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명과 야심을 구별하기란 어렵다. 열정적이고 성공적일수록 더 그렇다. 하나님을 믿어 담대한 사람과 높은 자존감으로 무장된 사람은 얼른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신앙언어로 단련된 사람이라면 스스로조차 기만할 수 있다. 사명과 야심은 단지 구별하기 힘든 정도가 아니다. 우리는 사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날마다 야심으로 기울어진다.
사명감으로 위장하는 야심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성경에서 “다툼(이기적인 야심; selfish ambition)”으로 번역된 “ἐριθεία(에리데아)”에는 의미상 3 가지 외연이 있다. 이를 주의한다면 야심을 경계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자기를 추구함(self-seeking)이다. 사명은 하나님과 이웃을 향하지만 야심은 자신을 향한다. 자기만족을 추구하느라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다. 둘째는 적대감(hostility)이다. 사명은 생명을 불러일으키지만 야심은 사망을 불러온다. 사명은 이웃의 회복을 바라보지만 야심은 대적의 전복에서 희열을 느낀다. 마지막 셋째는 경쟁관계(rivalries)다. 사명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본다. 야심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우월감과 박탈감을 맛본다. 사명은 초점을 잃지 않는다. 야심은 끊임없이 두리번거린다.
“십자가의 도”를 잃어버릴 때 사명은 순식간에 야심으로 바뀐다. 자기부인이 자기추구로, 화평의 직책이 적대관계로, 숭고한 희생이 비열한 경쟁으로 추락해버린다. 불같은 열정은 어둠을 밝히는 횃불이 될 수도 있지만, 모든 소중한 것을 태워버리는 화재가 될 수도 있다. 겸손으로 단련되지 않는 힘은 손잡이가 빠져버린 칼 만큼이나 치명적이다.