이 느려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강물이 흘러 바다에 이르는 것처럼, 우리 인생 또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건강을 자신하던 매부도 늘 내게 운동을 권하셨다. 하지만 그분 역시 뜻밖의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 그 일을 겪으며 건강을 돌보는 일은 분명 소중하지만, 그것만으로 삶의 길이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예전 같지 않은 몸을 원망하기보다 오늘 주어진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친구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운동을 더 하라고 권한다. 그 따뜻한 마음이 고맙다. 하지만 걷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답답함은, 같은 시간을 살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픔일 것이다.
나는 일부러 약해진 것이 아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시간 속에서 자연의 순리를 따라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꿈꾸는 삶은 거창하지 않다.
몸이 허락하는 만큼 걸을 수 있고, 마음 맞는 고향 친구와 형편에 맞는 국수 한 그릇 앞에 마주 앉아 지난날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한 편의 글로 남기며, 하루 끝에 '오늘도 평안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속도는 느려졌지만 삶의 깊이는 더해지고, 가진 것은 많지 않아도 감사는 더욱 많아지는 삶.
그것이 지금 내가 꿈꾸는 소박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