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는 암으로 죽지않는다는 책을 읽다.
암환자들을 수련시키다보니 온통 암환자들만 보인다.
절망하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싶었다.
오늘내일 하는사람이라는 표현이 맞을만큼 심각한 환자가 되고서야
날 찾아오겠다는 연락을 해 오는사람도 있다.
어떤이는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를 꽂고나서야
보호자가 연락을 해 오는경우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에너지가 30% 이상은 돼야 수련을 할수있다.
그렇지 않은경우
체력을 키울때까지 그들에게 온 정성을 쏟아야만한다.
중증환자들을 만나기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기암환자를 수련시키며
암에관한 서적들을 읽게된다.
-암환자는 암으로 죽지않는다..
어느 의사선생님이 쓰신 책이라 흥미로웠다.
지금 수련시키는 말기암환자를 처음 만난건 지난해의 늦봄이었다.
그당시 그녀는 입원치료를 하지않는 상태였는데
수련을 하지는 않았었다.
나름대로의 민간요법을 하다가
실패한후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항암제가 맞지않아 두번의 약을 바꾸고
세번째 항암제를 처음 맞고난 이후였다.
환자는 허리를 펴고 일어서질 못했다.
다행이 수련원과 멀지않은 요양병원에 입원중이라 방문할수가 있었다.
지인의 부탁인지라 달려가 만났을때의 그녀모습은
늦은봄에 만났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항암제로 모두 빠져버린 머리카락.
배를 움켜잡은채 겨우 일어섰었다.
시도때도없는 구토.
대변은 고통중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배변의 고통을 쥐어짜는듯 했었고
보호자는 고통스런 환자곁에서 화장실을 함께 드나들어야 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발의 피부는 두꺼워져 있었고
내내 발이 시리다고 했다.
발톱주변은 포도빛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발을 만질라치면 나무껍질처럼 거칠었다.
빨간약이라 불리우는 아드리아마이신과 케토신으로 항암치료를 받고있었을때...
그 약이 팬티에 묻으면 빨리 처리하라는 주의사항을 들었다고.
팬티에묻은 그 약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를 괴사시키는 독한 약이라며..
그 이야기를 듣고..
삼일밤을 설쳤었다.
묻어있는 약 만으로도 피부를 괴사시키는..
그런데 몸속을 돌고있을 그 지독한 약.
금방이라도 꼬구라져 일어서지 못하면 어쩌나...안절부절했었다.
어떤방법도 없는상태에서 의사선생님만을 의지하고 따라야하는 환자의 입장에서야
그 지독한 약이 환자와 맞다면 그 약으로 치료를 해야하는것이라는 의사의 설명을 들으면
치료를 받는게 당연하겠지만....
고약으로인한 상처가 있던 유방의 피부가 괴사되는데..
환자는 항암제가 듣는쪽의 설명을 의사로부터 듣게됐다.
환부가 넓어져가는데도
환자는 암덩이가 줄어드는걸로 받아들였었다.
많이 우울한 시간들이었다.
피부가 괴사되어가는걸 아는 나로서는..
어떻게하면 이 피부를 보호해줄까.
암덩이는 청년기를 지나고나면 그리 빠른속도로 자라지 않는다고 하는데...
암환자는 암으로 죽지않는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듯.
위장을 살리고
혈관이 튼튼해야만 치료가 가능하고
획기적인 치료법을 과학자들이 개발해 낼때까지 버텨야만 하는데
치료를 할수없을정도로 모든 장기가 건강을 잃어버리면
앞으로 올 기회를 만나지도 못하게 될터인데...
두번의 빨간약 항암치료를 하고
씨티를 찍었을때...
결과는 너무나 뻔 했다.
-항암제가 전혀 듣지않네요.
다른약을 찾아야 합니다.
항암치료를 하게되면
회를 거듭할수록 몸이 견디지를 못하게 되는데
이 환자의경우...
항암체질이라는 이야기를 들을정도로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
지난주..
병실에서만난 환자..
이젠 외식을 하러 나가는것에도 특별한 느낌이 없게되어 기쁘다.
-전 지금 암 이외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혈압도 정상이에요. 검사를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해요.
정말 암만 좋아지면 이젠 돼요.
따끈따끈해진 배.
손발...
손발이 그렇게 시려웠었다는것도 이미 잊어버린 모양이다.
손발도 이렇게 따뜻하구요...라고 말하는데..
-에고...얼마전까지만해도 손발시렵다고 했었는데 다 잊었구나?
하며 웃었다.
수련을 시작한후에 다시찾아 치료받은 항암제..
투약한지 열흘...
변화가 느껴진다.
신독성이 강해
몸이 부을거라고 걱정했고.
그 부작용이 주사 이틀후에 나타났었다.
신장주변에 집중적인 에너지 운행을 시켰고
붓기는 금방 빠졌었다.
약 부작용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붓기를 빼고
신장을 살리게되면 붓더라도 좀 천천히 부을거라는 생각때문에 집중적으로 에너지 운행을 시켰을뿐.
지난주 수요일 병실에서 만난 그녀는..
전혀 붓지않았다.
제대로 반응을 해준 그녀의몸에
얼마나 크게 감사했던지....
이번주엔 또 어떤 감동이 날 기다릴지.
어제 컴퓨터로 다운받아 환자와 함께 영화관 분위기로 본 영화
[그린마일]
우리와 함께하는 시각
그녀는 말기암 환자라는 걸 잊고있다.
이번주엔 그린마일의 주인공 존커피를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우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