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학예회를 마치고 학급의 아이들이 10여 명이나 독감에 걸린 적이 있었다. 그 해 유독 독감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찾는 행사가 진행된 것이 원인이었다. 학교 공동체는 학부모들이 많이 방문하는 학교 행사를 전염병이 없는 계절로 옮기기로 의논하고 작년부터 10월 말, 11월 초에 학예회를 했다. 학교가 개방되고 문턱이 낮아 져서 누구나 활용하고 방문할 수 있는 지역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학교 주변이라는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 주셨던 주민들에게 운동이나 휴식의 공간으로 보답할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학교가 덜 안전해 진 것은 사실이다. 아이들이 아직 남아 방과 후 활동을 하고 있는 시간에도 운동장에 어르신들이 들어와서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학교를 경유함으로써 가던 길을 단축하여 지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학교 구성원인 어른들과 지킴이 선생님은 그 사람들을 살피느라 분주하다. 특히 학예회와 같이 불특정 다수 어른들이 학교를 방문하는 날에는 학부모를 일일이 구분하기 어렵고 방문하는 인원이 많아 그 시기에 유행하는 전염병 예방에 아무리 대책하여도 어려움이 있다.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서 학예회 운영에 대한 소 토론이 분분한 가운데 올 해도 무사히 학예회 행사를 끝냈다. 학예회, 아이들은 여러 사람들의 격려 가운데 큰 무대에 서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자라서 친구들과 함께 공연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적응과 성장에 안심하는 자리가 되었을 것이다. 교사들은 다채로운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고민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연습시간을 마련해야하는 것이 조금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다. 소박한 학급에서도 무대 자리 배치로 한 시간이 넘게 아이들 끼리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운데 서고 싶은 친구가 있는가 하면 가운데에서 주목받기 싫은 친구도 있고, 함께 춤을 추고 싶은 짝도 다르고, 하고 싶은 음악도 다르다는 의견이었다. 아이들은 세 가지의 음악을 1분 30초씩 나누어 춤을 추기로 결정했고 세 그룹으로 자신의 선호에 따라 나누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짝을 구성하고 의상을 정하고 자리를 배치하였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친구들이 양보의 미덕을 보여 주는 모습이 기특했고, 자신의 주장 없이 정해진 것을 바로 수용하는 아이들에겐 결정에 대해 한 사람씩 불러 한 번 더 만족하는지 물어주었다. 교사의 개입 없이 이리 저리 모두가 주목받는 무대설계가 완성되었다. 1분 30초는 소박한 교사 아이디어이다. 아이들을 모두 한 번에 올려 자리 배치를 앞뒤로 바꾸어 주목 받게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돌아가며 신속하게 교환되면서 1분 30초는 내가 주인공이 되는 구조도 멋질 것 같았다. 아이들이 동의 했고 자신들의 무대를 1분 30초만 연습하여 만들어 낸다는 생각에 큰 부담이 없는 모양이었다. 마지막에는 함께 모두 올라가서 협동을 보여주고 내려 올 때도 한 줄씩 인사하고 내려 왔다. 학예회 당일, 소박한 교사는 감독의 자리에서 내려와 아이들의 공연을 즐겼다. 이제 실수나 어긋남도 추억이 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소박한 교사는 이러니, 저러니 하지 않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아이들을 대기실에 인도하고 `힘내! 즐기기!` 한 번 당부하고, 아예 무대 아래 핸드폰 촬영을 하려고 자리를 잡았다. 무대가 시작되고 순조롭게 잘 되는 것 같더니 마지막 반 전체가 함께 올라가는 장면에서 자신들이 직접 만든 강아지 가면이 없어졌다. 웅성웅성하더니 소박한 교사가 촬영하고 있는 화면에 무대를 가로질러 검은 그림자가 휙 지나갔다. 곧 이어 그림자가 하나 더 휙 지나가고 마지막으로 소심하게 망설이던 그림자가 천천히 지나갔다. 달려가 도울까 하다가 그냥 있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런 과정이 추억이 될 것 같아서 이다. 아이들은 곧 가면을 찾아 모자에 붙이고 무대에 아주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공연은 멋지게 마무리가 되었다. 알고 봤더니 가면을 모아 놓은 상자 위치가 바뀌었고 찾지 못해 아이들이 무대 아래에서 당황하게 된 것이다. 가면을 붙이지 못한 친구들은 상자를 찾은 친구에게 가기 위해 첫 아이가 용감하게 무대 아래 관객석을 가로 질렀고, 그 다음 아이는 가면만 보고 달렸고 세 번째 아이는 용기는 없었지만 무대에 올라가야 해서 간 것이었다. 무대가 끝나고 소박한 교사는 칭찬해 주기위해 교실에 갔는데 아이들은 조금씩 웅성거리며 가면을 챙긴 친구를 원망하거나 관객석을 가로지른 검은 그림자의 친구들을 놀리는 분위기였다. 일단 `연습 할 때가 더 잘했어요.` 하는 아이들에게 칭찬 먼저 하고, 공연 마무리를 잘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 난 후에는 누군가 완벽하지 못함을 원망하거나 잘하지 못한 친구를 나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잘 간직하는 거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소박한 교사가 찍은 영상을 함께 보면서 검은 그림자 덕분에 선생님은 이 영상을 볼 때 마다 재미있을 거라고 했다. `때문에`가 `덕분에`로 바뀌는 순간이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은 조금 미화되어도 된다. 특히 그 것이 미성숙한 어린 아이들의 성장의 과정이라면 칭찬과 격려로 마무리를 짓는 것이 현명하다. 이 것을 알고 실천하는데 소박한 교사도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끝나고 나서 실수를 한 아이를 안아주고 친구들 앞에서 ` 때문에`를 `덕분에`로 만들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열정적이고 완벽하기를 바라던 젊은 시절에는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우리는 해 냈고 끝냈다. 아이들이 더 아쉬워하는 것 같다. 소박한 교사는 끝남이 시원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