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리님
숙제를 제대로 하셨네요
그냥 무시해도 되는데
그럼 약간 섭섭하겠지만..
읽고 소감까지 써 줘서
그걸 건네준 손을 더 부끄럽게 하네요
고마워요
이 글이 동성애적이고 성애에 관한 거라
느낀다구요
전 다르게 생각해요
저도 이게 제 느낌인지
다른 어딘가에서 본 것을 다시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우선
글에 등장하는 인물은 한 사람이구요
그 사람은 병에 걸렸어요
이상이 걸렸다는 폐결핵에
그래서 그 사람은 매일 매일
각혈을 하지요
온몸이 황홀하도록 진땀흘리며
그리고는 피를 쏟는 거죠
제 생각입니다만
사실 이상의 시 대부분은
성적인 행위 묘사가 꼭 드러 나죠
이중적으로요
아닌듯 하면서도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게
예를 들자면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꽃나무]라든가 [절벽], 또 [매춘]등등
이상 마무리가 엉성한 나무야의 답글입니다
참 이상은 폐결핵으로 죽은 게 아니고
뇌매독에 걸려 죽었어요
몰랐죠?
: 烏瞰圖
: 오감도
:
: 詩第九號 銃口
: 시제 9호 총구
:
:
: 每日같이烈風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닿는다.恍惚한
: 指紋골짜기로내땀내가스며드자마자쏘아라.쏘으리로다.나는내消化
: 器管에묵직한銃身을느끼고내다물은입에매끈매끈한銃口를느낀다.
: 그리더니나는銃쏘으드키눈을감으며한방銃彈대신에나는참나의입으로
: 무엇을내배앝었더냐.
:
:
: +++++++++++++++++++++++++++++++++++++++++++++++++++++++
:
: 나무야님이 정성스럽게 손으로 써 주신 시의 전문입니다.
: 다른 분들과는 달리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 숙제는 어렵잖게 끝냈으나 감상문을 쓰기가 난해하군요.
: 그래도 나무야님의 정성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서!!
: 두 주먹 불끈 쥐고 써 봅니다.
:
: 참으로 민망스럽게도 저는 이 띄움도 없는 시를 읽으면서
: 숨가쁘게 치닫는 정염의 상기됨을 느꼈습니다.
:
: 이런 말씀을 드린다면 저를 이상하게 보실지도 모르지만
: (아마도 전에 어딘가에서 읽었던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 이 시를 읽으면서 남성간의 성애를 연상했다면 제가 변탭니까? - -;;;
: 하긴 마광수인가...오감도 제 1호에 나오는 '13인의 아해'를
: 성행위에 관한 것으로 해독한 적이 있었지요.
: 해 아래 새 것은 없다고 하니 제 느낌도 그걸 컨닝한 지도...
: (컨닝은 하지 말라고 해 놓구선..ㅜ.ㅜ)
:
: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저두 그렇게 생각합니다.
: 이 시는 성애에 관한 것이라구요.
: (드뎌...스스로 무덤을 파는군...-.-;)
: 단어를 뽑아 볼게요...
: 열풍...허리...손...닿는다...황홀한...끌작이...땀내.
: ..쏘아라...소화기관...묵직한...다물은...매끈매끈한..
: .총구...눈을 감으며...입...총탄...내어 배앝었드냐.
:
: .................
:
: 그쵸?
: 온갖 촉감이 난무하고 배출의 욕구가 드러난 시.
: 동성애적이라고는 하지만 매우 세련된 묘사를 써서
: 전혀 거부감을 느낄 수 없어요.
: 시어와 틈새없는 구성에서 읽어 내려가면서
: 느껴지는 것은 분명한 쾌감입니다.
: 사실 이상의 난해한 시들을 읽노라면
: 이 사람이 매우 주관적인 또는 중의적인 상징을 썼다기보다는
: 유희적인 감성을 지닌 이 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 언어를 그 매뉴얼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 때론 그 음성적 실체를
: 때로는 그 시각적 형식을
: 제멋대로 쌓아놓고 즐긴다는 그런 기분 말이죠.
: 이상이 구축한 시의 구조라면
: 아마도...미로같은 것일테죠. ^^
: 껍데기에 불과한(그렇게 믿어지는) 형식이
: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그러한 구조요.
: 들어오는 이들을 가둬버리는...
: 이상의 어떤 시들에서는
: 악의라고 해도 좋을 그런 태도가 보이죠.
:
: 뭐, 표면적으로는 그러하나
: 속내는 식민지의 현실과 불운한 지식인의 빈곤한 생활 운운...
: 하면서 저 너머로 의미를 치환시켜 버린다면 어쩔 수 없겠지요.
: 하지만 저는 이렇게 보았습니다.
: 이건 그냥 그대로 엄청 섹시한 시라구요. ^^
: 일본의 야오이 만화를 연상시키는 걸요.
:
:
: 뵨태소리 드림......흑 ㅜ.ㅜ
:
: [추신]나무야님께
: 나무야님, 제게 이 시를 주심은
: 혹 저를 뵨태로 오해하심은 아니죠?
: (벌써 들켰다면 제 위장술에 문제가...-.-;;)
: 특별한 뜻은 없었다구 말해주세엽...엉엉
:
: -추가분-
:
: 흠...글을 올려놓고서
: 친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신촌으로 나갔슴다.
: 불현듯...핸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다가
: 이런 생각이 들었지요.
: 그래...내뱉어지는 말들...
: 이상이 진정으로 배출하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 아까 저는 표피의 매끈거림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모양입니다.
: 시 전편에 흐르는 긴장의 고조와 혼란한 성정을 무시했었지요.
: 이상이 뱉어내고자 했던 그것은 그의 언어...그의 말...
: 예민한 신경의 속살거림에 넘어가버린 소화불량증의 위장..
: 그 안...곰삭은 그의 일용할 양식...글쟁이의 언어...
: 총탄처럼 세상으로 쏘아대고 싶은..언어의 홍수.
:
: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 제가 지독히도 싫어하는 말장난을 이렇게 시키다니.
: 수다장이 소리의 위장 속에도 채 삭지않은 말들이
: 시퍼렇게 살아 눈을 뜨고 노려보나 봅니다. @,- 에비~
: 죄송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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