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때 소풍 간 적도 있는 양산 비구니 사찰 내원사를 찾았던 때가 싼타페를 끌고 다니던 10여년 전이었다.
버스길에서 약 5키로 떨어잔 내원사 가는 계곡 길을 향하고 있었는데 도중에 걸어 가시는 비구니 두분이 있어
내원사 가는 길이니 타시라고 했더니 뒷 좌석에 오르셨다, 천성이 여성분들이라 그런지 연신 재잘 재잘 거리고
있었는데
"스님들은 밤에도 이 계곡 길을 오르내릴 때도 있나요?"
"흔치는 않지만 다닐 때도 있습니다,"
"귀신이라도 나올까봐 무섭지는 않아요?"
"어쩌다 귀신과 마주 칠 때도 있지만, 귀신이 우리를 더 무서워 해요."
"으잉?"
절에 도착하니 오후 3시 화엄성중 기도 법회가 시작되고 있어 동참하게 되었었다. 화엄성중 또는 화엄신중이라
해서 볍당 벽에 탱화 그림으로 모셔져 있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보호하는 보호령 즉 보디가드라 생각하면 된다.
예수님도 광야에 나가 기도를 올리는데 악마가 유혹하는 장면이 성경에 있고 부처님 역시 득도 후에 마구니 즉
악령이 유혹하는 장면이 있었다 한다, 고승도 그 깨달은 정도에 따라 마구니가 붙어 방해하고 유혹한다 해서
경계를 하는데 그 급수에따라 상당하는 급수의 마구니가 들끊는다 한다. 예수님과 부처님과 같은 분에게 붙는
약령의 급수가 일반 수련자나 신도에 붙는 마구니의 급수가 같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나의 경험상 화엄성중 기도는 일반 사찰에서는 보지 못했지만 비구니 사찰에서는 몇번 보았는데 추측컨데 여성
으로서의 비구니 스님들이 보호 받고 싶은 마음의 발로가 더 크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화엄성중을 연호하며 기도 하던 중에 조금전 태워줬던 스님 한 분이 기도 주관하던 스님께 쪽지를 전해 주는게
보였는데 기도가 끝난 후 스님이 날 부르더니 좀전에 내가 태워준 스님이 내원사 공양칸 즉 식당을 주관하는
스님인데 저녁에 식사 공양을 하고 가라는 쪽지였단다.
저녁 공양에 비구니 스님들만 식사하는 곳에 내가 동참하는게 왠지 쑥스럽고 민망할거 같애서 한동안 망서리다
말없이 초대를 사양하고 돌아 나왔었다.
경고 아침 등교할 때 줄줄이 몰려 올라가던 골목길에 남성여고 부여고 학생들은 목을 꼿꼿이 치켜들고 내려 오던
걸 보았지만 여학생들 등교 하는 길에 남학생은 못 내려 온다며 초량에서 학교 다니던 양승룡이가 경여고 애들 몰려
등교할 때에는 골목길을 숨어 다닌다 했던게 생각이 난다.
지금쯤 할머니 스님들이 되어 어디선가 수행하고 계시겠지만 저녁 초대를 말없이 사양하고 돌아 나왔던 것이
마냥 송구스럽고 기억에도 없겠지만 사죄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비구니 사찰을 좋아하는 것은 경내가 대부분 정갈하고 깨끗이 정리되어 포근하기 때문인데 가까이로는
수국이 아름다운 김해의 보현사 그리고 한때는 한일합섬의 보시절이던 녹산의 수능엄사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