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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참선 몇 살에 시작하느냐에 승부 달렸다”
이번 생 부처님가르침 만난 것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뻐
佛法 만나고도 참선하지 않는
분들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어
올해는 꼭 참선수행 진미 느껴
각자 마음속에 있는 귀한 보물
즐기고 만끽하는 ‘명안인’ 되길
장욱진 화백의 작품인 ‘선(禪) 아님이 있는가(목판화, 36×28cm, 1995,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소장)’는 1970년대에 불교의 화두를 목판화로 제작한 25점 가운데 하나이다. 세계에 한국의 선사상을 알리겠다는 기획으로 김철순 선생과 함께 만든 걸작이다.
현대적인 간화선 지침서 필요
2023년 새해가 밝았다. 2년간의 한국학에세이 연재도 마쳤다. 한국학에세이는 2005년부터 쓰고자 생각했던 주제였고 원하던 주제들을 모두 쓰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사유의 일단을 글로 풀어낸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에 다시 기회가 된다면 이어서 쓰면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신문원고는 당분간 쉴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이번 생에 꼭 쓰고자 마음먹은 ‘집필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인 간화선의 지침서나 개론서가 될 만한 글을 이번 기회에 한번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전 세계는 지금 명상(冥想) 열풍이 불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한류(韓流)의 돌풍 역시 예사롭지 않다.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의 문화와 예술에 심취해 가고 있고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의 문화를 향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방문까지 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일본인들은 새해에 가장 방문하고 싶은 도시 1위로 서울을 꼽았다고 한다. 이렇게 밀려드는 해외의 방문객들은 한국의 천년고찰도 참방하면서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보기도 하며 한국불교의 참모습을 느껴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절 인연을 맞이하여 전 세계인들은 한국적 명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800년 넘은 한국선(韓國禪)의 대표적인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에 대해서도 현시대에 맞는 새로운 안내서들이 필요하다. 교과서, 개론서, 지침서 등 다양한 책들은 많을수록 좋다.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현대 한국어로 자상하고 친절하게 화두 참선에 관심이 있는 국내외 수행자와 명상가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잘 알려진 간화선 교과서로는 중국 송나라 때 대혜(大慧)선사의 <서장(書狀)>과 송말원초의 고봉(高峯)화상의 <선요(禪要)> 등이 있다. 하지만 모두 한문본인 데다가 한글번역본을 읽어보아도 현대인에게는 잘 다가오지 않는 어투가 많으니 당장 실참수행을 하고자 하는 초심자들에게는 마냥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알기 쉽게 풀어서 해석하고 정리해준 지침서들이 다양하게 있으면 좋으련만 하는 것이 평소 나의 생각이었다.
필자 문광스님이 쓴 것으로 역대 가장 유명한 화두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조주무자(趙州無字)’이다.
근현대 선사들의 간화선법 핵심 정리
이번 연재에서는 20세기 한국의 대선사 스님들의 간화선에 대한 설법 가운데 그 핵심만을 추려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지난 세기 우리나라에서는 큰스님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상황 탓으로 다른 호시절 같았으면 의사, 판·검사, CEO, 사업가, 정치가, 예술가, 방송인 등등 각계각층에서 활약했을 법한 인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산사로 출가 러시를 이루었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산에 숨어 스님이 되기도 하였고, 동서 철학을 보다가 세상을 보니 인생이 허망하여 출가를 택하기도 하는 등, 시대의 고통과 아픔을 몸소 체험한 많은 젊은 인재들이 빼앗긴 나라에서 무상(無常)을 절감하고 입산 출가하였던 것이다.
하나의 총림에 암자마다 도인이 한 분씩 주석했던 시대가 바로 지난 세기 한국의 사찰풍경이었다. 내가 출가한 해인사만 해도 백련암에 성철스님, 지족암에 일타스님, 홍제암에 자운스님, 용탑선원에 고암스님, 원당암에 혜암스님, 큰절에 법전스님이 살았듯이 내로라하는 큰스님들이 암자 하나 건너에 살고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한 시대라고 한탄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저렇게 훌륭한 선지식들이 일거에 함께 출현한 시대는 역사상 드물다고 하겠다.
경허선사 시대만 하더라도 깨친 뒤에 사방을 둘러보아도 인가(印可)해 줄 도인이 없었던 게 우리네 현실이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사람이 없으니 의발을 누구에게 전해 받을꼬(四顧無人, 衣鉢誰傳)”라고 했던 경허선사의 한탄과 비교해볼 때 근현대 한국에는 참으로 다양한 선지식들이 법등을 밝히며 한국불교를 환히 빛내주고 있었던 것이다.
새해에는 20세기를 장엄했던 한국의 대선사들 법문 가운데 행장이나 생애는 모두 생략하고 오직 간화선에 대한 가르침을 모아 그 핵심만을 간추려 보고자 한다. 한 회당 한 분의 큰스님의 간화선법 강의를 소개하면 1년에 20여 선사들의 간화선법 강의를 일목요연하게 개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모은다면 이 또한 좋은 또 하나의 ‘현대 한국 간화선 지침서’가 될 수 있을 법하다. 역대 간화선 교과서의 내용이 현대 한국어로 풀어져 나온 법문들이라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좋은 참선 개론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간화선의 새로운 매뉴얼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장상명주(掌上明珠) 찾는 새해 되길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지나고 보니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무엇이었는지 회고해 보게 된다. 나는 망설임 없이 화두 참선을 했던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불법(佛法)을 만난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이루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불법을 만나고도 참선을 하지 않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인생이란 참선을 몇 살에 시작하느냐에 그 승부가 달려 있다”라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이다.
병이 난 후에 병원을 찾기보다는 병이 나기 전에 평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습관을 간직하고 사는 것이 현명한 지혜이듯이 누구나 마음을 쓰고 살고 있으니 그 마음을 수행하는 참선을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필수과목이 아니겠는가. 지금 전 세계에 명상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고, 이것은 종교와 민족을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필요한 의식주와도 같은 것이라고 하겠다.
계묘년 새해에는 누구나 참선과 명상에 푹 잠심(潛心)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우리에게는 본래 갖추어진 ‘장상명주(掌上明珠)’를 하나씩 비장(秘藏)하고 있다. ‘손바닥 위의 밝은 보배구슬’이라 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만져지지도 않는 묘한 보물인 것이다. ‘나’라는 말을 늘 하고 살지만 정작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건지도 모르고 바쁘게 살다가 갈 뿐이다. 어서 빨리 참선 수행의 진미(眞味)를 느껴서 우리 마음속에 간직된 귀한 보물을 즐기고 만끽하는 명안인(明眼人)들이 되시길 새해 원단(元旦)에 발원하는 바이다.
바쁜 그대여, 어디를 가시는가?
끝으로 필자의 노스님인 혜암선사의 법문 한 구절을 2023년 참선 공부를 준비하는 모든 분을 위해 한 해의 이정표로 대신 전해드리고자 한다.
막망상(莫妄想), 막망상(莫妄想) 하라!
부지종일위수망(不知終日爲誰忙)고!
망상 피우지 마라, 망상 피우지 마라.
온종일 누구를 위해 그리도 바쁜고!
조계종 교육아사리·동국대 HK 연구교수
[불교신문 3751호/2023년1월17일자]
문광스님 조계종 교육아사리·동국대 HK 연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222254
첫댓글 망상하지 마라. 하루 종이 누구를 위해 바빴는갸?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