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1
"너 외박해서 혼나는 거 아냐? “
유해성은 대답 없이 새파란 아침하늘을 찔러버릴 듯 두 팔을 올려 기지개를 편다.
침대 옆 보조침대에서 편히 잠든 나와는 다르게, 다진이와 유해성은 소파에 쪼그려 잤기에
얼굴엔 피곤함이 가득했다.
“오빠는 자유인이라니까?”
“응?”
“안 혼난다구요”
어째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지만… 물어보고 싶다
“너 혼자 살아?”
조심스러운 내 질문에 그 아이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찰칵찰칵 라이터의
마찰음이 들려오고 공중으로 희뿌연 담배 연기가 퍼져나간다. 꽉 다문 입술 사이로 길쭉한 담배를
물고 고갤 돌려 날 빤히 바라보던 유해성의 눈이 예쁘게 휜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응응”
“어?”
“혼자 살아”
웃는다. 빤히 자신을 보는 다진이와 나의 시선에 아무렇지 않게 예쁜 웃음을 보여준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물어보고 싶지만 입이 열리지 않는다. 그때와 같은 눈.
아빠 얘기를 할 때와 같은 눈이라, 차마 입이 열리지 않는다.
“아 배고프다!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가요!”
*
“아쉽다. 힝. 귀염둥이 다진이도 배고플 텐데.”
“기숙사에서 밥 준다던데?”
“엄격한 기숙사 미워”
기숙사로 가야 한다며 돌아간 다진이. 결국엔 자연스럽게 남게 된 건 나와 유해성.
밥을 먹으러 가자는 유해성을 따라 처음 오는 동네로 들어서게 됐다.
익숙하게 걸어가는 걸 보니, 왠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인 듯 해 보였다.
앞장서서 걷는 유해성. 이게 바로 다리 길이의 차이인가… 나란히 서서 걷다가도 순식간에
뒤쳐져 버리고 만다. 이 저주받을 다리길이 차이
“쫌만 힘내! 우리 옆집 할미랑 고기구어먹자!”
“고, 고기?”
그 단어에 번쩍 힘을 내 빨라진 걸음. 그런 날 뒤돌아보며 기분 좋은 웃음을 보여주는 유해성.
주위를 둘러보니 이 동네의 집들은 모두 정원이 딸린 예쁜 집이다.
유해성도 이런 예쁜 집에서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를 올려다보니, 하품을 하다말고
나와 눈이 마주쳐 쑥스러운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악! 짝 매너 꽝!”
“뭐?! 내가 왜?”
“몰라, 미워. 그렇게 엉큼한 눈으로 보다니!”
“하. 안 그랬어!”
“씨잉. 뽀뽀당할 번 했어. 변태”
안 그랬다며 발악하는 나. 그리고 여전히 얼굴을 가리며 토끼처럼 콩콩 뛰어서 어느 집 문 앞에
서는 유해성.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어 하얀색의 나무문을 열면, 빨간 지붕의 굉장히 예쁜 집과
관리가 잘 된 잔디가 깔린 정원이 눈앞에 보여 온다.
“광어야?”
그 정원 안 하얀색 작은 개집 앞에 쪼그려 앉은 유해성이 개집 안으로 손을 넣으며 말한다.
광어? 설마 그게 개 이름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불독 한 마리가 자신의 이름을 듣고 구석에서 낑낑거리며 나온다.
그 짧은 다리와 무시무시한 인상에 기죽은 내가 유해성의 등 뒤로 숨자, 그가 씨―익 웃으며
광어라는 이름의 개를 안아든다.
“우리 광어 잘생겼지”
“과, 광어가 이름이야?”
“응응. 찬이가 생일 선물로 사줬는데- 마침 광어회를 먹고 있었어.”
“아…나, 난 개 무서워서…”
“응! 오빠 옷 갈아입고 나오께! 광어랑 놀고 있어!”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유해성의 옷깃을 빛의 속도로 꽉 움켜잡은 나.
“나. 나도 들어가면 안 돼?”
물론 이름은 귀엽지만 외모가 무서운 광어 때문이었다. 당장이라도 내 팔다리를 물어뜯어
사료 대신 먹어 치울 것 같은 무서운 인상 때문에.
유해성은 어깨를 으쓱이며 내 손을 잡아 집 안 으로 들어갔다.
예뻐 보이는 외관과는 다르게 썰렁하고 가구도 몇 없는 집 안.
“훔쳐보면 안 돼!”
꽝―! 하얀색 방문이 닫히고 유해성이 자취를 감춘다. 난 고갤 돌리며 집 안을 눈으로 구경했다.
혼자 살기에는 굉장히 큰 집. 거실의 한쪽 벽에 엉성하게 걸려있는 액자 속 엔 삼총사가 들어있다.
중학교 때인지 풋풋하고 어려보이는 얼굴.
하하, 찬이는 이때도 피어싱을 하고 있네. 주위에를 둘러싼 여자들도 이때나 지금이나 똑같고.
그리고 조심스럽게 냉장고를 여는 내 손. 냉장고의 안은 텅텅 비어있다. 생수 몇 개. 소주와 맥주가
가득 차 있는 냉장고. 이놈이 밥 해먹을 생각은 안하고 만날 술만 먹나?
“왜? 술 먹고 싶어?”
“으악-! 깜짝 놀랐잖아!”
갑작스런 그의 목소리에 냉장고 문을 거세게 닫아버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쩐지 처음 보는 것 같은 유해성의 사복 입은 모습. 무릎과 허벅지 쪽이 찢어져있는 청바지에
심플한 흰 티 차림. 내가 빤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내 손을 잡아 이끌며 말한다.
“오빠 오늘은 빈티지 스타일!”
“뭐래”
“가자. 옆 집 할미한테 삼겹살 먹자고 데이트 신청하면 껌뻑 죽어”
“할미가 뭐냐? 할머니라고 불러 드려”
“힝. 짝, 박사처럼 말하는 것 봐”
날 얄밉게 노려본 뒤 그는 정원에서 낑낑 거리며 마치 아저씨같이 움직이는 광어의 등을 쓰다듬어준다.
광어가 유해성의 손등을 핥았고, 그는 일어서며 내 등에 그것을 비벼 닦는다. 염병할.
그렇게 옆집 대문을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가는 그 아이를 따라 우물쭈물 들어가는 나.
아…이렇게 막 들어가도 되는 거야?
“할미! 섹시한 해성이 왔어!”
유해성의 목소리가 집 안을 울리자마자 벌컥 열리는 방문. 한 손엔 파리채를 들고 인상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나오시는 할머니가 유해성을 발견하곤,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그. 이 시간에 웬일이야 이놈아”
“할미 여기 내 친구”
“아, 안녕 하세요. 노다미라고 합니다.”
꾸벅 허릴 숙여 인사하는 내 머리를 아까처럼 쓰다듬어 주시는 할머니. 그 부드러운 손길에 마치
엄마가 묻어나오는 것 같아 기분이 울렁울렁 거린다. 아… 나도 참. 처음 뵈는 할머니에게서 엄마를
느끼다니. 정말 그립긴 그리운가 보다.
“이놈. 또 고기 먹으러 왔구먼?”
“응응! 할미 얘 존나 많이 먹어. 많이많이 갖다 줘야해!”
털털하게 웃으시며 냉장고 쪽으로 걸어가신 할머니. 난 말없이 유해성의 옆구리에 팔꿈치를
세게 찔러넣었다. “으악!” 하는 비명과 함께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날 노려보는 그 아이.
“씨잉. 왜 그래!”
“몰라서 물어?!”
“쳇. 존나 많이 먹으면서 아닌 척 하긴”
다시 한 번 때리려는 내 손을 꽉 움켜잡은 채 개구지게 웃는 유해성은 빠르게 거실로 뛰어가
바닥에 신문지를 편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참으며 나도 그것을 거들었고, 이내 할머니께서
삼겹살과 판을 들고 오셨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모든 준비가 끝나고 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고 있는 삼겹살.
그 익어가는 고기를 야생적인 눈빛으로 바라보며 굶주림을 해소하려는 나.
“할미 진짜 얘 존나 잘 먹어. 혼자 4인분 먹을걸!”
“에잇, 이놈아. 삐쩍 마른애가 먹긴 얼마나 먹는다고 그래. 친구 그만 놀려 이놈아!”
“힝. 진짠데. 이거 내숭떠는 거야!”
“떼끼 이놈아, 먹는데 그러는 거 아니야! 체한다. 뭐 얼마나 먹겠니.”
아씨, 이거 뭐 배고픈데 제대로 먹을 수가 없잖아!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나도 모르게 먹기 시작하는 입. 다른 음식은 몰라도 고기하면 또 껌뻑 죽기에
눈앞에서 익어가는 삼겹살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날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이 놀라움으로 변하고… 유해성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크게 쌈을 싸서 내 입에 넣어주기 까지 했다.
말 한 마디도 못 내뱉을 정도로 커다란 쌈을 입 안 가득 넣고 우물거릴 즈음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꺼냈다.
저장이 안 된 번호였다.
“으으세여? (누구세요?)”
- 뭐야, 이 번호 맞아? 무슨 장애 있는 년이 받는데?
장애 있는 년.
장애 있는 년.
이 말이 귓속에 들어오자마자 난 빠르게 쌈을 씹어 삼키기 시작하고, 스피커로는 여러명의 여자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잘못 전화한 것 같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 그거 노다미인가 뭔가 폰 맞아요?
노다미인가 뭔가…? 염병할
“네, 맞는데…누구신지?”
- 아 이 번호 맞잖아 씨댕년아. 저기, 나 할 말이 있어서 전화 했거든?
“누구세..”
- 그건 알 거 없고. 너 자꾸 그따위로 굴어봐
“그…따위?”
- 어. 너 씨댕 자꾸 거슬려봐. 조져버리는 수가 있어.
어? 이거 나한테 하는 말 맞아?
내가 뭘 어쨌는데?! 장애 있는 것처럼 말했다고 지금 이러는 거야?!!!
급작 흥분한 내가 따지려고 입을 열자마자, 수화기에서 들리는 소리를 다 들었는지
확 가라앉은 표정으로 유해성이 핸드폰을 뺏어든다.
- 야! 너 말 씹냐?! 너 유해성알지? 너 이 개년아, 우리 해성이..
“내 얘기야?”
- 헉.
잠잠해진 목소리. 갑작스럽게 받아든 유해성의 목소리에 꽤나 놀랐는지 한참이나 말이 없다.
유해성은 고갤 갸우뚱거리며 끊으려는지 핸드폰에서 귀를 뗀다. 그리고 그제야 들려오는
그 얄쌍한 여자 목소리.
- 어머. 같이 있었네?
“누군데 너”
- 해성아 너 왜 걔랑 같이 있어? 응? 하. 그러면 나 화나는데
“개소리”
- 어?
“개소리 하지 마.”
뚝― 전화를 끊어버리는 유해성.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젓가락을 잡아 삼겹살을 입에 넣는다. 멍―한 눈으로 그 아이를 보고 있자, 시선을 느낀 유해성이
내 입 안으로 고기 한 점을 넣어주며 씨-익 웃는다.
“그치 할미! 존나 잘 먹지!”
“그러게 말이다. 너네둘이 4인분을 먹었어, 이놈아”
4인분. 그 소리에 흠칫 놀란 나.
유해성은 별로 안 먹은 거 같은데… 역시 내 짓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문뜩 아까의 통화가 떠올랐다.
‘개년아 우리 해성이’
‘자꾸 거슬려봐’
‘조져버리는 수가 있어’
‘왜 걔랑 같이 있어? 응? 그러면 나 화나는데’
고기 때문에 입 안이 뜨겁다.
달궈진 불판을 보는 내 눈도 뜨거워진다.
‘개년’ 이란 소리에 불타오르는 내 몸까지 뜨거워진다.
그리고 고기를 다 먹어갈 즈음, 아까의 통화는 싹 잊어버리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 나.
예전부터 입에 달고 다니던 그 말.
[조선 놈은 의심하는 게 문제다]
라는 말을 떠올리며,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는 유해성처럼 나도 웃어버렸다.
조져버리겠다는 그녀의 말을 싸그리 무시한 체.
제자와 밤의 여자 그 사이 [12편]
<★잡소리 - 오늘따라 미치도록 안써져서 정말 미치는줄 알았어요..... ㅠ.ㅠ>
저의 고독한 마음을 달래주시며 저와 친하게 지낼 의향이 있으시다면 ㅋㅋㅋㅋ gks1345로 쪽지 해주쎄용
쪽지보내주시면 우린 싸이 일촌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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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토끼반지원이님 그건....나중에 아시게되실거에요 ㅋㅋㅋ흐흐 감사합니다! ㅋㅋ
요새 컴을 못해서ㅠㅠ댓글 잘 못달있는데ㅠㅠ그래도 님 글은오늘 다 왕창 읽었어요!!!잘했죠?ㅋㅋㅋㅋㅋㅋㅋㅋ
꺄 ㅠㅠㅠㅠ 토륨님..사랑스러운 토륨님 ㅠㅠ 꺄 감사합니다! ㅋㅋㅋ앞으로도 재밋게 읽어주세요! ㅋㅋㅋ
ㅋㅋ 조선놈은 의심하는게 문제다
해성아 결혼하자
해성이의 고독????ㅋㅋㅋㅋㅋㅋㅋㅋ
와진짜재밌네요ㅠㅠ~인제다미집으로가면..........흐흐
재밋어요ㅠ0ㅠ근데 12편어딧어요ㅡㅡ?
재밋쎄요!!일촌일촌♡?
재밌어요 근데 선생님이 안나 와써요,ㅠㅠ
탑이 이쁘다 ㅎㅎ 근데 선생님은 오 ㅐ그러는걸까요? 너무 집작하는것 같아요~
우와 진짜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재밌네요~~~^^
선생님이나 해성이가 지켜주겟죠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