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재 너머로
비가 예보된 사월 첫 일요일이었다. 비는 아침부터 오지 않을 듯해 간밤 후배와 산행을 함께 가기로 연락되었다. 새벽녘 잠 깨어 창밖을 보니 비는 시작되지 않았다. 웃비가 내리질 않아 다행이었다. 후배는 차를 몰아 나오려고 했는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이른 아침을 해결하고 마산역 광장에서 7시 20분에 만나자고 했다. 그곳에서 열차를 타고 어디로 떠날 생각이 아니었다.
번개시장으로 가는 역 광장 모퉁이에는 진동과 구산 방면으로 다니는 농어촌버스 출발지다. 후배는 정한 시각에 나타났다. 내가 가는 어디로든 따라갈 테니 언제든 연락을 주십사고 한 후배였다. 나와 같이 길을 나서면 낯선 곳으로 무념무상 걸어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함은 당연하다. 녹색버스는 삼성병원과 어시장을 둘러 댓거리를 지났다. 밤밭고개를 넘어 진동 환승장을 거쳤다.
진북면소재지에서 덕곡마을을 거쳐 학동저수지 방향으로 갔다. 종점 서북동까지 타고 간 승객은 우리뿐이었다. 마산역을 출발한지 한 시간이 더 걸렸다. 나는 서북동 일대 지형지물에 대해 훤하다. 요즘 도시를 벗어나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사는 그림 같은 집들이 들어선 곳이다. 서북동 종점에서 트레킹 코스는 몇 갈래 된다. 부재고개로 가서 의림사나 미천마을로 내려서도 된다.
산허리 임도에서 편백나무 조림지를 거쳐 금산마을로 내려가도 된다. 서북동을 여러 차례 갔지만 서북산 정상까지는 한 번도 올라가 보질 못했다. 감재고개에서 함안 여항으로는 몇 번 다녔다. 나는 후배를 감재고개로 안내했다. 종점에 암자를 지나 부재고개와 반대편 임도를 따가 걸었다. 편백나무조림지 갈림길을 지나 감재고개였다. 서북산과 봉화산으로 가는 등산로 표지가 나왔다.
우리는 그 사이 산국이 돋아난 움을 찾아냈다. 삼지닥나무 꽃은 아직 지지 않고 있었다. 남산제비꽃을 만났고 산괴불주머니는 노란 꽃을 탑처럼 쌓아 올려 피우고 있었다. 우리는 청정지역 산중의 길섶에 자라는 쑥을 몇 줌 뜯었다.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쑥은 아직 쇠지 않고 보드라웠다. 여항산 둘레길과 만났다. 왼쪽으로 가면 법륜사고 오른쪽으로 가면 좌천 주차장이 나타났다.
두 코스 모두 길고 긴 산길로 걷기에 더 없이 좋은 길이다. 오전 중 금방 빗방울이 들을 듯해 먼 길을 택하지 못했다. 길가의 바위에서 쉬면서 후배는 배낭을 열어 곡차를 꺼내 잔을 같이 비웠다. 우리가 앉아 쉬던 자리 부근엔 얼레지가 군락으로 자랐다. 진달래는 선홍색으로 피어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연방 빗방울이 들을 듯했다. 나는 버드내로 내려가는 가장 짧은 코스를 안내했다.
길섶에는 노랑제비꽃이 반겨주었다. 부슬부슬 비가 내려 우산을 펼쳐들었다. 산길을 내려서다가 우산을 든 채 쑥을 몇 줌 더 뜯었다. 쑥은 아까보다 더 많고 보드라웠다. 산길을 내려가니 산주가 관리하는 호두나무 농장이 나타났다. 농장을 지나니 여항에서 가장 깊숙한 버드내마을이 나타났다. 마을부터는 포장된 찻길을 걸었다. 한국전쟁 전사자 위령비와 예전 초등학교 분교 터를 지났다.
산중 길가는 묵정밭들이 이어졌다. 그곳에서도 쑥을 더 뜯고 머위와 두릅 순을 뜯었다. 그간 내가 뜯은 쑥과 머위는 후배에게 모두 안겨주고 내 배낭엔 두릅만 몇 줌 담았다. 우리는 주서마을까지 걸어 버스정류소 가게로 들어섰다. 연세가 많아 귀가 어두운 할머니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막걸리를 한 병 시켜 묵은 김치를 안주로 잔을 비웠다. 하루 한 차례 다니는 시골버스를 기다렸다.
종점까지 들어간 버스는 곧장 되돌아 나왔다. 우리는 그 버스를 타고 함안면 소재지로 나갔다. 근동에서 쇠고기국밥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국밥을 들면서 맑은 잔을 한 잔 더 보탰다. 식당을 나와 함안역까지 들길을 걸었다. 열차 시각을 알고 있는지라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다. 역 근처 이르러 쑥을 몇 줌 더 뜯었다. 함안역에서 무궁화를 탔더니 금방 마산역이고 창원중앙역이었다. 1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