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영욕이 병행하니
김천택
영욕(榮辱)이 병행(竝行)하니 부귀(富貴)도 불관(不關)터라
제일강산(第一江山)에 내 혼자 임자되어
석양(夕陽)에 낚싯대 둘러매고 오명가명 하리라
♣어구풀이
-영욕(榮辱) : 영예(榮譽)와 치욕(恥辱), 즉 영광과 욕됨
-병행(竝行)하니 : 나란히 함께 가니
-부귀(富貴) : 재물이 많고 지위가 높아짐
-불관(不關)터라 : 관계가 없더라. 상관이 없더라
-제일강산(第一江山) : 가장 아름다운 강산(江山)
-임자되어 : 주인이 되어
-석양(夕陽) : 해가 저물 무렵
-오명가명 하리라 : 오락가락 하려 한다.
♣해설
-초장 : 영강된 일이 있으면 반드시 거기에는 욕된 일이 함께 뒤따르는 법
이니 이에는 부귀도 관계됨이 없더라.
-중장 : 가장 아름다운 강산에 홀로 즐기는 사람이 되어
-종장 : 해가 질 무렵에 낚싯대를 둘러매고 아름다운 강산 주위를 오락가락
하려고 한다.
♣감상
영광에는 반드시 욕됨도 뒤따르게 마련이니 탐할 바가 못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물욕을 버리고 났싯대나 메고 오락가락 거니는 생활이 제일이라고 하는
작가의 인행관이 나타나 있는 시조이다. 예로부터 은사(隱士)들은 흔히 석양녘이
나 달밤을 가려서 강호의 정경(靜景)을 즐기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비단 우리
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그러했으므로 아마도 이런 것이 동양적(東洋的)
인 정서(情緖)가 아닌가 싶다.
♣작가소개
김천택(金天澤, 생몰 연대 미상) : 자는 백함(伯涵) 또는 이숙(履叔), 호는
남파(南坡), 벼슬은 포도청 포교에 지나지 않았으나, 놀를 잘 하였으므로, 당
대의 가객 김수장(金壽長), 김성기(金聖器) 등과 사귀어 근세 시조사(時調史)의
황금시대를 이루었다. 이들의 모임인 ‘경정산가단(敬亭山歌壇)’은 일종의 사설
음악 연구소로써 그 뒤의 많은 가객들이 그 문하에서 자라났다. 영조 3년(1727년)
에 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을 엮었으며, 「청구영언」에 그의 시조 74수가 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