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두려운 칠십살의 고개를 넘던 길목에서
칠순을 맞게 되었다.
참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순간이다.
칠십살이 되는 날에 칠순 잔치~~!!??
아들 형제 부부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칠순 잔치를 의논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번거로움을 피하기로 마음 먹었다.
실상 이번 행사는 내가 주인공이니 내 의견이 먼저 존중될 수 있는 일,
그래서 내가 원하는 의견을 내밀었다.
먼저 며늘 아가들을 수고시키지 않고 주변에 번거로움을 끼치지 않으면서 평화로운 방법,
그리고 나도 서운하지 않으면서 추억 만들기에 충분한 여행이었으면 했다. ~~
곁지기와 해외 여행을 며칠 다녀올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장거리 해외여행이 부담이 되는 눈치였다.
지난 겨울 타박 사고 이후 건강에 자신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함께해야 좋은 그림으로 남을 사이,
아무래도 국내 여행이 홀가분 할 것 같아 동해안을 일주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설악산에서 거제도까지 ~ 시간도 공간도 구체적 계획도 없이 한 열흘간,
가다가 쉬고 싶으면 쉬어 가고 배 고프면 먹고 가고 해저물면 자고 가고,
회가 먹고 싶으면 설악에서 내려와 속초에 머무르고 대게가 먹고 싶으면 영덕에서 머무르고~
이나마도 건강이 허락하고 시간 또한 넉넉하니 그 얼마나 다행이뇨,
그것마저도 지금보다 기력이 떨어지면 용기를 낼 수 없는 일,
이제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곁지기와 함께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들 형제가 그건 마음이 안놓인다면서 동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니 직장은 어찌하고~ 그러나 아들 형제는
'저희들에겐 부모님 모시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으니 걱정 놓으세요. ㅎ'
이번 여행을 결정하기까지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은 처음에는 의견을 달리했다.
작은 아들 - 가족 모두 함께 가는 것이 부모님을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는 것 아닌가 -
큰 아들 - 가족 모두하는 여행은 자주 갖지 않았나.앞으로도 그것은 마음만 먹으면
늘 할 수 있는 일, 그러나 이런 여행은 특별해 , -
그런 연휴로 나의 칠순여행은 사십대의 장년 아들 형제의 손을 잡고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주말을 이용하고 월차 휴가를 만들어 3박 4일로 여행기간은 단축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여유로운 여행은 계획하다가 그치고 만 것이다.
그 첫 날이 정동진,대구에 살고 있는 작은 아들이 새벽 기차를 타고 정동진으로 오고
서울의 큰 아들이 양평의 우리부부와 합류, 정동진에서 네식구가 만났다.
아들 형제가 결혼하기 전, 십 수년 전으로 돌아가 단촐한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의 칠순 여행은 소박하나 편안한 여행길이 되어 주었다.
아들 형제를 키우던 내 푸른 시절로 돌아 간듯했다.
정동진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선쿠르즈에서 일박을 하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여행 중 내내 사십대 중반의 아들 형제는
칠십을 맞이하는 우리부부 앞에서 수시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아들들은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학생시절처럼 익살스럽게 부르면서 춤을 추었고.
형제는 삼십여 년 전, 중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장난질을 하기도 했다.
아~ 얼마만인가. 저 풋풋해 보이는 편안한 모습들이~~
삼박사일 여행기간동안 아들 형제는 오로지 나의 아들이었다.
세상살이에 지친 중년의 사내도 아니었고 아빠 노릇으로 힘겨워 보이는 아빠도 아니었으며
아내의 눈치를 보는 의젓해야하는 남편도 아니었다.
누구를 위한 체면치례도 필요없이 유치찬란?스럽도록 사랑 주고 받을 수 있는
내 푸른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며늘 아가들과 손주들, 가족 모두 함께 여행할 때와는 또 다른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었다.
지금 내 아들들보다 더 젊었을적, 푸른 시절에 사계절을 등반했던 설악산 대청봉을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고
요소요소 그리운 곳들 바쁘게 찍으면서 바다를 끼고 돌아
양때목장인 삼양목장까지 와서야 여행을 마무리 했다.
느긋하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여행은 아니었지만 참으로 마음 편안한 여행길이었다.
함께하지 못한 두고 온 가족,며늘아가들과 손주들에겐
대게를 한박스씩 삶아 보내는 것으로 나의 미안한 마음을 전달했다.
아들 형제가 밀어주고 곁지기의 마중을 받으며
나는 낯설고 두려운 칠십의 고개를 그렇게 평화로운 마음으로 넘어 왔다.
어쩌면 이번의 여행에서 받은 변함없는 깊은 신뢰와 사랑의 확인,
긴 대화에서 생긴 생강스런 에너지가 깊이 축적되어
나는 조금 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칠순의 삶을 살아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아 너무나 감회가 깊고 따뜻한 가족들의 모습을 지금 보게 되었네요.를 드립니다.튼튼한 가족들의 울타리가 너무나 보기가 좋습니다.
밀어주고 마중을 받으며 넘게 된 낯설은 칠순의 고개를- 사실 이 素蘭도 넘어보니 그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디다.
아무튼
고맙습니다. 선생님,
봄날이 곱습니다. 건강하소서
자제분들의 축복 속에 맞는 고희...
정말 보기 좋고 행복해 보이십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날마다 좋은 날 되십시오... ^^*...
자식들이라도 의견을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죠,
하 며늘 아가들 들으면 서운 할려나
이번 여행 하고 보니 정말 괜찮았단 생각 들던데요,
가족 모두 함께하는 여행이야 늘 하는 것이잖아요,
강촌 개인에겐 가장 편안하고 알찬 여행
감사합니다. 야웅 선생님,
선생님 효자 중에 효자 아들을 두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 아무리 효자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여행길에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아들은 잘 못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말년이 참 아름답게 보여지고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선생님 늘 행복한 가정 이루시고 다복하세요~~^^
고마워요,
그랬어요, 가장 알찬 여행, 마음 평화로운 여행이었어요,
아들들만 동행하고 여행 하기 쉬운 일은 아니죠,
손주들 울고 불고 난리 나기도했거든
사실 가족 모두들의 여행이야 자주 하잖아
이쌤 요즘 왕성한 활동 보기 좋아요, 승승장구 하시길..
칠순고개를 아름답게 넘어가시네요. 효도를 다하는 아드님과 함께... 보기가 좋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화당선생님, 고맙습니다.
격려와 축하 덕분에 즐거운 기분 되었어요.
늘 행복하세요.
축하, 축하합니다.
그 어느 古稀宴 보다도 뜻 깊은 축연으로 뵙니다.
언제까지라도 고루고루 갖춘 이 축복 이어이어 가시리라 믿습니다.
한번 더 축하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미리벌 선생님,
간밤에 비가 많이 온 것 같은데 피해 없으신지요,
늘 건강 건필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고희 칠순을 축복 드립니다.
효도 가족 본보기를 보여 주십니다
강촌 님의 지혜 존경하고 부럽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에궁~~ 선생님 부끄럽습니다.
고상하게 살고 계신 선생님앞에서 부산을 떤 것 같습니다.
멘트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 김기하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